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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삼성전자 액면분할, 거래 재개 후 세 가지 단상

by lovefund이성수 2018. 5. 4.
삼성전자 액면분할, 거래 재개 후 세 가지 단상

3일간의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 정지 후 금요일 삼성전자는 1/50 액면분할을 마치고 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액면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 파격적인 액면분할 이후 첫 거래일에 보이는 5만원대 삼성전자 주가는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까지도 합니다. 액면분할 이후 거래 재개 속에 나타난 삼성전자 주가를 보며 느끼는 몇가지 단상을 금요일 증시토크에서는 남겨보고자 합니다.

 

 

ㅇ 단상 1 : 이제는 만(萬)만한 가격인 삼성전자 주가 그리고 엄청난 수의 주식 수

 

250만원이라는 황제주의 영광을 누려왔던 삼성전자, 이제는 1/50의 파격적인 액면분할 이후 주가는 5만원대 가격에 들어왔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가격대에 따라 불리는 유머 섞인 호칭이 있습니다.

 

1000원 미만의 종목들은 동전주, 100만원 이상의 종목들은 황제주라고 불리는 것처럼 만(萬)원 영역에 들어와 있는 주식은 "만(萬)만한 주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100만원 이상 250만원대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있을 때에는 매매하기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5만원대로 내려왔으니 이제는 부담없는 만만한 주식이 된 것이지요.

예전에는 1만원이 애들 세뱃돈으로 큰 돈 이었지만 요즘에는 5만원이 아이들 세뱃돈으로 쥐어지곤 하니 5만원의 가격은 투자자에게는 부담없이 다가오는 만만한 가격대일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거래 재개되는 것을 보며 필자의 머리 속에는 계속 "萬萬"이라는 단어가 맴맴 돌았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주식수가 지구에 있는 인류 인구수만큼 많아졌습니다. 액면분할 이전에는 1억2천만였지만, 50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가를 낮추며 주식을 분할하는 1/50 액면분할 이후 주식수는 세계 인구와 맞먹는 64억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주식수는 차후에 여러가지 주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ㅇ 단상 2 : 64억주의 주식 수, 삼성전자 주식 분산이 더 커질 것이다.

 

만만한 주가로 내려온 삼성전자, 이제는 1주를 사더라도 애들 용돈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다른 의미로 주식 분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액면분할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소액주주수]

 

 

액면분할 이후의 주주수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하여 2015년 중순에 1/10 액면분할 한 아모레퍼시픽의 소액주주 수를 살펴보았습니다. 2015년 액면분할 이전에는 소액주주수가 1만명 선이었습니다만, 액면분할이 있던 2015년에는 3만4천명으로 3배 넘게 늘고 2017년에는 5만5천여명으로 5배 넘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런 비슷한 현상이 1/50로 액면분할한 삼성전자에서도 나타날 것입니다. 2017년 연말 기준 소액주주 수가 14만4283명인 삼성전자가 아모레퍼시픽 수준으로 증가할 경우 대략 2년 후에는 70만명으로 소액주주가 증가할 수 있음을 추정 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저치일 것입니다. 1/50 액면분할로 인해 만만한 가격의 주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명(대략 350만명)의 소액주주로 주식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주가에 여러가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긍정론 부정론 모든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론에서는 새로운 소액주주들 자금 덕분에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보자면 주식 분산으로 인해 매물이 언제든지 출회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로 인하여 액면분할 이후 주가 변동성이 위아래로 커질 수 있음을 염두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한편으로는 주식 분산은 소액 주주간의 통일된 의견을 내기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ㅇ 단상 3 : 역시 개장 초반에는 거래하지 않는게 좋다?

 

대부분의 주식 거래는 아침 초반에 거래가 폭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매매를 결정했다한다면 아침 초반에 그 주문을 집행하거나 예약주문을 걸어놓은 주문이 일시에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의 거래량도 개장하자마자 엄청난 거래량이 발생하였습니다.

 

거래정지 직전 거래일에 첫 1분 거래량이 3만주 정도였습니다만, 오늘 첫 1분 거래량은 액면분할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훨씬 초과한  617만주에 이르렀으니 오늘 삼성전자의 장초반 거래에 쏟아진 주문은 가히 놀라울 정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거래 시스템의 체결 지연이나 오류에 대한 우려를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유력 종목들의 액면분할 후 거래시스템에 큰 부하가 걸려 일부 체결지연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장 초반 삼성전자에 쏟아진 체결 호가를 보면서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긴 하였습니다만 ,큰 문제없이 체결이 소화되더군요. 이를 보면서 갑자기 99년 2000년 초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그 옛날 당시에는 체결 지연으로 장마감 후 저녁까지 체결 데이타가 뒤늦게야 들어오던 일들이 비일비재하였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식시장 특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아침 초반에 주문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아침 시초가가 전일 종가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그런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거래비용 때문에 이를 매매로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경향을 지표로 만들어 확인 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지표를 만들고 2001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일 종가와 당일 시가의 등락률을 복리로 누적하여보았습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에서 나타나는 원나이트 사이의 등락률 갭]

 

 

당일 시가와 전일 종가의 등락률 갭은 다른 표현으로 밤사이 등락률 갭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원나이트 등락률 갭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등락률 갭을 복리로 누적하게 되면 위의 표에서 보시는 바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당일 시가가 전일 종가보다 높은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시초가에 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을 집행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 위의 개념은 거래비용 문제가 있기에 실제 매매로직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오늘 삼성전자에서도 이런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으며, 아침에 강하게 유입되는 매수세 속에 주가가 상승하였던 삼성전자는 개장 후 1분 만에 대부분의 매수세를 사용해서인지 그 이후에는 슬금슬금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주식시장의 한 가지 속성을 떠올렸습니다. 역시 매수 주문은 개장 후 몇시간 지난 후에 해야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하기에 최근 매매 집행 알고리즘에서는 장 초반에 매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저 마음 급한 매수 주문이 먼저 들어오게 되지요.)

 

 

ㅇ 삼성전자 액분 후 주가 단상을 마무리 하며...

 

액면분할 후 첫날  삼성전자의 주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한국증시에서 역사적인(?) 이벤트이기도 하기에 저의 증시토크에 그 단상들을 글로 남겨보았습니다. 이제는 만만해진 삼성전자의 주가...

그리고 그 이후의 주가 흐름은 어찌될지는 예측불허의 영역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삼성전자 액분은 주식시장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 되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후 특징들을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는 리포트들과 논문들이 차후에 등장하겠지요. 그 많은 리포트들 중에 저의 글이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며 오늘 증시토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5월 4일 금요일, 어린이날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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