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금요일입니다. 어렸을 때는 비가오면 학교 운동장에서 비오는날 흙장난을 하기도 하였던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그 흙장난 중에는 일종에 물길을 만들어 강을 만들었다면서 좋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옆에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작은 물고라도 열으면 그 쪽으로도 어느 사이엔가 물이 제법 흐르기 시작합니다.
현재, 연기금의 자금이 메말라 있는 코스닥과 스몰캡 종목군에 이렇듯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ㅇ 패시브 전략 강화로 힘이 빠졌던 코스닥과 스몰캡.
작년 봄, 국민연금의 패시브 전략 강화가 언급된 이후 우연이든 필연이든 서서히 증시는 코스닥과 소형주의 부진 속에 거래소 대형주들은 승승장구하는 차별화 장세가 심화되었습니다.
[연기금의 대형주 코스닥 소형업종의 2016년 이후 누적순매수 추이]
[청색선 : 대형주 연기금 누적(우축), 적색선/연두색선 : 코스닥과 스몰캡 누적(좌축)
우연이든 필연이든 2016년 이후 대형주에서는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던 연기금이 코스닥과 소형업종에서는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면서, 패시브 전략 강화에 따른 주가 왜곡현상이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밸류수준과 성장성을 가지고 있어도 스몰캡이라는 이유 하나로 주가가 허무하게 하락하는 경우들이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한 가치투자자들 사이의 마음고생은 상당하였습니다.
패시브 전략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을 가정하는 현대투자론에서 추구하는 인덱스 투자이다보니, 기준 인덱스에 해당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들만 상승하고, 상승한 종목은 비중이 더 확대되면서 매수세가 몰려 이유없이 주가가 더욱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결국 KOSPI200지수와 같은 핵심 인덱스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밸류,성장성 등이 좋아도 주가는 제 값을 받지 못한 상황이 2년여 지속되었습니다.
마치, 비오는날 운동장에서 흙놀이하며 물길을 여러개 만들었는데 물길이 작다는 이유로 한쪽을 돌 몇개로 막아놓으면 아예 물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지난 2년여 코스닥과 스몰캡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ㅇ 연기금들, 중소형주 자금 투입 준비 및 금융당국 코스닥 활성화 언급
주식시장에서 현재 거래소의 시가총액은 대략 1654조원, 코스닥시장은 241조원입니다. 코스닥의 시가총액 비중 자체는 전체 한국 주식시장에서 12.7%에 이르지만,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중 코스닥 종목 보유 비중은 2.6%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가총액으로보면 12.7%에 이르러야할 코스닥 비중이 2.6%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은 평가 잣대인 기준 인덱스가 코스피200과 같은 대형주 중심의 인덱스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작년부터 계속 시장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대형주 쏠림이 심하다는 의견들이 계속 제기되어왔습니다만 국민연금 포함 대부분 연기금들이 패시브 전략 중심의 운용 상황이다보니 갑자기 물길을 내부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군인공제회와 사학연금이 중소형주 투자를 위한 허들을 낮추었다는 뉴스들 그리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이 중소형주 주식투자 제한 규정을 삭제하였다는 기사들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할 대목입니다. 특히 정부에서 혁신기업 성장을 위해 연기금 국내 주식 보유분 중 코스닥 비중을 10%까지 올릴 예정이라는 부분은 향후 연기금의 자금흐름의 물길이 어떻게 바뀔지를 가늠 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패시브 전략 강화 속에서 오르는 종목만 올라간 차별화 장세,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 작은 물고를 코스닥과 스몰캡 쪽으로 만들면서 시장은 느리지만 굵직한 변화를 만들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에서 [주가 왜곡 → 합리적 주가로 회귀 → 또 다른 주가 왜곡] 이라는 현상이 만들어지고, 한편으로는 투자 원칙을 지키던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2017년 11월 3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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