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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펀드 운용원칙 붕괴를 보며, 개인투자자로서 미소를 지어보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3. 24.

펀드 운용원칙 붕괴를 보며, 개인투자자로서 미소를 지어보다

얼마전 증시 관련 뉴스 중에는 삼성전자 비중을 높인 펀드들에 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펀드의 이름을 보아도 삼성전자를 편입할 것 같지 않은 펀드들이 최근 1년사이 삼성전자의 비중을 크게 높였던 것이지요.

물론 삼성전자를 편입하는 것이 운용규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운용원칙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는 대규모 자금들의 결정적인 약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ㅇ 사공이 많아지면 배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워런버핏과 멍거가 초창기 본인들의 투자조합을 해산시키고 지금의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한 투자형태를 취한데에는 투자자들의 입김에 의한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률에 의해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짧은 기간이라도 수익률이 실망스러우면 그 순간의 답답함을 자금 운용하는 매니저에게 직간접적으로 토로하게 되지요.

 

워런버핏이야 워낙 투자철학이 강하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겠지만 펀드와 같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자금이 들어온 경우에는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직간접적인 의견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이는 운용사에 직접 전화를 하여 수익률과 운용방식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이는 펀드 판매사를 통해 불만을 전달 할 수도 있겠지요. 혹은 운용사의 임원들과 인맥이 있는 이들은 임원들에게 직접 항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루트를 통해서 투자자들의 불만을 운용매니저가 듣게되면 어느 순간 펀드의 운용철학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운용매니저도 사람이고 월급쟁이이다보니 자신의 운용철학을 고집하다보면 어느 순간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임원들에게 미움을 얻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3월 22일자 한국경제 신문 기사 "원칙에 맞지 않지만...삼성전자 사들이는 중소형주 펀드" 에 보면 하단에 이런 문구가 있더군요.

 

“중소형주를 지키고 싶어도 삼성전자가 워낙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면서 ‘당신은 왜 삼성전자를 담지 않느냐’는 상사의 압박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ㅇ 모 중소형주 펀드를 살펴보다..

 

중소형주 펀드, 그 펀드 명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몰캡 중에서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펀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형펀드들의 투자목적에는 "국내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여 ...."라는 문구가 투자설명서 등에 명확히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초부터 현재까지 대형주 중심의 장세, 특히 삼성전자가 유아독존하는 상승세가 지속되다보니 중소형주를 운용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수익률이 악화되면 과연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모 중소형펀드의 작년 12월 기준 운용보고서]

 

 

위에 언급된 모 중소형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보겠습니다. 1년 수익률 -1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크는 같은 기간 소폭 하락한 정도입니다.(여기선 중소형 업종지수와 주가지수를 가중평균하여 벤치마크 수익률을 계산하더군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1%정도 상승하였습니다.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중소형주 투자철학을 믿고 계속 투자를 이어갔을까요?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고 자금을 지속적으로 빼어가면서 2016년 3월경에 8천억원대 중반이었던 펀드자산규모는 2016년 12월 경에는 6천억원대로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자산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윗선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이 주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칫 운용매니저로서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이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자존심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빠진 펀드들의 경우 어느 순간 현실과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최근 이슈화 되는 핫!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하는 것이죠. 최근 1년사이 같은 경우는 바로 "삼성전자"가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큰 비중으로 담으면 적어도 수익률 악화되더라도 "면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아니나 다를까 위의 펀드의 경우도 삼성전자 비중이 2016년 초에 2%수준에서 2016년 연말에는 6%수준까지 크게 높아집니다.

 

 

ㅇ 펀드도 결국 사람이고 비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는 증거

 

종종 필자는 개인투자자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글을 통해서 혹은 세미나 자리를 통해서 이야기드리곤 합니다. 그 장점은 바로 내가 어떤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던 뭐라 간섭하면서 압박을 넣는 이가 없단 것입니다.

 

내 운용철학을 공고히 지켜갈 수 있고 잠시 수익률이 악화되어도 투자원칙이 명확하다면 그 원칙을 강하게 지켜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돈이 아닌 투자자의 돈을 운용한다한다면 수익률 악화시 압박은 대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수익률이 안좋다는 것에 대한 불만 뿐만 아니라, 매니저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기도 하고 직장을 잃게하는 생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그 압박은 상당합니다.

마치.. 영화 빅쇼트에서 베리 박사에게 압박을 넣엇던 투자자들의 협박처럼 말입니다.

 

[영화 빅쇼트에서처럼 투자자에게 대드는건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

[사진참조 : 영화 빅쇼트 예고편]

 

 

결국 펀드와 같은 대규모 자금은 결국 투자자입김에 의하여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되지요. 그로 인하여 포트폴리오는 색을 잃어가고 결국 그 시점에 뜨거운 종목군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는 대표적인 거대자금에 의한 "비이성적인 현상"입니다.

 

일시적인 시장 왜곡으로 인하여 매도되는 종목들을 보유한 투자자는 심리적인 부담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왜곡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큰 수익률 기회를 만들어주는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게 됩니다.

 

어짜피... 투자자들도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펀드는 결국 그런 투자자들에 의해 휘둘리고 말이죠. 우리 개인투자자는 이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펀드 투자하시는 분들 중에 제대로된 투자원칙을 가진 펀드를 찾으려 하신다면, 지금 이러한 때 삼성전자 비중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닌 투자원칙에 맞추어 포트폴리오를 세팅하는 펀드일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몇몇 펀드들은 아예 삼성전자를 모두 매도했다하더군요)

 

2017년 3월 24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국제공인투자분석사/KCIIA,증권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중소형주펀드 #왜_삼성전자를_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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