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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4년전 주식시장의 기억과 투자교훈

lovefund이성수 2015. 9. 11. 11:56
911테러, 14년전 주식시장의 기억과 투자교훈

벌써 14년이 흘렀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경제의 심장부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에 알카에다의 항공기 테러가 일어난 그날. 아비규환의 그 상황처럼 주식시장도 붕괴되었던 그 때.

투자자들은 간신히 잡고 있던 마지막 고삐를 포기하고 투매에 동참하던 911테러 직후 증시는, 경제학에서는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정도로 이례적인 급락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시기의 투자 교훈은 아직도 주식시장 참여자에게 남기고 있습니다.

 

 

ㅇ 2000년 IT버블 붕괴, 2001년 911테러

 

밀레니엄, 신세기가 밝았던 2000년부터 시계 경제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습니다. 1999년까지 초호황을 누렸던 IT산업과 그에 따른 IT버블이 2000년에 붕괴되면서 IMF사태 이후 간신히 일어섰던 한국증시는 다시 원점까지 폭락하였었고, 2001년에는 연중 내내 급등락만 반복하고 지루한 증시가 이어졌습니다.

 

 

[2000년과 2001년 주식시장은 암흑 그자체였다]

 

 

그런 장세가 이어지던 9월,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저녁.

당시에는 술을 즐기던 필자는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며 거나하게 취해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친구가 전화를 받고 나더니 이야기를 횡설수설 하더군요.

 

"미국 큰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데, 그냥 막걸리나 마시자"

그 때만해도, 그 사건이 그렇게 심각한 사건인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오는 길에 어떤 상점 브라운관TV에서 그 거대한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고, "테러"라는 단어가 빨간 글씨로 뜨더군요. 

펜타곤 등에도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911테러는 그 이후 주식시장에 중요한 역사 한페이지를 써내려가게 됩니다.

 

 

ㅇ 911 증시 풍경 : 사상 최대 폭락

 

911테러 이후 다음날 9월 12일 한국증시는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합니다.

종합주가지수가 12.01%하락하였고, 당시 코스닥도 사상최대 폭락을 겪으면서 11.58%하락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코스닥시장 하한가가 12%였고, 거래소는 15%였습니다.

 

9월 12일, 거래소 시장은 하한가 621개 종목이었고, 상승종목은 15개에 불과했으며 코스닥 종목 또한 591개가 하한가를 기록하였고, 단 11개 종목만 상승하였을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주시시장도 아비규환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911 테러당시 모습, 911테러 직후 증시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ㅇ 911 증시 풍경 :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흥분에 휩쌓였던 옵션 개미

 

당시에는 옵션 매매 증거금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수백만원만 있으면 매수포지션을 가질 수 있었지요.

낮은 증거금을 이용하여 필자도 옵션에 대한 연구를 위하여, 당시 차월물로 스트레들 매수전략을 911테러 전에 짜놓았었습니다. 당시 9월 들어 제자리걸음을 걸었던 옵션 매수는 손실이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911테러가 터지면서, 손실 규모를 훨씬 넘은 수익으로 전환되어 전매도하고 청산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풋옵션은 911테러로 인하여 단 하루만에 수백배나 오른 풋옵션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투자자들의 투기 욕구를 키우면서 벌떼같은 개인투자자의 풋옵션 매수행진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2001년 9월 12일(수), 만기일이었던 2001년 9월 13일(목)까지 강한 매수세는 매우 비이성적인 풋옵션 가격을 만들었습니다만, 결국 모두 만기일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ㅇ 911 증시의 교훈 : 흥분속에 남들을 쫓아간 함정

 

당시 옵션시장에서 풋옵션이 대박났다는 이야기에, 당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만기일 전에 추가 폭락을 기대하며 풋옵션 매수를 투기적으로 감행하였습니다.

풋옵션 가격은 이론가 자체가 의미없을 정도의 극단적인 고평가된 가격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9월 13일(목) 만기일에 풋옵션에 몰빵했던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흥분속에 돈이 된다는 소식에 아무런 공부나 준비없이 남들처럼 달려들어간 결과는 단 하루이틀만에 모든 투자자금을 연기처럼 날려버리고 만것입니다.

한걸음만 뒤로물러서서 냉정하였다면, 그런 무리한 결정을 안했겠지만, 911테러라는 극단적인 공포심리가 이런 투자 흔적을 증시역사에 남기고 말았습니다.

 

 

ㅇ 911 증시의 교훈 : 극단적인 비관을 거꾸로본 이들

 

미국증시는 911테러 이후 거래중단에 들어갈 정도로, 전세계 투자자는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전 세계가 IT버블 붕괴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더 깊은 경제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증시 투자자들도 911테러로 인하여 주식투자를 모두 포기하고 주식시장에서 나간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911테러로 인하여 당시 연준의장인 그린스펀은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하하였고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며 냉정을 되찾은 투자자들은 오히려 바겐세일로 나온 주식들을 주워담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911테러를 오히려 기회로 본 이들이 있었고, 이들은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으며 좋은 가격수준을 넘어 휴지값으로 추락한 종목들을 주워담는 체리피킹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결국, 2001년 10월부터 상승장이 본격화 되면서, 2002년 봄까지 주가지수가 100%가까이 폭등하기에 이르면서, 역발상적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의 역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증시는 폭등폭락을 경험한다]

 

ㅇ 911 증시의 교훈 : 2002년 월드컵에야 다시 주식을 시작하는 투자자들

 

911테러로 인하여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두번 다시는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사람이 아니다"라며 증시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후 주식시장은 100%가까이 상승하며 이렇게 떠난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였지요.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열기가 그 즈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2002 월드컵으로 인해, 한국 경제는 승승장구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지더니, 911 이후 주식시장을 떠났던 투자자들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그제서야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축구를 보면서 치킨에 맥주를 많이 마시니 관련주들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테마주가 뜨거웠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경제 부흥을 기대하며 뒤늦게 다시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월드컵 열기가 식은 이후 2003년 봄까지, 폭락장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감정적으로 공포감에 떠났던 투자자, 흥분감에 다시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저점매도 & 고점매수"라는 악순환을 만들어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2015년 9월 11일.

그 당시 처럼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조정장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2001년 911 이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교훈이 오버랩되는 지금 현 시점입니다.

 

2015년 9월 11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올림

 주식시장 #폭등폭락 #투자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