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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ELS 낙인 소식, 오히려 다른 투자 관점을 볼 수 있다.

by lovefund이성수 2016. 1. 13.

ELS 낙인 소식, 오히려 다른 투자 관점을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중국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홍콩H지수까지 급락하면서, 중국발 ELS공포가 계속 뉴스화 되고 있습니다. 몇몇 ELS는 손실이 확정되는 낙인 선을 넘어 서면서 ELS손실규모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1월 장세. 그런데, ELS낙인 현상을 보다보면, 오히려 비관론과는 정반대의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ㅇ 작년 최고치에서 만들어졌던 홍콩H지수 관련 ELS들..

 

금융투자업계 자료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8500선 이하로 내려갈 경우 109개(발행금액 1100여억원) ELS가 원금손실구간에 들어서게 되고, 8000선 이하로 들어갈 경우 220개(6780억원)의 ELS가 원금손실 구간인 녹인에 들어서게 됩니다.

 

[홍콩H지수 추이, 작년 4월 이후 40%넘게 하락하다]

 

 

국내에서 종목ELS 낙인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금융회사들은 지수형 ELS에 집중하였었고 수익률 재고를 위하여 홍콩H지수를 지수형ELS의 기준 지수로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작년 중국증시가 하락할 때,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다보니, 작년 가을만하더라도 홍콩H지수발 낙인 우려는 기우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하기사... 금융상품 개발시 사용하는 정규분포 가정하에서는 통계적으로 가능성은 극히 낮았겠지요)

 

하지만, 발행 당시에는 생각치도 않았던, 50%가까운 지수 하락률이 홍콩H지수에서 현실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Fat Tail현상이라하여, 정규분포상에서는 몇천년에 한번씩 일어날 일이라도, 현실에서는 자주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올해 나타나려하는 것입니다.

 

벌써 다수의 ELS는 낙인구간에 들어왔고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는 점점 가중 되어가면서 ELS에 관한 흉흉한 뉴스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ㅇ 겁쟁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 기계적/제도적 겁쟁이가 만드는 투매

 

지난 1월 5일자 글 "시세는 겁장이가 만든다. 중국 서킷브레이커를 보며..."라는 글에서 언급드린바와 같이 시세는 겁쟁이들에 변동성을 높이며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금융시장에서 겁쟁이는 투자심리에 좌우되는 심리적 겁쟁이 뿐만 아니라 제도적 또는 기계적(프로그램적)인 겁쟁이도 존재합니다.

 

특정 손실 구간을 넘어가면 매도를 하는 손절매라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글을 읽는데 수월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과거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시스템이 미국 증시 하락에 반응하며 일시에 매도물량을 쏟아냄으로써 발생한 투매도 기계적/제도적 겁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LS 낙인 또한 기계적 겁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ELS설계 때부터 일정 배리어를 넘어가면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하여 상품마대 다르지만 선물/옵션 또는 현물이 매도 포지션을 취하며 시장에 악성 매물을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2014년 한국증시에서 ELS낙인에 해당되는 종목들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다, 낙인으로 인하여 악성매물이 쏟아지고 폭락이 발생했었지요.

 

이런 기계적 겁쟁이의 투매는 시장 가격에 몇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ㅇ 기계적 투매가 만든 효율성 vs 비효율적 가격 형성

 

기계적 투매(ELS낙인, 기타 프로그램 손절매 등)로 인하여 특정 주식의 주가 또는 지수가 추락할 때에는 두 가지 정반대의 현상이 동시에 발생됩니다.

 

하나는 가격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점입니다.

즉, 만약 X종목의 주가가 현재 1만원이지만 5천원이 되어야 적정하다면, ELS낙인 등으로 인한 기계적투매가 효율적 주가까지 단시간에 하락시켜버립니다. 즉, 간섭없는 정상시장에서는 한달정도 걸릴 하락이 하루만에 나타나며 효율적인 주가를 만듭니다.

 

그런데... 두번째 비효율적인 주가문제가 이후에 동시에 발생합니다.

짧은 시간에 주가가 반영되는 것은 좋지만 기계가 투매를 하다보니 적정 수준을 넘어선 주가하락을 만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매매로직들이나 시스템,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등 다양한 로직들이 연쇄적으로 투매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적정한 수준 이하로 밀려내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적정수준 이하로 내려간 주가는 가치투자자들의 매수를 자극하여 바닥이 형성되게 됩니다.

 

즉, 이 과정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ELS낙인으로 인해 주가 바닥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안에 만들어 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ELS 낙인 후 주가가 바닥권에 들고 오히려 주가 상승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4년 초, 삼성증권 종목ELS낙인은 오히려 주가 바닥을 만들었다]

 

ㅇ 고맙다.. ELS낙인 : 지지부진하게 오래 하락할 증시를 빨리 하락시켜주어서

 

홍콩H증시 쪽이다보니, 물론 한국 증시에서만큼의 강력한 시그널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이 HSCEI(홍콩H지수)를 기초로한 ELS발행금액이 작년에 46조원을 기록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홍콩증시에 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중국/홍콩증시 하락 속도를 가속화하여 조금 더 빨리 바닥을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ELS, 금융상품으로서의 매력 여부를 떠나 낙인이 연이어 발생할 때, 시장에 바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하였던 과거 선례를 기억할 때 홍콩 쪽 증시의 바닥이 멀지 않았음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홍콩과 상관도가 높은 중국증시 그리고 중화권 증시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증시도 하락의 끝이 가까워 옴을 생각하게 됩니다.

 

고맙다..ELS들아 휴먼인덱스를 넘어 머신인덱스(Machine Index)가 되어주어서...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K-CIIA,증권분석사회 정회원)

 홍콩H지수 #기계적투매 #증시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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