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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 게임, 막바지에 느끼는 단상

by lovefund이성수 2016. 6. 10.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 게임, 막바지에 느끼는 단상

3월,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TV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 대회를 개최하였고, 여기서 필자는 해설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제 대회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이 시점에 이 대회를 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번정도 정리하고자 오늘자 칼럼 주제로 잡았습니다.

 

 

ㅇ 생각 1 : 대회기간 3개월, 로보어드바이저를 평가하는데 너무 짧은 시간

 

인간 세계 관점에서 3개월은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남녀가 만나 대략 3개월이 흐르면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100일 파티를 하기도 하고, 군대 전역을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에게는 3개월은 마치 30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투자자의 심리상 3개월은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지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투자 대회가 지루함도 없애고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 3개월로 끝나는게 관례화 되어있습니다. (한국주식시장에서는 말입니다.)

 

문제는 이 3개월이라는 투자대회가 개인투자자의 무의식에 작용하게 됩니다.

3개월 동안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실력가"로 평가되지만, 3개월 동안 우연히 나쁜 수익률을 만들경우 "바보"로 평가절하되어 버립니다.

얼마전 ISA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뉴스에 종종 등장했던 문구에도 이런 무의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최기 3개월 수익률을 보아야한다는 논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문화로 인하여 투자대회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3개월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종목들로 무리한 베팅을 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이를 또 당연시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잡게 됩니다.

 

이번 인공지능vs인간의 투자 대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인간팀은 소위 승부주라 불리우는 고변동성,성장주,헬스케어와 같은 종목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고 여기에 집중투자(3종목)를 하면서 짧은 대회기간에 승부를 보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과연 장기투자를 지양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대회 승패를 떠나 짧은 기간에 평가받게될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시선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만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수익률 빅매치, 사진참고 : 한국경제TV]

 

 

ㅇ 생각 2 : 인공지능팀 중 한팀... 왠지 운영자의 개입을 의심 해 본다.

 

로보어드바이저,퀀트,알고리즘 트레이딩,시스템트레이딩 등의 체계화된 매매로직은 전략이 구축되고 운영되기 전에 이미 오랜기간 백테스팅을 하고 전진분석과 실전 분석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전략을 확정짓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전략이 실전에서 적용될 때 나오는 종목군의 색깔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 독특한 특징이 로보어드바이저 특징과 수익률 움직임에 특색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팀 중 1개팀의 경우 6월 종목 교체 시 확연히 그 특색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만하더라도 플러스알파를 크게 추구하기 위하여 부채비율이 높은 종목을 많이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해당 인공지능은 6월 종목교체 시에는 재무구조가 매우 탄탄한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더군요.

 

즉, 6월 이전 포트폴리오들의 경우 금융주,일부 부채비율 과대종목 제외한 평균 부채비율이 200%를 훨씬 넘었습니다. 하지만 6월 종목교체 된 종목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6%수준으로 크게 낮아졌고,

평균PBR수준도 6월 이전에는 1.28배에서 6월 포트폴리오는 0.7배로 크게 낮아진 종목들이 포트에 들어왔습니다.

 

이는 해당 인공지능팀 운영자가 전략에 중간 개입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져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수익률 대회상 불가피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략을 중간에 정말로 바꾸었다면... 원칙을 무너트린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ㅇ 생각 3 : 일부 참가자 총거래대금이 너무 크다.

 

매매를 액티브하게 하는 방식들, 매매 회전률을 낮게 가지고 가는 방법들은 나름대로의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매회전률이 낮은 전략은 전반적으로 장기수익률을 추구하고 시장흐름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에 반하여 매매를 액티브하게 하는 투자방법은 시장이 어떠하더라도 수익률을 추구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되게 되고, 보통 모멘텀 플레이어에게서 자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잦은 매매는 나름대로 명분은 있긴 합니다.

"시장 하락에 방어하기 위하여 "

"모멘텀이 있는 더 좋은 종목을 매수하기 위하여"

"이익 실현을 하고 눌리면 재매수하기 위하여"

 

그런데 매매 회전률, 총거래대금이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비용"이라는 문제는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변수로 자리하게 됩니다.

 

인공지능팀에서도 그렇고 인간팀에서도 그렇고 일부 참여자의 총거래대금은 과한 수준에 이르기도 하였습니다. 총 1억원의 투자자금으로...

 

인간팀의 L참가자는 첫 세팅 제외하고 8억8천여만원을 매매하였고 (원금대비 880%), 인간팀의 S참가자는 첫 세팅 제외하고 6억3천여만원을 매매하였고 (원금대비 630%), AI인공지능팀에서도 R참가자가 첫 세팅 제외하고 4억8천여만원 을 매매하였습니다. (원금대비 480%)

 

대회기간 2달 반정도에 이 정도의 매매대금이라 한다면 1년으로 기간을 늘려 추정하여 보면

인간팀의 L참가자는 1년 추정거래대금 42억원

인간팀의 S참가자는 1년 추정거래대금 30억원

AI인공지능팀의 R참가자는 1년 추정 거래대금 21억원입니다.

 

액티브한 매매가 수익률을 만들고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 것을 예상하여 이런 매매 회전률이 나온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렇지 못할 경우 너무 잦은 매매와 매매대금은 수익률에 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ㅇ 생각 4 : 인간팀 본인의 투자 철학은 유지하였다.

 

[AI팀과 인간팀의 수익률 흐름과 예상추이]

 

인간팀 참여자들의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의 특징은 명확하였습니다.

집중투자, 헬스케어 중심의 성장주 이런 특징이 대회 초반부터 있어왔고 대회 후반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투자원칙을 지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냅니다.

만약 이렇게 공격적으로 운영하던 참여자가 중간에 소위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대규모 전환하였다면 "줏대"없다는 비난을 들었을 것입니다.

 

대신, 이런 투자 성향이 짧은 기간에 투자대회였기 때문에 실전에선 안정적인 포트를 담았길 바랍니다.

종목의 특징상 수익률이 발생할 때에는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때는 높은 변동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크게 하락하였다가 크게 올라간다하더라도 그 변동성에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것은 아마 인간팀 참여자들도 경험적으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외 이번 인공지능과 인간의 투자대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 속에 이번 대회의 승패에 대하여 어떻게 될 것인지 필자에게 많은 분들이 묻곤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답을 드립니다.

 

짧은 관점에서는 AI인공지능팀이 이기길 바란다.하지만

장기적관점에서는 인간팀이 이겨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이죠.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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