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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잊혀진 증시 재료, 3저시대

by lovefund이성수 2016. 2. 2.

잊혀진 증시 재료, 3저시대

저유가, 저금리, 원화가치 저평가를 의미하는 3저시대. 과거 한국 경제에 큰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80년대 후반 경기 호황을 만들어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3저의 상황이 나타나게 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다라는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최근 3저 시대는 왠지 과거처럼 경제에 모멘텀은 제공하지 못하고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잊혀진 증시 재료 3저시대, 잊혀졌기에 오히려 더 의미를 두고 싶어지는군요.

 

 

ㅇ 응답하라 1988, 3저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과거 추억의 시대가 그 중심에 있고, 우연히도 각 세대들이 기억하기에 나름 경제가 풍요로웠던 시절이 지나갑니다. 응답하라 1994는 90년대 중반의 경기 호황을, 응답하라1997은 IMF라는 고비가 초반부터 나왔지만 99년의 IT호황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어려웠던 1980년대 초반 경제가 후반으로 갈 수록 풍요로워지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지던 시기였지요.

 

특히 3저시대는 1980년대 더욱 두드러지게 한국 경제에 모멘텀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저 중에 핵심인 "유가"가 80년대 중후반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도 고공권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면서 저금리를 만드는 동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유가파동 후 80년대 안정화된 유가, 자료참조 : FRED]

 

 

1970년대 원유를 생산하는 OPEC국가들이 자원을 무기화 하고, 이스라엘과 중동 주요국들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파동이 나타납니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까지 유가가 10배가까이 치솟았으니, 그 당시 석유 한방을 나지 않는 한국에서는 파동이 일어나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지요. (워낙 유가 폭등이 심해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한국 디폴트 위기설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유가가 86년부터 폭락하면서 하향 안정권에 들어서게 됩니다. 세계 각국이 유가가 올라가니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서 되려 유가가 폭락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 석유 절약 관련 홍보 책자에보면 원유가 "30년"분 밖에 없다고 나와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석유 절약이 절실하였지요)

 

이렇게 유가가 하락하니,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70년대 중후반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당시 연준의장인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고금리 정책으로 금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자연스럽게 미국 기준금리는 낮아지게 되면서 80년대 중후반 저금리 상황에 접어들게 됩니다. (81년 거의 20%수준에서 87년 7%대)

 

 

[80년대 미국 연준 기준금리 추이, 자료 : FRED]

 

 

그런데 저유가,저금리라는 호재에 한가지 강력한 호재가 85년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플라자 합의였습니다.

80년대 초반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달러가치를 높여 수입을 늘리면서 무역적자를 키웠고, 내부적으로는 고금리로 인하여 제조업체들이 크게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유가하락과 함께 금리를 낮추어가는 과정에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욕구는 클 수 밖에 없엇습니다.

특히 당시 일본과 독일은 대미 수출이 워낙 크다보니 미국입장에서는 무역역조에 대한 불만이 높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독일,일본과 1985년 가을 플라자호텔에서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합의를 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한국과 이웃국가로 나름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가 플라자합의 전 235엔/$에서 86년 이후에는 120엔/$까지 내려가면서 엔화 초강세가 나타나기에 이릅니다. (이로 인하여 일본은 자국 경제 방어를 위해 일본 금리를 내렸고, 80년대 후반 일본 버블을 만드는 신호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ㅇ 한국 3저 시대 호황으로 증시도 대폭등

 

 

[응답하라1988_80년대 화려한 증시, 자료 : lovefund세미나]

 

 

그런 3저 시대 호황으로 우리 한국 증시는 80년대 중반부터 화려한 랠리를 이어갑니다.

85년까지는 완만한(?)상승세를 보이다가 85년부터는 폭등세가 나타나면서, 85년 140p였던 종합주가지수는 89년에 1015p까지 폭등장세가 나타나기에 이릅니다. 당시 3저시대 호황에 따른 뜨거워지는 경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등으로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커졌던 것입니다.

단 4년여만에 7배 이상 급등한 종합주가지수는 이후 3저시대가 마무리 되면서 버블에 따른 후휴증을 크게 남겼습니다만, 3저시대 호황은 우리 한국경제와 증시에 화려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ㅇ 94년, 99년, 2000년대 중반 랠리 시작점에도 3저시대는 같이 있었다.

 

그 이후 94년, 99년, 2000년대 중반 상승랠리 시작점에는 저유가,저금리,저환율이라는 3저의 공통점이 자주 등장하였습니다.

예를들어 2000년대 중반 상승장의 경우, 그 직전 2003년까지 낮은 수준에 있었던 저유가 그리고 IT버블붕괴 및 카드 대란 등으로 불안한 경제 구조로 인한 원화약세 여기에 2000년 IT버블붕괴와 2001년 911테러 및 2003년 봄 이라크전으로 인한 미국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저유가/저금리/저환율(원화) 상황이 나타났고 그 후 2007년까지 4년간의 상승 장을 만들게 됩니다.

 

[2000년대 중반 랠리 직전에 나타난 3저시대, 자료 : lovefund세미나 & FRED]

 

 

ㅇ 중요한건 심리.. 경제주체들의 심리

 

최근 3저 시대가 다시 찾아왔지만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가계부채 급증, 저유가로 인한 중동 산유국의 경제 부진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증시 또한 3저 시대의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럴당 30$에 불과한 유가, 미국 연준 금리는 올렸다고는 하지만 겨우 0.25%라는 거의 제로수준의 금리, 원달러는 1200원대 들어와 원화가치는 크게 낮아져 있는 현재 상황... 3저라고 하기에 모자란 것이 없지만 시장은 겨울 날씨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그런데, 과거 3저 시대가 되고도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기 직전에도 경제와 증시는 극도로 차가웠습니다.

2000년대 중반 증시와 경제 회복시기에도 2003년까지 경제와 증시는 차갑게 식었고 사람들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낮아졌었으며, 99년 IT버블 당시에도 그 직전 IMF사태 등 일련의 경제 위기로 경제 주체들은 비관론에 쌓여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93년 3저 시대 시작점 때에도 그 직전 깡통계좌 정리라는 증시 초유의 사태가 있었기에 투자자들과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꽁꽁 얼어붙어있었으며, 85년 이전에도 경기 불황 뉴스는 연일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경기불황"으로 검색한 뉴스 검색 수 추이, 자료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3저 시대가 만들어져있는 저유가/저금리/저환율 상태는 마치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같은 꽃망울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이피고 투자자심리,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는게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 직전까지는 "3저시대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로 경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작은 이슈로 인해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일순간에 시장에 호재가 쏟아지게 되지요.

그 마음은 너무 순식간이어서, 미래 어느날 뒤돌아보면 어쩜 그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지금.. 3저 조건이 모두 충족된 현 시점... 아마 시장은 마치 봄에 개화를 기다리는 꽃처럼 작은 호재가 톡 대어주길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추운 겨울처럼 심리는 얼어붙어있겠지만 말입니다.

 

2016년 2월 2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1988 #투자심리 #경제심리 #활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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