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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넛지, 주식시장에서의 현상을 생각 해 보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10. 13.

넛지, 주식시장에서의 현상을 생각 해 보다.

리차드 탈러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이후, 탈러 교수의 저서인 '넛지'를 책꽂이에서 꺼내 읽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결정을 내릴 때 무의식적인 심리(자동시스템)가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긍정적인 사회현상을 만들기 위하여 무의식적인 심리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쪽으로 결정을 유도하게하는 넛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사례를 보다보니, 은근히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투자 문화를 긍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몇가지 넛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ㅇ 금융 위기 이후, 포트폴리오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종종 필자는 한국예탁원이 매해 초 발표하는 '12월 결산사 보유 종목수별 주주 분포'자료를 통해 3종목 이하의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이들이 아직도 70%를 넘고 있다는 점을 강조드려왔습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경우가 많지요. 필자는 그 자료를 언급드릴 때마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을 강조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이런 방식의 설명은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하는 무의식적 심리(자동시스템)을 자극 시킬 수 없다는 것을 탈러 교수의 저서 '넛지'를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따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아직도 70%이상의 투자자가 소수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남들도 그렇게 한다는데?"라는 무의식만 자극 시킬 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관점을 바꾸어 설명을 다시 드려보겠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라고 말입니다.

근거가 없이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요.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매년 초 보도자료로 내놓는 '12월 결산사 보유 종목수별 주주 분포'자료를 참고하여 보면, 2009년에 4종목 이상을 투자하는 투자자의 비중이 25.8%에서 2016년에는 27.5%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비율의 증가 수준으로 보면 대략 6%이상 증가율 폭이 커진 것입니다.

 

[다수의 종목을 보유한 투자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원자료 : 한국예탁결제원]

 

 

이는 종목수가 더 많아질 수록 그런 경향이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5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한 투자자는 2009년 18.7%에서 2016년 20.5%로 증가율 폭으로는 9.6%증가하였습니다. 심지어 10종목 이상 투자한 투자자의 비중은 2009년 5.8%에서 2016년 7.0%로 그 증가율은 20%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즉, 현재 투자자들은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스타일에서 다수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 속에 아직도 특별한 기준없이 한두종목에 집중투자를 하시겠는지요?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미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ㅇ HTS를 PC와 스마트폰에서 삭제한다면?

 

사실 스캘핑이나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굳이 시시각각 주가를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투자 주기에 맞추어 시세를 확인하면 될 뿐 1초 단위로 움직이는 주가에 괜히 심장을 졸이며 투자심리까지 동요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컴퓨터에 그리고 스마트폰에 HTS와 MTS가 깔려있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실행시켜 주가를 조회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작은 주가 변동에도 심리가 동요되어 원치않은 주문을 하게 되지요. 이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에 MTS와 컴퓨터에 HTS를 삭제하시는 것도 하나의 긍정적인 넛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1분 단위로 주가를 확인하여 마음 졸이게 하는 현상에서 벗어나 긴 시간 단위로 주가를 확인하게 되면서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 가치투자를 하는 이들 중에는 아예 수수료를 높은 증권사로하여 거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수료가 싸면 무의식 중에 매매가 잦아지게 되는데 반대로 수수료가 비싼 증권사에서 직원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거래하게 될 경우의 비용 부담을 생각하면 매매가 크게 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담직원을 두게 될 경우 반드시 조건을 달아 놓으십시요.

 

"절대! 가격이 올랐거나 내렸다는 이유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라. 중요한 공시가 있을 때만 알려달라"

만약 이 약속을 어길 경우, 계좌를 빼겠다고 으름장을 꼭 두시고 말이죠.

 

이렇게 넛지 현상을 이용하여 무의식적인 거래 횟수만 줄여도, 투자 성과는 한층 레벨업 되게 됩니다.

 

 

ㅇ 자산배분전략, 자신의 특별한 날에 맞추어하는 것도 방법

 

 자산배분전략은 이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연한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는 한 종목으로 쇼부를 스타일이야!"라고 하던 분들이 큰 투자 손실을 경험했거나, 약세장에서 낭패를 보거나 혹은 투자 사기에 휘말린 사례들이 많았다보니 이제 투자자들도 현명 해 져서 자산배분전략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자산배분전략을 거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산배분전략은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금을 반반 나누어 주기적으로 비율을 조절하는 50vs50 전략과 같은 매우 간단한 방법부터, 다양한 투자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산배분전략 등 규칙들은 다양합니다.

 

간단히 취할 수 있는 자산배분전략의 경우 수시로 자산을 리밸런싱하지 말고 1년에 한번 정도만 리밸런싱 하시기를 권장드리고 있습니다. 사람 손이 가는 노고도 줄일 수 있고 신경을 덜 써도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런 기준을 세웠다하더라도 리밸런싱 시기를 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일"을 기준으로 리밸런싱하시라고 필자는 설명하곤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생일은 특별한 날이니 자신의 투자자산도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다시 비율을 맞출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필자의 경우는 전담 증권사 직원이 시기가 되면 전화로 알려줍니다. "이번달에 종목교체 및 자산배분 리밸런싱 하시는 시기입니다."라고 말이죠. 증권사 직원의 경우 고객마다의 이슈를 알려주는 CRM이 갖추어져 있기에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알림이 직원에게 가거나 혹은 해당 직원이 수시로 일정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바쁜일로 깜빡 잊더라도, 이런 알림이 있게 되면 규칙적으로 자산배분전략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ㅇ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자신의 투자 철학과 같은 투자서나 연구자료를 보시라.

 

주식시장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되면, 머리 속에서는 무의식적인 판단(자동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숙고 시스템)과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합리적인 판단(숙고시스템)은 차분히 원래 세워둔 전략을 이행하라고 하지만 무의식은 모든 투자원칙과 시스템을 무너트리라는 인간적인 명령을 지속적으로 내립니다.

 

아마 이 순간 술을 한잔 진하게 마셔 취해있거나, 옆에서 누가 감정적인 자극 (예를들어 주식투자를 못한다면서 자존심을 긁는다거나)을 가하게 될 경우 무의식의 본능적 자동시스템은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말 것입니다. 이런 때 스마트폰에 MTS가 켜져있거나 한다면, 분노속에 매매 주문은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오판을 막기 위한 작은 방법이 바로 자신의 투자 철학과 같은 투자서나 연구 자료를 찾아 읽는 것입니다.

가치투자자라면 가치투자에 관련된 연주자료를 모멘텀 투자자라면 관련 모멘텀 투자 연구자료를 특정 소수 종목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해당 기업과 업황 관련 최신 자료를 확인하면서 무의식이 결정하는 자동시스템을 억누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유명한 SF영화/드라마인 스타트렉에서 스팍박사가 냉정한 판단으로 인간들의 감성적인 결정을 억눌렀던 것처럼 말입니다.

 

[SF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스팍박사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처럼...]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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