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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왜? 도박으로 치부되었나?

by lovefund이성수 2015. 9. 17.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왜? 도박으로 치부되었나?

과거에 비해서는 주식투자를 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지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주식투자"에 대한 일반인이 가지는 이미지는 도박,패가망신,폐인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새며느리가 주식투자를 안하니 참으로 착하다고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에서는 아직도 주식투자를 마치 도박하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증시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ㅇ 1962년 5월 증권파동, 모 아니면 도의 책동전

 

이제는 50년도 넘은 이야기인 1962년 5월 증권파동은, 한국 증시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증권관련 파문은 있긴 했습니다. 1958년에 국채파동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사회전반인 문제로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962년 5월 증권파동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상장주식수는 15개도 안되던 시기, 대증주(대한증권거래소)의 주가가 1961년 11월부터 상승하면서 반년만에 300배나 폭등하였고, 이런 분위기 속에 한전주와 미창주(미곡 창고) 그리고 해공주(해운공사주) 등도 10배 이상씩 급등하였습니다.

이런 증권파동은 투자자들을 당시 한국 금융의 심장부인 명동으로 몰리게 하였고, 시장상인, 암달러상,서민들도 투기 열풍에 가담하게 됩니다.

 

결국 1962년 5월에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과거 6년치 거래량을 만들고, 수도결제 불이행이 터지면서 당시 증권파동을 만들었던 주식들을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면서, 1963년에는 1/200수준까지 주가 대폭락을 겪게 됩니다.

 

[1963년 증권파동은 자살자를 만들었다, 자료 : 동아일보 1963년 2월 18일자]

 

당시, 1백만원을 손해본 투자자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63년 1월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시기 서울 4대문밖 기와집이 20~30만원에 구입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 돈 가치로 10여억원가까운 손해를 보았던 것입니다.

결국 증권파동에 따른 사회적으로 충격은, 주식투자의 이미지를 투기판,도박으로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됙고 말았습니다.

 

 

ㅇ 1990년 깡통 계좌 정리 사태

 

1980년대 한국증시는 억눌렸던 밸류에이션이 폭발하면서 그리고 3저시대(저금리,저환율,저유가)라는 한국 경제에 우호적인 분위기 속이 5년이 넘는 상승장이 만들어집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은 국민적 자신감을 키워가면서 트로이카주(금융,무역,건설)가 주축이 되는 강세장이 전개 됩니다.

1980년대 초중반 종합주가지수는 100p부근이었지만, 단 5년여만인 1989년에 1000p를 달성하기에 이릅니다.

 

주가지수가 10배 올랐으니, 개별종목에서의 랠리는 더 화려했고,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었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로 사람들을 몰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시골농부까지 영농자금을 들고 증권사에 찾아와 투자하고, 객장에서 시세판을 살펴보는 진풍경이 1980년대 후반 나타납니다.

 

당시, 이상하게도 신용융자를 무조건 끼고 투자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단기간에 몇배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리고 오랜 상승장으로 주가하락이란 것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신용융자는 주식시장에서 만연하였습니다.

(마치 지난 봄, 중국증시 투자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던 주식시장이 1989년 이후 1000p에서부터 꺽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990년 가을에는 500p대까지 폭락하기에 이릅니다.

 

 

[1990년 깡통계좌 정리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 시기 증권사에서는 담보금이 미달된 깡통계좌를 강제청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의 컴플레인도 있었고, 과거 수년간의 강세장이 있었기에, 반등하면 모두 회복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계속 하락하면서, 깡통계좌의 손실은 규모는 더 커지게 되었고, 급기야 1990년 10월 10일 깡통계좌 981억원의 주식을 증시안정기금에 강제매각하는 깡통계좌 정리를 강행하기에 이릅니다.

 

투자자들로서는 손실이 확정되면서, 패가망신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로 인하여 깡통계좌 정리 당시 증권사 객장 직원들의 옷과 넥타이는 성난 투자자들로 인해 찢어지고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이 당시 깡통계좌 정리는 미흡한 규모여서 추후에 추가 깡통계좌 정리가 이어지면서, 한국증시에 "깡통계좌"라는 단어를 고유명사로 만들어 버리게 되었고, 주식투자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됩니다.

 

 

ㅇ 2000년 IT버블 붕괴

 

21세기가 임박한 1999년, 전 세계는 밀레니엄을 앞두고 흥분에 휩쌓여 있었습니다. 우리증시는 IMF사태를 겪었지만 미국증시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을 중심으로 IT버블 장세를 만들어 오고 있었던 차에 1999년 한국증시도 동반 IT,벤처붐을 일으키게 됩니다.

 

96년에 미국 그린스펀 연준의장이 비이성적인 증시 과열이라고 평가하였지만, 강세장 심리속에 무시되고 전 세계는 99년 IT붐, IT버블로 극단에 이르게 됩니다.

 

당시 한국은 벤처붐과 엮이면서, 강남 테헤란로에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터를 잡으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테헤란 밸리라 불리었고, 눈먼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벤처기업들의 투자자금은 테헤란 밸리 뒤에 은밀한 술집에서 밤마다 흥청망청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은 그 열기가 광적으로 이르러, 매출도 극히 미약하고 적자인 기업이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을 넘어 조원단위까지 올라서고, 기업들은 회사 이름을 "~~테크", "~~기술" 등과 같은 벤처기업의 색깔로 바꿀 때마다 주가는 천정부지로 폭등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999년 12월 정부 관계자가 "주식시장은 버블이다"라고 발언했다가 투자자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주랠리는 이어지면서 코스닥지수는 2000년 초 292.55p(당시 코스닥지수, 지금은 수치만 10배 커진 2925.5p)를 찍기에 이릅니다.

 

[2000년 IT버블은 일장춘몽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 시기, 강남 테헤란로에는 강아지들도 수표를 물고다닌다는 농담이 돌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코스닥에 투자하지 못해서 난리였으며, 펀드투자 열풍도 불어 바이코리아 열풍은 대단하였지요.

그리고 2000년 전 세계 IT버블은 붕괴되었고, 한국 코스닥시장은 1년도 안되어 1/5 수준으로 폭락하기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주식은 도박이야"

 

 

ㅇ 투기는 도박이지만, 투자는 장기 수익률을 만든다.

 

62년 증권파동, 90년 깡통계좌 정리, 2000년 IT버블 붕괴 등 그 직전에 주가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이 광적으로 몰리던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레버리지"를 극대화 하였다는 점입니다.

있는돈 없는돈 모두 끌어와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입니다.

 

이러한 투기는 단기간에 승부를 내야만 하기에, 그 속성이 도박과 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면 그 짜릿함이 온몸을 전율케하지만, 반대로 손실을 만들게 되면 막대하 재산상 피해와 좌절감을 겪게 합니다.

과거 폭락장 직전,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레버리지 투자를 당연히 해왔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바보취급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패가망신과 투자실패로 귀결되었지요.

 

최소한 자기자금으로만 주식투자에 임한다면, 큰 낭패를 면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진다하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빚을 내어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에 비하여 마음의 여유가 있기에 장기투자가 가능해 지면서, 단기적인 승부보다는 긴 그림으로 투자에 임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하여 급하게 매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마치 카지노에서 룰렛을 계속 돌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주식투자가 도박이 아닌 투자로 바뀌어야할 때가 아닐까요?

1962년 첫 증권파동이 나타난지 50년이나 흘렀는데 말입니다.

 

2015년 9월 17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올림

 #도박 #투기 #주식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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