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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그 이면도 살펴봐야

by lovefund이성수 2015. 10. 29.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그 이면도 살펴봐야

아침 일찍,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올라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소식은 삼성전자의 주가를 뜨겁게 달구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작년에도 늦가을에 있었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올해는 더 강력하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하고 추가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제시하였습니다.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오늘 삼성전자의 이슈입니다만, 한편으로는 다른 관점에서 주주환원정책이 가지는 다른 의미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ㅇ 삼성전자의 서프라이즈한 소식에 깜짝 놀라다.

 

삼성전자는 이미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이달 초에 잠정 실적 발표 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중 6%가 넘는 강세를 보였고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는 장중 10%를 넘기면서 급등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시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다보니, 주가는 강하게 반응하였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로 큰 형이지만 맥없는 모습을 계속 보여오다, 실적호전과 자사주 매입/소각 이슈로 다시 시총1위의 입지를  굳혀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증시를 놀라게 하다. 사진참조 : 삼성전자]

 

 

ㅇ 관점 1. 자사주 소각 > 매입 > 배당

 

주주 환원 정책이라하면 일반적으로 배당을 이야기 합니다만,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여주고 주가 안전판 역할을 만들어 주는 자사주 매입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주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든든한 안전판이 생겼다는 믿음이 만들어 지면서, 주가 하방경직이 형성되게 되고, 자사주 매입규모가 크면 클 수록 주가 부양 효과까지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은 바로 "자사주 소각"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야하기에 자사주매입/소각이 동시에 진행되곤합니다. 그런데 자사주 소각을 필자가 더 강력한 주주 환원정책이라 보는 이유는 바로 실질적인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회사의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주식수가 100만주인 기업이 전체 주식수의 절반인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한다고하면 주당순이익,주당순자산,주당매출액 등 가치지표들이 2배로 커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는 현금으로 배당을 주는 것보다 자사주를 매입하여 기업의 주당가치를 높여 주가를 부양시키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배당의 경우 배당관련 세금도 떼이게 되는데 이 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유리합니다.)

 

 

ㅇ 관점 2.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 : 좋긴하지만...

 

국내 상장사들이 워낙 주주 이익을 무시하는 정책을 펼쳐오고 쥐꼬리 배당이 이어져왔다보니,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환호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주입장에서 배당금을 받는 것은 기분 좋긴 하지만 결국 그 재원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입니다. 그리고 그 현금은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연구개발로 신기술을 만들거나 경쟁사를 인수한다거나 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때 총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돈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  혹시 성장이 끝난거 아닌가?"라는 관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참 성장성이 뛰어난 시기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기업 성장성이 떨어진 이후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방어하게 되지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을 것입니다.

2003년 이전까지는 무배당정책을 펼쳤다가 성장성에 한계에 다다르면서 2003년 이후에는 배당을 실시하였습니다. 주주의 마음을 "성장"으로 달래지 못하니 "배당"으로 주주와 주가를 위로하게 된 것입니다.

 

[재투자냐 주주환원정책이냐의 키는 회사 성장성에 달렸다.]

 

 

애플의 경우에도 2011년 스티브잡스가 생존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현금성자산 100조원을 가지고 있었고, 주주환원 정책은 없었습니다. 성장을 위해 기업인수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잡스의 옹고집이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애플은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사후, 성장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자 새로운 애플의 CEO 팀 쿡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결정하게 됩니다.

 

즉,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은 성장성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는 이벤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ㅇ 관점 3. 자사주매입/소각, 대주주의 실질 지분률이 올라간다.

 

20여년 전, 필자는 캐피탈리즘(Capitalizm)이라는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있었습니다. 회사의 CEO가 되어 회사의 주주가 되어 기업을 경영하기도하고 주식시장을 통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는 등 경영전반 그리고 주식시장을 공부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게임의 주식시장에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경영 게임 캐피탈리즘에 주식시장 캡쳐]

 

 

필자의 회사 지분율이 경영초반에 주식 발행 등으로 50%미만이 되어있자 다른 기업들이 또는 다른 투자자들이 필자 회사 주식을 매입하여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하더군요. 배당을 늘려 그 배당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늘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빨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자사주 매입/소각 이란 것을 생각 해 냈습니다.

배당까지는 연말까지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회사 경영이 잘되어 현금이 쌓이면 그 돈으로 바로바로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 해 버리면 내 보유 주식수는 그대로이고 전체 주식수가 감소하면서 내 지분율이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필자의 기업 주식이 100만주 이고, 40만주를 보유하여 지분율이 40%이지만, 시장에서 자사주를 50만주 매입하여 소각하게 되면, 전체 주식수가 50만주가 되고 보유주식수는 40만주로 그대로 남아 지분율이 80%로 높아지면서 회사 장악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소각은 그래서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기돈 안들이고  지분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삼성전자의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자사주 매입은 223만주로, 전체 주식수에 1.5% 수준입니다.

현재 삼성그룹의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17.64%임을 감안하면 추가로 진행되는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0.3%p수준의 지분 증가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자금이 1차분 4조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향후 11조원을 모두 집행했을 때 약 1%가 넘는 실질지분 증가 효과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ㅇ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중장기적으로는 물음표

 

어째거나,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국내 상장사에 비하여 매우 파격적이기에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IT기업에 비하여 낮은 밸류에이션을 벗어나면서 주가에 기업가치를 반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규모 자금이 주주환원 정책에 들어가면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염두 해 두어야할 대목입니다.

그러하기에 그 성장성을 만들어 내는지의 여부가 삼성전자 주가 200만원이 되느냐 아니면 100만원에 주저 앉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자사주매입 소각을 통해 삼성전자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필자가 언급드린 것처럼 말입니다.

 

2015년 10월 29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올림

#자사주소각 #주주환원 #지분율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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