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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투자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율리시스와 사이렌-

by lovefund이성수 2016. 10. 12.

투자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율리시스와 사이렌-

가치투자를 토대로한 가치투자 원칙이든, 차트/수급 분석을 기준으로한 투자원칙이든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전략을 확정하고 실제 투자에 사용 한다하더라도, 증시,경제 관련 뉴스나 이슈에 자기자신의 투자심리가 흔들리면서 어렵게 만든 투자 원칙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연히 보게된 1954년 영화 율리시스의 한장면에서, 왜 투자원칙이 주변 상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투자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를 해야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ㅇ 율리시스, 그리고 사이렌

 

영화 율리시스, 1954년에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작품성과 완성도가 대단하더군요.

기원전 1200년 경에 일어난 트로이전쟁에 참여한 율리시스가 바다의 신 넵튭을 모욕하였고, 이로 인하여 율리시스의 함대는 신의 저주에 빠져 끝없는 항해를 이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고비를 만나게 되는데, 필자의 눈에 들어왔던 장면은 바로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과의 조우 장면입니다.

 

선원들과 함께 항해를 이어가던 평화로운 순간, 갑자기 암초에 배가 침몰해 있고 해골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장면이 나오면서 율리시스는 사이렌의 영역에 들어왔음을 직감합니다.

뱃사람들에 귀에 환청을 들리게 하여 마음을 요동시키고 결국 암초에 배를 난파시키게 하는 악마의 목소리 사이렌.

 

그 유혹을 넘기기 위하여 율리시스는 선원들에게 왁스(밀납?)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여 옆을 보지 말고 절대 율리시스 자신이 무슨말을 해도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노를 저으라 명령합니다. 그리곤 부하에게 자신을 돗대에 묶어놓으라 하지요. 사이렌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며 자신의 귀는 막지 않았기에, 돗대에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사이렌의 유혹에 괴로워하는 율리시스, 사진참조 : 영화 율리시스 1954년작]

 

 

호기롭게 돗대에 묶인채로 사이렌의 천상의 목소리를 듣게다고 덤빈 율리시스는 사이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심리적인 동요에 빠집니다. 트로이 전쟁 때 집에 두고온 신부 페네로페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면서 유혹하고 아들 테라마커스의 목소리도 들리면서 율리시스의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리고 자신이 기둥에 매달리기전 부하들에게 지시했던 명령을 잊은 듯 이렇게 외칩니다.

 

"노를 멈춰라!!!!!!!!!! 날 풀어라!!! 이 괴물들아"

 

 

ㅇ 투자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과 너무도 똑같다.

 

자산배분전략, 가치투자전략 혹은 오랜 기간 백테스트와 전진분석 등으로 검증된 다양한 매매 로직 등은 원칙대로 운용되어져야만 합니다.

정말 훌륭한 투자원칙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실전 투자에 사용한 이들은 처음에는 호기롭게 그 전략을 따라갑니다. 그런데 수시로 악마의 유혹 사이렌은 찾아오지요.

 

미국 금리가 인상될듯하여...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IS테러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하여... 특정테마주가 폭등하였네... 등등등 다양한 사이렌의 유혹과 같은 뉴스들이 투자자들에게 매일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때, 투자자들의 마음에는 사이렌과 조우한 율리시스와 똑같은 심리가 피어오르게 되지요.

 

"전략을 멈춰라!!!!!! 예외적 케이스다!!! 융통성도 없는 괴물아!!"

 

그리고 정말 허무하게 전략을 풀어버리고 맙니다. 이는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고 맙니다.

오랜기간 고민하여 자신의 선택한 전략을 또는 자신이 공을들어 철저하게 검증하여 완성하고 세팅한 전략을 단 하루밤에 고민으로, 단 1분의 결정으로 전략을 용도폐기하여 버립니다.

이런일은 너무도 흔하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가치투자자라며 안전하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선택한 개인투자자 중엔 사이렌의 유혹의 목소리에 일순간에 모든 가치주를 팔고 테마주에 모든 투자금을 몰아넣고 "인생은 한방이라"며 자랑하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혹은

시장에서 들려오는 경제불안, 증시불안 등에 대한 공포심을 일으키는 사이렌의 목소리가 들리면 원칙을 세웠다는 투자자도 자신의 계좌에 소규모 손실에 덜덜 떨며 "이 전략에서 탈출하겠어"라며 일순간에 모든 종목을 매도하고 시장을 탈출하기도 하지요.

 

이는 개인투자자 뿐만 아닙니다.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이렌에게 유혹당한 임원들의 압박에 매니저들은 자신의 전략을 용도폐기하여 결국 펀드는 그저 시류에 편승하는 펀드로 몰락하기도 합니다.

(과거 IT버블당시, 차화정 장세 때, 그리고 작년 제약/바이오 주가가 오른다고 비중을 높은 케이스 등)

 

 

ㅇ 강건한 전략을 세웠다면 귀를 막거나 돗대에 몸을 묶는 심정으로!

 

저 lovefund의 경우는 뉴스에 대하여 마음의 동요가 거의 없습니다. 뉴스에서 이러든지 말든지라는 마음으로 필자 스스로의 전략을 공고히 지켜갑니다. 투자심리에 귀가 있다면 그 귀를 꽉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분들은 현실적으로 그러질 못하지요. 강건한 전략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억지로라도 지키고 싶으시다면 율리시스가 했던 것처럼 몇가지 강제를 본인에게 취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스마트폰에 증권거래 앱을 지우십시요.

요즘 스마트폰에 증권사 앱을 가진 분들 많으십니다. 단순히 시세조회용이라 하지만 사람마음이란게 신기한게 가까운 것에 도구가 있으면 사용하게 됩니다. 원칙을 세워 투자하던 분이더라도 손에 들고다니는 모바일기기에 증권거래앱(MTS)가 있으면 어느 순간 사이렌에 홀린듯 매매하여 원칙을 깨트리게 됩니다.

 

둘째, PC에서 HTS를 삭제

이는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 중에 하나이지요. PC를 켜면 접속이 용이한 HTS를 사용하게 되면 시세 변동이 눈에 들어오고 결국 주문버튼에 손이 나가게 됩니다. 율리시스가 자신의 몸을 돗대에 묶어 놓듯 HTS를 볼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아예 삭제하십시요

 

셋째, 일부러 수수료가 비싼 증권사 오프라인 거래를 하라?

장기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자들 중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싼 증권사를 찾아갑니다. 매매할 때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수료가 싼 증권사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경우 매매가 빈번해지는 경향이 큽니다. (장기 가치투자 원칙을 세웠다는 이도 단타 매매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치투자자 중에는 HTS나 MTS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오프라인 거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수료가 비싸 매매를 줄이려하고, 오프라인 전화 주문을 할 때 불편함이 있기에 거래가 강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방법이든 사이렌의 유혹과 같은 감정을 흔드는 것에 대해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장벽을 만들도록 하십시요. 그저 저 멀리 울리는 작은 메아리정도로만 들리게 말입니다.

이는 개인,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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