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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인공지능vs인간의 수익률 빅매치를 결산하며...

by lovefund이성수 2016. 7. 4.

인공지능vs인간의 수익률 빅매치를 결산하며...

제가 대회 해설위원으로서, 3월 말부터 6월말까지 진행된 AI(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 빅매치가 3개월여의 대회기간을 마치고 종료되었습니다. 알파고 이슈 이후로 한국 금융시장에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로보어드바이저, 그 분위기 속에 한국경제TV가 기획한 인공지능vs인간의 수익률 빅매치.

대회 기간 중, 참여자들의 투자행태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반응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과 번뇌가 머리에 스쳤습니다. 방송에서는 이야기하지 못했던 말들, 오늘 글에서 이야기드려보려 합니다.

 

 

ㅇ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

 

대회 기간 인공지능팀의 평균수익률 0.28%, 인간팀의 수익률 -5.17%로 인공지능팀이 승리하였습니다. 초반에는 인공지능팀이 너무도 큰 수익률 격차로 앞서 갔지만, 시간으 흘러갈 수록 격차가 줄어들면서 인간팀이 역전 할 뻔도 했었지만 결국 인공지능팀이 승리하였습니다.

 

그나마 인간팀의 한 선수가 단 하루(6월30일)만에 수익률이 폭등하면서 전체 수익률 2위로 마감하기는 하였습니다만, 대회기간 내내 인공지능팀이 1,2,3위를 인간팀이 4,5,6위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끝났습니다만, 해설위원으로서 이 대회를 볼 때 여러가지 생각이 오갔습니다. (시대적 중심에 있다는 생각, 불편한 생각, 당황스러운 모습들 등등등)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 빅매치에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필자]

 

 

ㅇ 인간팀 응원자, AI팀 응원자 양쪽에 압박을 받다.

 

어찌보면,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자존심 싸움이었던 이번 대회를 보는 증권업계 분들의 반응은 조금은 공격적이었습니다. 인간팀을 응원하는 증권업계 분들(특히 영업쪽 분들)은 저의 해설에 "너무 인공지능에 편파적으로 해설하는게 아니냐"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왕왕 계셨습니다.

 

필자는 인공지능/인간 특별히 편을 두지않고 해설을 했는데 인간팀을 응원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지셨나 봅니다.

 

이러한 모습은 인공지능(퀀트,알고리즘트레이딩)을 하시는 분들에게서도 보였습니다.

"너무 인간팀을 편애하는게 아니냐...."

 

중간에서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지금 업계에서 느끼는 심리적 충돌을 그대로 볼 수 있어 나름 의미를 두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중요한 분기점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양쪽에서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ㅇ AI팀과 인간팀, 포트폴리오 색 차이가 매우 명확하였다.

 

대회 초반부터 AI팀과 인간팀의 포트폴리오는 색깔이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특히 인간팀은 3개월이라는 대회 기간에 승부를 내야하다보니 성장주 및 집중투자 형태의 전략을 그리고 인공지능팀은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여, 가치투자 종목을 주력 포트폴리오로 삼았습니다.

 

두 전략은 극명한 색깔차이를 만듭니다.

 

인간팀의 전략은 짧은 시간안에 승부를 낼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수의 종목에 집중투자함으로써 "복불복"의 수익률을 만듭니다. 비록 인간팀이 평균 3종목 정도로 분산하기는 하였다하나 헬스케어(바이오,제약)에 집중하거나 게임주에만 집중하여 투자하는 형태가 나타나면서 실질적으로 1종목에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집중한 것과 진배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수익률이 상승할 때는 무섭게 올라가지만, 하락할 때에는 무섭게 하락하였지요.

 

반대로 AI팀의 경우는 12종목으로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치주를 주력 포트로 삼았습니다만, 간헐적으로 리스크가 큰 종목들이 들어옴으로써 알파 수익률을 추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3개월이라는 짧은 투자 기간에 나름 수익률을 조금 더 높여보려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간팀과 인공지능팀간의 변동성 차이]

 

 

결국 이러한 성향 차이는 수익률 변동성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인간팀은 평균 1.88%의 일간수익률 변동성을 기록하였고, 인공지능팀은 1.23%의 일간수익률 변동성을 기록하였습니다. 이 차이는 작은 듯 싶지만, 일간이 아닌 월,분기,년 단위로 가면 매우 큰 수익률 변동성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즉, 인간팀은 인공지능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하이 리스크 & 하이리턴을 추구하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수익률 변동성과 수익률에 대한 평가는 투자자 성향에 따라 틀리기에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분들에게 맞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전략들을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ㅇ AI팀 중... 사람냄새가 심하게 난 엔진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AI,퀀트,로보어드바이저 등은 전략이 실적에 투입되기에 앞서 오랜기간 백테스팅을 마치고 전진분석과 실전분석을 마치고 전략이 실행됩니다. 그러하기에 포트폴리오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인공지능 엔진의 성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딥러닝 기법이 있다면 엔진을 바꾸어가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AI팀중 한 참가팀은 6월 종목 변경 후에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성향이 이전과는 다른 포트폴리오로 세팅되었습니다.

6월 이전만 하더라도 평균부채비율 400%로 고부채비율 전략과 평균 PBR 1.3배로 약간은 공격적인 성향의 포트폴리오를 사용하였던 해당 인공지능 엔진은 6월 포트폴리오를 변경한 후 평균PBR 0.7배로 크게 낮아졌고 평균부채비율 30%대로 그 이전에 비하여 1/10수준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습니다.

 

처음에 이를 접했을 때는 순위 "굳히기"에 들어갔나?라고 보았지만, 이런 굳히기를 위해서는 엔진을 인간인 관리지가 손을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감안 해야만 합니다. 혹은 딥러닝 기법이 사용되거나 말입니다만..

혹시, 6월 브렉시트를 압두고 안정적인 종목이 포트폴리오로 나오게 손을 쓴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는 인간계의 관점에서는 능동적인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감정이 개입 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딥러닝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불편한 미스테리가 만들어 졌다고 봅니다.

 

 

ㅇ 3개월 짧은 기간의 수익률에 의미를 두고자하는 현실 속 사람들

 

이번 수익률 대회에서 수익률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회기간이 겨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속 살람들은 3개월에 나오는 모습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두고자 하지요.

 

대부분의 투자 대회는 거의 대부분 3개월입니다. 3개월 동안의 수익률이 그 대회에 입상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라 판단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 3개월의 모습이 그 투자자 혹은 투자전략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란 것입니다.

 

3개월이라는 제한 시간에 맞추어 억지로 수익률을 높이려한 것에 불과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혹은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만드는 전략이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좋게 나올 수도 있고, 엄청난 손실을 만들 전략이 그 대회기간에만 대박수익률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3개월이라는 시간에 너무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지요.

얼마전 금융권에서는ISA일임형 상품에 대한 수익률 평가가 3개월여만에 나왔고 이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단 3개월의 퍼포먼스가 모든 것을 알려주는 듯 말입니다.

 

하지만 3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은 시간입니다.

남녀간에 연애를 할 때에도 눈에 콩깍지가 쓰인 3개월은 서로가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1년정도 지나면 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투자행태나 투자전략도 적어도 1년은 두고보아야지만 그 수익률의 성격이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과거 2000년 인간vs원숭이의 투자대회가 거의 1년가까이 진행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인공지능vs인간의 투자 대회는 너무도 짧은 기간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3개월만 되어도 지쳐가고, 그 3개월의 막바지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익률에 현격한 차이가 없자 실망한 기색이 여기저기에서 보이더군요... 지루하다는 생각도 했을터이고 말입니다. (7월1일 마지막 방송은 쫓기든 짧은 시간에 끝났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 사람들의 3개월 수익률에서 판단하려하는 모습은 향후 로보어드바이저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지 않으면 폐기되어 버려지는 로봇들의 모습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ㅇ 총평 : 나는 중장기적 관점에선 인간이 압승하길 원했다.

 

누군가 물어보시더군요, 이번 대회 어느 쪽이 이기길 원하는지 말입니다.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AI팀의 승리를, 중장기적으로는 인간팀의 승리를 원한다"라고 말입니다.

 

퀀트,알고리즘트레이딩, 로버어드바이저를 연구하는 필자이다보니 은근히 AI팀이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긴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각에서의 바램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간팀의 승리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양쪽을 모두 응원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비춰지더군요)

 

그에 대한 이유는 로보어드바이저로 포괄되는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깊이 설명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간단히 이야기드리자면

모두가 찬양하는 투자 기법은 모두가 찬양하는 순간 투자효용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2016년 7월 4일 월요일, 로보어드바이저vs인간의 해설위원을 마무리하며...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로보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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