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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국민연금, 호사가들의 수익률 조롱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by lovefund이성수 2018. 8. 16.
국민연금, 호사가들의 수익률 조롱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광복절 전날 하루 짧은 휴가를 내었더니 몇 주가 흘러간듯한 느낌입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계속 경제 뉴스와 칼럼들을 뒤적거리다보니 국민연금 수익률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보이더군요. 지난달 말에 나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5월 말 기준 자산군별 수익률 자료를 토대로 호사가들은 국민연금을 폐지해야한다는 강경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국민연금 자산의 소멸 시점이 2060년에서 2056~57년으로 앞당겨진 점도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즘.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해서도 호사가들의 조롱섞인 말들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롱을 보다보면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현 상황과 많은 부분 오버랩 되는 듯 합니다.

 

 

ㅇ 5월 성과 실망스럽다하는데... 8월 말 기준으로는 더 실망스러울텐데?

 

올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간 수익률은 0.49%(연환산 1.16%)로 공시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언론과 다양한 경제 관련 글들은 1%p수익률이 필요한 이 때 수익률이 엉망이라며 이런 저런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특정 업종에 투자하지 않은 국민연금을 비난하기도 하더군요. (실제 국민연금의 주식포트폴리오 공시자료를 보면해당 업종은 고평가 우려감 때문인지 비중이 거의 없긴 합니다.)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수익률 현황(2018년5월말 기준)]

[자료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월간공시]

 

 

올해 5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연환산 전체 수익률 1.16%...

여기에 더하여 무서운 이야기를 드려볼까요? 아마 8월 현재 시점으로 따지면 올해 국민연금의 2018년 연환산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되어있을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 추이를 분석 해 보면 종합주가지수에 시장평균 배당수익률을 더한 정도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기준 종합주가지수가 -9.4%하락하였으니 배당수익률 포함한 수익률은 대략 -8% 하락하였겠지요? 그렇다면 국내주식비중 러프하게 20%잡으면 전체 자산 수익률에서 -1.6% 감소 효과가 있으니, 오늘 현재 기준 올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되어있을 것입니다.

 

아마 10월 정도 공시 자료가 발표되면 사람들은 더 흥분하며 이러쿵 저러쿵 기금 운용에 대하여 의견들을 쏟아낼 것이고, 아마 국정감사에서는 또 다시 이런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도 등장하겠요?

 

"아니!!! 주식같은 도박에 어떻게 국민연금 같은 국민의 자산을 투자 할 수 있는가!!!!"

(허허허....)

 

 

ㅇ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성과 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을 못하였는가? 위의 국민연금의 공시 자료를 보면 그런데로 운용을 잘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의 경우는 1988년 설정 이후 30여년간 연 8.37%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국내채권이 같은 기간 연 4.84%수익률을 만든 것에 비하면 대략 2배가까운 높은 성과를 국내주식이 만들었습니다.

 

최근 3개년 수익률을 보더라도, 국내주식은 연 11.58% 성과를 내면서 전체 수익률을 연 5.61%로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하였습니다. 만약 호사가들의 "주식처럼 도박 자산에 어떻게 국민연금을 투자할 수 있냐~~~!!!!"는 의견 대로 100%채권에만 투자하였다면 3개년 전체 수익률은 연 5.61%가 아닌 연 2%수준에 그쳤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1988년 이후 30여년의 기간에서도 주식투자 비중이 없었다면 전체 연환산 수익률은 6.02%가 아닌 5%정도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입니다.

 

즉, 국민연금은 그런데로 기금운용을 잘 해왔고 국내 주식투자 또한 나쁘지 않게 잘 운용 해 왔습니다.

(※ 물론 주식비중이 있기에 한두해 수익률이 뒤쳐질 수 있어도 장기 성과는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린 효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ㅇ 국민연금의 상황 : 룰베이스 기반 투자자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올해 증시 하락이 지속되면, 국민연금이든 일반 개인투자자든 계좌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에 들어서면서 본인 스스로 혹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특히 규칙을 정해 두고, 전략대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그 규칙에 대한 심적 고통이 증시 약세 기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커지게 됩니다.

 

주변에서 조금씩 비아냥 거리는 조롱섞인 의견들이 마음을 쿡쿡 찌르기 시작하는데 그 심적 고통은 상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부간에 재정권을 상대방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혹은 그렇게 투자할 바에야 하지 마라는 식에 공격적인 발언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 조만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그대로 겪을 것입니다.

금융을 모르는 국정감사 위원은 "주식처럼 위험한 자산에 어찌 투자하느냐!!" 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뉴스에 비추기도 할 것이고, 고평가 되었더라도 버블이 있는 종목에 과감히 투자해야한다면서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에 대해 훈수를 두는 위원들도 등장하겠지요.

혹은... 그 국민연금으로 좋은 일에 쓰자며 자기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에 기부를 종용하며 쌈지돈 쓰듯 압박을 가하고 있을 것입니다. 

(※ 몇년 전에는 특정 기업을 도와주자며 압박을 가하여 의결권을 포기하여 잠재적 손실을 키우기도 하였지요.)

 

이 모든 상황들이 전략적인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상황과 국민연금이 너무도 똑같습니다.

 

 

ㅇ 누가 뭐라해도 정해진 규칙은 지켜져야!

 

예전에는 동네마다 평상이 있어서 그 곳에서 장기들을 많이 두곤 하였습니다. 장기를 두다보면 주변에 사람들이 우루루 둘러싸 한마디씩 훈수를 둡니다.

 

"거 봐라, 포 로 차를 먹었어야지. 내말 대로 했어야 이기는데.."

"졸로 포를 막았어야하는데, 저 머저리 같이 장기를 두네" 등등등

 

그런데 사람들의 훈수 하나하나에 휘둘려 장기를 두면 어찌될까요? 내 자신의 수는 사라지고 그저 팔랑귀에 다른 사람의 훈수에만 메달려 장기를 두는 상황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 전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사공많은 배처럼 자신의 장기 말은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설프게 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호사가들은 이기면 "거봐라!!! 내 덕분이지?"라며 당신의 승리의 기쁨을 채갈 것이고, 만약 진다면 모두가 당신이 장기를 못둔 것이 원인이라 비아냥 거리면서 또 다른 이유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하여 호사가들의 말이 많습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와 여러가지 내부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기금 운용 자체에 감 내와라 배 내와라하며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뉴스들과 호사가들의 글을 휴가기간 보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규칙을 세우과 룰베이스 기반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은 것을 필자도 잘 알고 있습니다.그 투자자들이 최근 겪는 기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의 상황과 너무도 비슷할 것입니다. 이런 때일 수록,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규칙은 철저히 지키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휘둘리면 마치 장기판에서 훈수꾼들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장기를 두는 것처럼 결국 이도저도 아닌 투자를 하고 말 것입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호사가들에 말에 신경쓰지 말고 정해진 규칙대로 기금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글을 더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질 듯하여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8월 16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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