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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스몰캡에서 나타나는 주문 집행 알고리즘:너무 티 난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10. 16.

스몰캡에서 나타나는 주문 집행 알고리즘:너무 티 난다.

대다수의 개인투자자의 경우 주문을 눈에 보이는 호가에 넣기에(집행하기에) 주문집행 알고리즘에 대해 생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거대자금을 운용하거나 큰 자금을 위탁주문하는 곳에서는 단순히 눈에 호가가 보인다하여 매수/매도 주문을 넣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의해 주문을 집행하게 됩니다.

대규모 자금이 주문집행 될 경우 시장에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그런데 선진화된 증시에서는 이 패턴을 스텔스화 하지만 요즘 한국증시 스몰캡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너무도 패턴이 뚜렷합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매도 시스템 작동, 점심 먹고 와서 또 매도 시스템 작동"

 

 

ㅇ 주문집행 알고리즘 : 대규모 자금은 필수적인 개념

 

독자 여러분이 수백,수천억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라 가정 해 보겠습니다. 만약이 이 자금을 매수/매도 한다면 무턱대고 매수/매도 주문을 넣게 될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다름대로의 규칙을 세우게 되지요. 한달에 걸쳐서 매매 주문을 한다거나 그 한달 중에도 매일 주문을 넣는다거나, 혹은 이틀에 한번씩 주문을 한다거나 등등의 규칙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 중에서도 어떻게 매매할 것인지 규칙을 세울 것입니다. 10분마다 한번씩 정해진 수량대로 혹은 1시간에 한번씩 혹은 그외 다른 규칙들도 만들 수 있겠지요.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주문 집행 알고리즘"이라 합니다.

 

가장 쉬운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반적인 위탁주문이 집행 될 때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인 수량을 체결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해외/국내 어느 곳에서든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 이를 TWAP(Time Weighted Average Price) 방식이라 합니다.]

 

장중 내내 규칙적인 시간에 규칙적인 수량을 체결시키게 되면 장중 평균가로 매수 혹은 매도하게 되기에 트레이더(딜러)는 장중 평균가대비 가격대비 유리하게 주문을 체결 시킬 수 있습니다.

 

 

ㅇ 거대자금 매매 : 스텔스 기능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증권사HTS에 보면, 이런 대규모 자금의 규칙적인 매매를 파악하여 역이용하는 메뉴들이 늘었습니다. 쉬운 예로 장중 내내 1초 단위로 "7주"씩 매수한다거나 혹은 "1004주"씩 매수하는 특정 패턴이 있다면 이 자금 성격이 시장을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거대자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이런 기능들을 개인투자자나 HTF(고주파거래)쪽에서 역이용한다면 대규모 자금이 주문 집행은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주문의 패턴을 스텔스화 합니다.

즉, 규칙적으로 매매하지 않고 스텔스 전투기 처럼 레이다를 교란시키기 위하여 다른 매매 규칙 패턴으로 만든다거나 혹은 아예 랜덤화하여 자신들의 주문을 스텔스화 합니다.

 

그러다보니, 매매 규칙을 파악하는 HTS기능들이 초창기에 비하여 그 성능이 약해지긴 하였습니다. 그런데 스텔스 전투기의 전파방해 기능이 좋아진 것처럼 이를 또 역으로 파헤치는 역스텔스 기능이 생기는 것처럼 또 다른 기능들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런데말입니다.

최근의 스몰캡(유가증권 시장 소형업종, 코스닥 Small지수)의 분봉 차트를 보면, 이런 스텔스 기능은 아예 쓰지 않고 너무도 눈에 띄는 매매 패틴으로 주문집행이 발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자동 매도 주문 실행, 점심 먹고와서 2차 매도 주문 실행"

 

 

ㅇ 누구냐 넌? 그런데 너무 티난다.

[코스닥 스몰업종지수에서 나타나는 주문집행 알고리즘 패턴]

[패러디사진참조 : 영화 올드보이]

 

9월 중순 스몰캡 하락 이후,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시장에서 관찰되었습니다.

"개장하자마자부터 매물 출회 후 점심 시간 후 재차 매도물량 출회"

 

너무도 패턴이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대형주가 아닌 소형주들이다보니 스텔스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주문집행알고리즘은 너무도 확연히 눈에 보였습니다. 개장하자마자 1시간, 점심먹고 1시간의 패턴이 나타났다는 것은 (Volume Weighted Average Price(VWAP))라는 주문 집행알고리즘 개념을 변형하여 쓴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이 VWAP주문집행 알고리즘은 통계적으로 거래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매도하는 것인데, 보통은 장초반과 장후반에 매매를 집중시킵니다만 이보다 빨리 주문을 마치려한다면 장후반 주문 대신, 점심시간 직후 주문으로 해도 무관합니다. 보통 점심먹고 난 후인 13시(오후 1시)부터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몰리기 때문이지요.

 

대략 한달여 이런 주문집행 패턴이 스몰캡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매도시 그 주문 강도가 매우 강하다보니 종목의 특징이나 고평가/저평가 여부 상관없이 스몰캡 전반적인 낙폭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 매도 주문의 주체는 어디인지는 모릅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씨가 읊었던 대사처럼 "누구냐 넌!"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패턴이 너무도 뚜렷하여 약점이 노출되고 역이용될 수 있음을 생각 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요즘 가치주 소형주를 매수하고자 한다면 개장 직후 살 것이 아니라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충분히 하락하면 사거나, 점심 시간 후 1시간이 지난 후 산다면 더 싸게 살 수 있겠지요? 이런 것이 바로 거대자금의 주문집행을 역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매도 주체가 최근 증권가에서 돌고있는 특정 펀드의 포트폴리오 교체일 수도 있고, 외국계 펀드의 청산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실한건 매도는 끝이 있다는 점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도할 수 밖에 없는 거대 자금의 정책 변화는 결국 시장을 왜곡시키는 과정에서 비이성적인 주가 수준을 스몰캡에서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왜곡, 필자는 매우 반갑게 생각하는 요소입니다. 만약 이번 스몰캡 하락 과정이 소위 "고평가"된 종목들만 하락하였다면 오히려 불안해 했겠지만, 저평가/고평가 가릴 것없이 모두 헐값으로 투매하시는 어쩔 수 없는 큰 자금의 상황을 필자는 역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 거대 자금을 주문집행하시는 프로그램이든 트레이더든 패턴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티나는데 말이죠.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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