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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한국 사회가 주식투자를 터부시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by lovefund이성수 2017. 8. 29.
한국 사회가 주식투자를 터부시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어제 필자의 글 "주식투자 2030세대가 크게 줄었다?"의 글을 쓰고 난 후, 왜 그들이 주식투자를 외면하는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여보았습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있겠습니다만 어릴적부터 "주식투자로 낭패"를 본 앞 세대의 본 경우가 많았었고 그리고 그 때마다 부모로부터 "너는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고, 그토록 주식투자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지 오늘 글에서는 곰곰히 생각 해 보고자 합니다.

 

 

ㅇ 1980년 이후, 전 국민을 흥분시키고 패닉에 빠지게한 3차례의 증시 쇼크

 

우리증시를 뒤돌아서 살펴보면, 큰 폭의 하락장은 어려번 있었습니다만 전 국민이 주식시장에 광적으로 뛰어들었다가 하락장을 맞은 경우는 4번 있었습니다.

 

1980년대 3저 호황 후 80년대 후반에 깡통계좌 정리 사건으로 한번, 1990년대 후반 IMF사태로 또 한번, 2000년 IT버블이 붕괴되면서 또 한번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로 깊은 투자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4번의 증시 패닉 직전에는 공통적으로 전 국민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드는 광적인 현상이 나타났었지요.

 

1980년대 중후반의 3저 호황에 따른 폭등장 때에는 농촌에서 소를 판 노인이 증권사에 등장하였었고,애를 포대기에 싸고 들쳐업은 애엄마들이 증권사 지점에서 자주 보였다 하지요. 그리고 그 후 88년 올림픽이 끝난 후인 89년부터 약세장 조짐이 나타났고, 90년의 깡통계좌 정리 사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일이지요. 그 당시 소를 팔아 주식투자한 시골 노인은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고 당시 젊었던 분들은 현재 60대 이상의 연령에 들어서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깡통계좌 정리 대상 계좌수가 1만여개를 넘었다 하지요. 그나마 80년대 후반~90년사이의 증시 충격은 엄청난 인구가 투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몇집 건너 한집씩 패가망신한 가정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보니 이 때부터 "주식투자를 위험하다"라는 말이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공공연하게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1989년~1990년 지금.. 2030세대 중 30대가 태어날 즈음부터 말입니다.

 

두번째 증시 붕괴는 이후 IMF사태에서 발생하였고 그나마 주식투자를 한다는 이들을 모두 나락으로 내몰았습니다. 주식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는 일들이 허다하였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IMF사태 때 쇼크는 다음에 이어질 99년~2000년 IT버블 형성과 붕괴 때 겪은 수준에 비하여서는 전국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90년 깡통계좌 소크로 주식투자를 경계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99년 IT버블 형성과 2000년 붕괴 때에는 펀드붐과 같이 엮이면서 전 국민이 또 다시 흥분한 증시 광풍을 만들었습니다. 세번째 증시 광풍과 붕괴였던 것이지요.

"바이 코리아"열풍은 99년 전 국민을 펀드 투자의 길로 뛰어들게 하였으며 닷컴 열풍 속에 코스닥 시장 폭등은 모든 사람들을 광적으로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게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대의 주식을 묻지마 매수하던 시기가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IT버블 붕괴로 코스닥 지수는 1년만에 거의 1/5수준으로 폭락하였고 당시 소위 코스닥 대장주들은 거의 1/100 수준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당연히 전 국민적인 투자금이 주식시장에 쏟아졌던 만큼 그 당시 대부분의 가정이 주식투자와 펀드 투자로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2000년 IT버블이 붕괴될 당시는 현재 20대가 태어나 자라고, 30대가 머리가 굵어져 집안 돌아가는 사정을 모두 이해하던 그 나이 때입니다.

당연히 부모들은 "너는 주식투자 절대 하지마라"라고 자식들에게 설파했으며 그 당시의 분위기는 2000년 당시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오기도 하였을 정도입니다.

 

이 때부터는 전 국민적인 주식투자에 대한 금기시 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90년 깡통계좌 사태 그리고 IMF사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전 국민적인 주식투자와 펀드 열풍이었기 때문이지요.

 

[한국 증시에 큰 상처를 남긴 3번의 버블과 붕괴]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였습니다.

2003년~2007년 상승장이 지속된 한국증시와 글로벌 증시는 2007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전국민적인 열풍이 또 다시 불어닥칩니다. 은행창구에서는 예금을 팔지 않고, 주식형펀드를 파느라 바빴고 투자자들은 줄을 서서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난리였지요. 

 

그 당시 분위기는 1999~2000년 IT버블 시기보다도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였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못난이 전업 주식투자자 이준하(정준하 분)는 2007년 여름 주식투자로 대박을 내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그 당시 주식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환호는 대단하였습니다.

결혼 자금을 잠깐 빼내어 펀드에 투자한 이들, 노후 자금을 모두 차이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저소득 층도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며 이웃들에게 자랑하는 모습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모든 이들의 꿈은 무너졌고 어쩌면 이 2008년 금융위기로 사람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염증이 극단에 이렀고, 그 후 10년이 다되도록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고, 몹쓸짓 하는 사람 바라보듯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20대는 청소년기를 거치고, 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이런 상황을 부모에게서(이 부모는 20여년전 자신의 부모가 깡통계좌 사태를 경험한 것을 보았지요) 그리고 본인이 보고 경험하게 되니 2030세대의 주식투자에 대한 거부감은 무의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ㅇ 위의 굵직한 상황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 몰빵투자, 자산배분 전략의 부재

 

위의 굵직한 사건들을 찬찬히 되집어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종목 혹은 1개 펀드에 몰빵 투자를 했단 점입니다. 2007년에는 차이나 펀드에 몰빵하였고, 99년에는 닷컴주와 같은 기술주에 몰빵, 80년대 후반에는 트로이카주에 몰빵한 투자자들은 결국 1종목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손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산배분전략이 아예 없었단 점입니다.

그저 "대박 수익률"만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다음에 찾아온 증시 패닉에 어찌할지 모르면서 심리적 붕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대박수익률을 원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어서일까요? 2008년 증시 폭락에 대한 100분 토론에서 모 패널이 "탐욕"이라는 학술적인 단어를 썼다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하였지요)

 

당시 증권사 직원, 은행 직원 거의 대부분 자산배분전략을 권하지 않았고 특정 펀드만 팔기에 급급했던 것도 원인이겠지만, 자산배분전략을 권유하는 직원이 있어도 오히려 "그렇게 해서는 수익이 안난다"라면서 자산배분전략을 거부하거나 "복잡해서 모르겠다"라면서 자산배분전략을 등한시 한 결과는 버블 붕괴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현재 개인투자자들 중 많은 수가 변해가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를 만나보면 몰빵투자의 위험을 알기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당연시 하는 경향이 짙어졌으며, 자산배분전략을 거부하기보다는 알고 싶어하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 적어도 차후에 버블형성 후 붕괴가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충격은 만들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시장에 생존 해 있는 개인투자자가 수년 뒤 증시에 열기가 과열되어 있을 때 자신의 투자 성과를

 

"나의 투자 성과는 분산투자와 자산배분전략에서 나왔다"라고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뒤늦게 뛰어든 이들도 자산배분전략과 분산투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체계적 투자 문화는 시장에 부침이 있더라도, 주식투자와 증권투자에 대한 터부시하는 문화 그리고 금기시 하는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2017년 8월 29일 화요일, 확실히 현재 개인투자자는 10년전, 20년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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