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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14년 전, 2004년 말에 나타난 산발적 종목 상승

by lovefund이성수 2018. 4. 26.

14년 전, 2004년 말에서 05년 초에 나타난 산발적 종목 상승

벌써 14년 전이로군요. 2004년... 주식시장에서 옛날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 과거 증시의 모습은 현재 시장 현상에 투영되기도 하기에, 시장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보면 과거 시장이 떠오르곤 합니다. 특히 최근에 스몰캡 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마치 2004년 말에서 2005년 초에 스몰캡에서 나타났던 산발적 순환 상승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흐름이 있은 후... 2005년 증시는 엄청났지요.

 

 

ㅇ 2004년 후반 : 스몰캡의 오랜 역차별 장세가 끝나가던 시기

 

2000년 IT버블이 붕괴된 이후 코스닥 시장 뿐만 아니라 덩달아 거래소 소형주들도 큰 주가 하락을 경험하였었습니다. 그 하락은 한 해로 끝난 것이 아니라 2001년에서 2003년까지 지속되었고 2004년에는 그나마 완화되었지만 주가지수 전체 대비하여서는 아쉬운 감이 컸었습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와 소형업종 지수를 비교하여 보면, 2001년에 종합주가지수가 37%상승하는 동안 4.6%정도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고, 2002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9%하락하는 동안에 소형업종은 34%급락, 2003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29%급등하는 동안에 소형업종지수는 8%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리고 2004년 그해 8월까지 상대적 약세는 조금 줄어들며 종합주가지수는 0.88%하락하는 동안 소형업종지수는 2.33%하락하였지요.

 

그런데 2004년 후반부터 스몰캡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시기 소형주 중에는 이익도 꾸준히 내고 자산가치도 충분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PER레벨이 2~3배까지 내려갔거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0.1배(10%)까지 내려간 종목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배당수익률은 10%넘어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였을 정도이니 최근 증시 기준으로 볼 때에는 "물반 고기반"이었던 시장이었지요.

 

하지만... 그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IT버블 붕괴 이후 수년간 이어진 피로감에 빠져나가고 있었고, 주식투자를 오래 해왔던 이들도 주식에서 손을 떼고 다른 업이나 다른 투자처로 주식투자금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1년에서 2004년 여름까지 역차별을 받았던 소형업종지수]

 

 

그러했던 그 해. 2004년 말.

갑자기 종목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산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세가 지속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제법 높은 상승을 보였다가 사그라들고, 또 다른 종목에서 갑자기 치고 올라왔다가 사그라드는데 마치 두더쥐 잡기 게임처럼 여기에서 "툭" 저기에서 "툭"하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사그라든다 해서 크게 하락하는 것도 아니고 상승폭을 어느 정도 유지하더군요.

 

마치, 봄날 쑥이 쑥쑥 올라오듯 말입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니 잠깐 조용한 순간 다른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등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2005년 2월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환은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저평가 되었던 아무 종목이나 붙잡고 있으면 1~2주 내에 치고올라가면서 엄청난 주가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그런일이 있은 후 2005년 1,2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2%정도 상승하는 동안 소형업종지수가 40%급등하는 묻지마 상승세가 시작되었고, 2005년 스몰캡 랠리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ㅇ 2004년 후반에 있었던 에피소드

 

그 당시 필자는 제약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고 그 영향을 받아 필자의 절친한 친구 아버지도 그 당시 경동제약을 제법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당시 제약주에는 PER레벨 5배 미만, PBR 0.1배, 배당수익률은 은행 1년 이자에 몇배 씩 나오는 종목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 제약주 버블 논란과는 정 반대로 덤핑 가격에 있는 종목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대략 2년 정도 보유를 하시던 친구 아버지께서는 배당수익률도 쏠쏠하게 얻으시긴하였습니다. 그런데 2004년 후반 갑자기 스몰캡의 산발적인 랠리 속에 경동제약도 치고 올라가자, 수익률 20%정도에서 모두 매도하셨습니다. 명분은 다시 내려오면 다시 매수하시겠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 후 2005년 내내 경동제약은 상승이 이어지더니, 친구 아버지가 매도하신 가격에 5배를 상승하였습니다.

(친구와 이를 가끔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특히 친구가 아쉬워하는 건.. 그 매도한 돈이 결국 그 당시 유행하던 기획부동산으로 ㅠㅠ)

 

그런데 이런 유사한 상황들 개인투자자분들 사이에서 2004년 후반에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오래 시장 침체에 있었다보니 지쳐있었고, 주가가 막 상승을 시작하자 작은 수익률에 만족하고 일단 이익을 확보해야한다는 "원초적 본능"이 발동하여 아무런 기준도 없이 매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2005년 스몰캡 랠리를 닭 쫓던 강아지 지붕쳐다보듯 하다가 2005년 후반에서야 뒤늦게 뛰어들게 되더군요.

 

[14년 전 필자의 친구 부친께서, 2004년 후반 작은 이익에 매도했던 경동제약의 주가 추이]

 

 

 

ㅇ 최근 산발적으로 치고 나오는 소형 가치주들이 많이 보인다.

 

그 당시의 화려한 스몰캡 랠리 직전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형주의 산발적 상승세를 보면 2004년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봄날 쑥이 올라오듯 여기서 쑥~ 올라왔다가 잠시 쉬고, 저기서 쑥~ 올라왔다가 쉬는데 점점 그 순환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라왔다 쉬는 종목도 그렇다고 해서 상승폭에 비하면 크게 하락하는 것도 아닙니다.

 

필자의 경우는 수의 가치주 후보군의 가격 동향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종목들의 가격 흐름을 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몇몇 소형 가치주들이 남북 경협 관련 이슈에 편입되어 치고 올라가는 듯 하더니, 다른 이슈로 인해 치고 올라가는 소형 가치주들이 나타나고 여기 불쑥 올라왔다가 잠시 사그라들면 다른 종목에서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환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치주들 전체의 상승률이 그리고 소형업종 지수 자체의 상승률이 어느 사이엔가 높이 올라와 있더군요.

마치 2004년 후반 나타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었기에 지난 4월 23일(월) 필자의 증시토크 "증시 그리고 자산시장에서 자금흐름의 격변기인 최근"에서 시장 흐름과 물길이 발밑에서 바뀌고 있다고 언급드렸던 것입니다.

 

자... 물론, 2004년 후반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해서 2005년처럼 앞으로 장세가 나타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증시 자금 흐름이 기조적으로 그 이전 2017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발적으로 쑥 올라오는 종목들에는 쑥처럼 사람키정도만 자라는 종목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나무처럼 쑥! 올라와서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상승하는 종목도 있을터입니다.

 

이런 장세 변화 속에서 개인투자자가 주의해야할 것은 그 이전 박스권 장세에서 익숙 해진 짧은 이익에 만족하고 매도하는 습관입니다. 자칫... 2004년 후반 필자의 친구 아버지가 겪으셨던 것처럼 오히려 큰 기회를 포기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단, 위의 전제 조건은 버블 가격 수준에 있는 종목은 제외입니다.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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