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펀드들의 현금비중이 나타내는 투자심리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BofA메릴린치증권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200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현금보유율을 기록하였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글로벌펀드들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운용되기에 매니저의 감정이 개입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시장 분위기와 심리는 펀드 내 현금 비중에 미세하게 영향을 주게 되기에 시장을 역발상적으로 볼 때 펀드의 현금비중은 하나의 심리지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ㅇ 글로벌 펀드매니저, 현금비중 14년 내 최고치 기록
메릴린치의 글로벌펀드매니저(GFM)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펀드들의 현금보유율이 5.6%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작년 9월 경에 5.5%보다도 추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현금보유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현금보유율이 4.5%이상일 경우 추가매도 여력감소, 3.5%이하일 경우에는 추가 매수 여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준 수치 자체는 참고용일 뿐입니다만, 장기적인 추이에서 보자면 현금보유율이 높아지게 될 경우 적어도 시장이 생각보다 강건하게 버티거나 오히려 바닥을 만드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현금보유율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면, 이상하게도 시장이 과열권에 접어든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2000년 IT버블 붕괴로 그 즈음 펀드 현금보유율이 6%를 넘어섰을 때 오히려 증시 바닥이 만들어졌었고, 2007년까지의 장기 강세장으로 현금보유율이 3.5%로 떨어졌을 때에는 시장 상투가 되었습니다.
2008년과 2011년 여름에도 5%가 넘는 현금보유율을 보였을 때 시장은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계속 글로벌펀드매니저의 현금보유율은 5.5%대를 자주 넘어서면서 투자심리가 생각보다 위축된게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ㅇ 왜 이런 현상이?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펀드들의 시장대비 성과 지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인덱스 수익률(주가지수)을 초과해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잡힐 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는 글로벌펀드든 국내 펀드 모두 마찬가지이지요. (펀드 평가의 중요한 잣대는 인덱스이기에...)
단 몇개월이라도 인덱스에 하회하면 "못난이 펀드"로 취급받기도 하고 펀드매니저는 자리에서 물러나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시장이 상승할 때에는 주식비중을 최대한 높여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하고, 시장이 하락할 때에는 시장보다 수익률이 덜 빠지기 위해서 현금비중을 높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 과정에서 매니저의 심리가 반영될 수 밖에 없고, 시장 과열/침체에 따라 주식비중(반대로 현금비중)이 늘었다 줄었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여기에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에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청이 계속 이어지기에 현금 확보를 해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급락장에서는 현금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주식형펀드의 주식비중과 종합지수 추이]
[자료 : 금융투자협회]
한국증시에서의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산비중 자료를 금융투자협회 통계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자료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비중 추이(청색선)와 종합주가지수(적색선) 추이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식비중은 88.23%까지 줄어들면서 공포감이 가득할 때 시장은 오히려 대바닥을 만들었고, 2011년 8월 유럽위기로 증시가 폭락할 당시 주식비중이 94%수준에서 90%까지 추락하였을 때 오히려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펀드들이 체계적인 자산배분 전략으로 운영되지만, 시장 분위기에 따라 과열권에서는 주식비중이 높아지고 침체권에서는 주식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이 위에서 언급드린 이유들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펀드들의 주식비중은 최근 몇년 동안의 바닥권을 만들 때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추정 해 볼 수 있습니다. 2월 말 자료가 통계치에 올라와야겠지만, 시장 하락이 크게 있었기에 현금비중이 늘었을 가능성을 생각 해 본다면, 2월 추가적인 주식비중 감소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ㅇ 현금비중 증가, 주식비중 감소 : 투자 여력이 늘어났다는데 의의
글로벌펀드에서든 국내 펀드에서든 주식비장이 감소하고 현금비중이 늘어났다는 소식이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는 있습니다. 그 대신 매수 잠재력이 높아졌다는데 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즉, 시장이 안정을 찾게 되면 강한 에너지를 시장에 쏟아낼 수 있는 여지가 높아졌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현금 비중이 높아졌으니 다시 주식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이지요.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원본 추이. 자료 : 금융투자협회]
다행히, 한국증시에서는 작년 중반 이후 꾸준히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음에도 최근 주식비중은 낮아졌습니다.
돈은 들어오고 있는데 주식비중은 작아졌다?는 의미는 주식을 사고 싶어도 시장 분위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펀드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 입니다.
차후, 시장이 안정세를 찾기 시작할 때 이러한 낮아진 주식비중, 반대로 늘어난 현금비중은 시장에 생각보다 큰 힘을 실어주는 우군이 될 것입니다.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펀드현금비중 #시장심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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