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에 대하여... 금감원 회계감리 착수하였다는 뉴스를 보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까지 기업들은 다양한 연구를 하고 그리고 그 연구로 만들어진 기술력을 토대로 제품 출시 작업을 위한 개발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는 당연히 "돈"과 비용이 들어가지요. 그런데 회계에서는 이렇게 들어간 비용에 대하여 이 또한 일종의 자산이라 보고 무형자산화 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연구/개발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형자산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보니 기업들은 각자에 기준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ㅇ 연구비, 개발비 : 연구비는 모두 비용처리, 개발비는 무형자산화 가능
R&D, 연구개발은 기업에 있어 신기술을 만들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R&D과정에서는 많은 노고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회계에서 일방적으로 "비용"처리를 해 버린다면 연구개발은 그저 돈만 쓰는 부서처럼 취급 받고 말 것이고, R&D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그저 무의미한 가치로 취급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개발은 회사의 미래에 먹거리가 되고 중요한 매출처가 될 수 있기에 비록 비용은 발생하였지만 그 비용을 자산(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에 따른 이익률 악화를 줄이거나 미래로 이연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벤처기업처럼 R&D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무형자산화 하여 재무제표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 무조건 모든 연구개발비가 무형자산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연구비는 발생 즉시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가시적으로 매출이 보이는 개발비에 대해서는 무형자산화할 수 있게 회계기준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형자산화 된 것도 수년에 걸쳐 상각하면서 비용으로 털어내야합니다. 한번에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효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연구비와 개발비의 기준이 회사마다 다르고, 회사만이 그 속성을 구분할 수 있다보니 왈가왈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보니 금감원이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하여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회계 감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이 논쟁이 증시에 이슈화 될 여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개발비 자산화가 1조 4699억원..(16년 기준)
최근 도이치방크가 셀트리온의 R&D비용 회계 처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되면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R&D비용 회계처리가 수면위로 부상하였습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R&D투자액중 무형자산화 한 개발비가 76%라 수준이고 도이치 방크는 이에 대하여 무형자산화 비율이 높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러한 개발비의 자산화는 제약,바이오 업종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등에서도 자주 관찰됩니다. 일시에 비용을 털어내면 손익계산서는 심각한 적자를 계속 발생할 수 있고, 연구개발한 노력은 그저 비용만 만드는 무의미한 행위로 치부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R&D투자가 매출로 이어진다면 자산가치 이상을 만들 것이기에 일정기간 무형자산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것입니다.
이러한 R&D비의 무형자산화에는 기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개발 단계의 지출에 대한 구체적 진행단계 등 자산화 시점 및 근거"
"개발 비 개별 항목별로 설명내용,장부금액, 잔여상각기간 등 중요한 무형자산 내용"
"손상차손 관련 정보", "제조원가, 판관비 등 항목별로 구분한 연구개발 지출 총액"
"개발비 증감금액 등"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기업마다 두리뭉실할 수 있는 기준이다보니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답을 콕찝어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회계사라도 그 회사 내부의 연구/개발이 매출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신약 정부 판매 승인 시점 이후의 지출을 자산화 하고 있다는 점, 국내 제약/바이오사 개발비 잔액이 총 1조4699억원이고 이중 코스닥 기업이 1조2147억원에 이른 다는 점은 회계용어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ㅇ 보수적 회계 ...
보수적 회계는 기업회계를 안정적으로 작성하는 개념입니다.
비용은 최대한 빨리 그리고 최대한 비용을 크게 잡고, 자산은 보수적으로 평가하여 자산이 허풍선이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하기에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사용하게 되면 기업의 실적과 자산평가 금액은 실망스럽게 보이지만 회계 자체는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운 옹골찬 상태가 됩니다. 마치 꽉꽉 억누른 느낌이랄까요?
(종종 2세에게 경영승계를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보수적 회계는 관찰됩니다. 그러다 경영승계가 마무리 되고 보수적 회계를 완화하면 실적이 갑자기 좋아지지요)
이와 정반대로 비용을 최대한 자산화 하고, 자산평가시 자산 가격을 최대한 높이려한다면 보수적 회계와 거리 멀게 기업회계 기준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를 최대한 무형자산화 한다거나, 장비구입 후 감가상각을 최대한 길게하는 등의 회계 기준들은 보수적 회계 기준과 거리가 먼 회계기준입니다.
이렇게 완화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기업 이익률은 높아지고, 자산가치는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기업이 실적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할 경우 회계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갑자기 실적이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외줄타기와 같은 회계인 것입니다.
R&D비용을 모두 무형자산화 할 경우 결국은 5년 혹은 기업 기준에 맞추어 무형자산을 상각하여 비용처리 해야하는데 이 때 기업이 실적을 충분히 내지 못할 경우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 되고 맙니다. 혹은 자산화 하였던 개발비가 갑자기 해당 제품이 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손실비용 처리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순식간에 이익이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신제품이 예정대로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면 개발비의 무형자산화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과도한 연구개발비의 무형자산화는 보수적 회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을 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마 이러한 판단과정에 투자자의 성향이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2018년 1월 29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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