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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1990년 대, 가치투자 성과는 어떠했을까?

by lovefund이성수 2017. 10. 12.

1990년 대, 가치투자 성과는 어떠했을까?

어제 야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20여년 전인 1990년 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된 1990년대 서울 영상을 보다보니 한참 혈기 넘치던 그 1990년 대 그 시기가 추억 처럼 머리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1990년대... 주식투자자에게는 만만치 않았던 시기입니다. 응답하라 1994의 배경처럼 90년대 중반 잠시 좋긴 하였지만 IMF사태가 호랑이처럼 90년대 후반 나타나 증시와 경제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기 가치투자의 성과는 어떠했을까요? 지금보다 비이성적인 시장이었기에 더 큰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를 생각 해 보면서 자료를 분석 해 보았습니다.

 

 

ㅇ 1991년 초~ 2000년 말까지 10년간을 분석하여 보다.

 

1990년대 한국증시는 지금보다도 매우 비이성적이었습니다. 92년에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외국인들이 사용한다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투자방식인 가치투자 개념이 도입되면서 저PER주 열풍이 불었을 뿐, 묻지마 투자는 한국증시에 관행이었고 소문과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는 투자가 마치 정석투자처럼 치부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증권사 지점장이 역술인에게 대박 종목을 점지 해 달라고 찾아가기도 했던 시절이었으니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관점에서 보면 금융 원시시대로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가치투자자 관점에서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비이성적인 시장이었다면 엄청난 수익률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었을까?

 

 

ㅇ 나쁘진 않았지만, IMF 충격은 피할 수 없었던 1990년대 가치투자

 

이 자료를 분석하기 위하여 1990년부터 1999년까지의 주가와 재무데이타를 사용하였고, 가치투자 지표로는 PBR개념을 사용하였습니다. 저PBR 100종목, 고PBR종목을 선정하여 주가지수와 비교하는 분석을 하였습니다.

(※ 로데이타의 오류를 보정하는 정도와 연구 방법에 따라 결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90년대 저PBR 100종목의 주가지수 대비 연도별 상대 성과]

 

 

위의 자료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연도별 주가지수대비 저PBR 100종목 포트폴리오의 상대적 수익률을 막대도표로 준비한 자료입니다. 90년대 초중반인 91년부터 96년까지는 주가지수대비 우월한 성과를 저PBR 포트폴리오는 만들었습니다. 91년부터 96년까지 종합주가지수 대비 연평균 21%p 앞선 우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놀라운 성과였고, 1994년에는 누적 수익률 228%까지 올라섭니다. 4년만에 투자자산이 3배 이상 커진 것입니다.

 

그런데말입니다. 95년부터 조짐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주가지수보다 성과가 좋았다고는 하지만 95년부터 주가지수가 하락세가 시작되니 절대 수익률은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IMF사태가 터진 97년에는 저PBR가치주 포트폴리오들도 동반급락하면서 묻지마 투매에 따른 수익률 악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90년대 저PBR 종목군과 고PBR종목군의 누적성과 추이]

 

 

등락을 거듭한 끝에 1991년~2000년까지 저PBR 종목군의 누적성과는 41.4% 그리고 종합주가지수는 -27.5% 그리고 고PBR종목군의 누적성과는 -68.6%를 기록하게 됩니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성과입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IMF충격은 투자 성과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ㅇ 90년대 가치투자 성과에서 몇가지 팁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 가치투자 성과와 주가지수의 성과를 비교하다보면 향후 증시흐름에서 가치투자가 겪을 수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1997년 IMF사태의 케이스입니다. 가치주의 경우 일정수준의 완만한 하락세에서는 주가지수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IMF사태와 같은 시스템붕괴와 금융위기가 발생하게되면 묻지마 투매가 발생되게 됩니다. 비슷한 예로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가치주와 주가지수의 하락률이 비슷하였습니다.

 

두번째로 1999년과 같은 극단적으로 광기 어린 장세에서는 가치투자에게 고난의 시기가 된다.

1999년은 IT버블이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던 시기입니다. 닷컴열풍으로도 불리는 이 시기 전기전자/기술주/IT에 투자하지 않는 이들은 바보 취급당하였고 당시 워런버핏도 그 바보 중에 한명으로 치부되었습니다. (99년 당시 워런버핏이 한물 갔다는 비아냥이 언론에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이번 연구 자료에서도 그 현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주가지수 대비 -85%p낮은 성과를 저PBR종목군이 기록합니다.  이 정도의 수익률 괴리와 차별화를 이겨낼 가치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 시기 전 세계 가치투자에게는 고난의 시기였고 해외 가치투자자 중에는 펀드매니저 자리를 잃는 경우도 허다하였습니다.

 

세번째 하지만 적어도 고밸류 종목군보다는 높은 성과를 기록하였고 결론적으로 주가지수보다 앞섰습니다.

위의 [90년대 저PBR 종목군과 고PBR종목군의 누적성과 추이] 도표에서 보시면 고PBR 종목군의 누적성과는 -68.6%입니다. 쉽게 -70%손실인 것입니다. 91년 초부터 2000년 말까지 10년동안 고평가 종목군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매우 안좋은 성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에 반하여 저PBR종목군은 +41.4% 수익이라는 성과를 만들면서 주가지수의 -27.5%하락보다 매우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게 됩니다.

출렁임은 있었지만 결국 90년대 가치투자는 성과를 만들어 내었던 것입니다.

 

 

ㅇ 역사는 반복되며, 가치투자는 성과를 이어가는데 : 문제는 심리

 

90년대 IMF사태로 인한 영향으로 인해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가치투자는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2000년대 가치투자는 시장 안정과 더불어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게 됩니다.

 

저PBR 종목군들의 경우 2001년 초부터 2010년 연말까지 574.9%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306.4%상승한 것보다 2배 가까운 수익률 성과를 만들게 됩니다. 이 이후 2010년대에도 성과는 지속되면서 2011년 초부터 2016년 연말까지 주가지수가 -4.4%하락하는 동안 저PBR가치포트는 111.8%라는 높은 성과를 기록하게 됩니다.

 

[2001년초 이후 2016년까지 저PBR가치투자 성과의 퍼포먼스]

 

 

하지만 이러한 가치투자 방식을 과거부터 알고 있다하더라도, 수익률을 오롯이 내 수익률로 만든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10년을 두고 볼 때 2~3개은 가치투자 성과가 주가지수대비 뒤쳐지는 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1999년 IT버블과 같은 극단적인 차별화 장세를 이겨낼 수 있는 투자자 얼마나 될까요? 혹은 2003년의 스몰캡의 역차별화 장세는? 2010년 차화정 장세 속에 여타 종목들의 부진이 발생했을 때는? 그 시기 투자심리를 이겨낸 투자자는 극소수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는 분도 많으시겠습니다만 올해, 생각보다 많은 가치투자자를 지향했던 투자자분들이 시장의 변화에 순응해야한다면서 다른 투자 방식으로 전향하였을 것입니다.

 

하기사 1년은 사람에게는 너무도 긴 시간일 수 있습니다. 마치 올해 처럼 말입니다.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과거 90년대 증시에서 현재 증시를 비추어 보며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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