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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나는 3년 전, 한국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변할 것으로 착각했다.

by lovefund이성수 2019. 9. 27.

나는 3년 전, 한국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변할 것으로 착각했다.

출근길 문득 3년 전일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 봄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그 결과는 알파고의 압승이었지요. 그리고 그 즈음 로보어드바이저, 퀀트와 같은 프로그램화 된 투자 방식이 수년 내 시장을 지배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었지요.

3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 생각 해 보니 모두 착각이었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ㅇ 3년 전 알파고vs이세돌 이슈 속에 합리적인 투자 문화가 자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3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을 즈음, 한국 투자문화에 인공지능 투자와 같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투자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저는 이 분위기 속에 "한국의 투자 문화에 대변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었습니다.

 

그 즈음 한국경제TV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공지능vs인간의 투자대회가 있는데 해설위원을 해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당시 인공지능투자, 로보어드바이저, 퀀트 등과 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투자가 한국 투자 문화를 안착될 것이라 믿고 있던 저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해설위원으로 "인공지능vs인간 수익률 빅매치" 방송에 두달여 참여하였습니다.

 

[2016년 당시 인공지능vs인간의 투자대회에 해설위원으로 출연했던 필자]

 

 

그 당시 바쁜 중에도 힘내어 출연했던 이유는 한국 투자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 후 3년을 보내며 생각 해 보니 그 생각은 순진한 착각이었습니다.

 

 

ㅇ 한국투자문화 비이성적이다 1. 아직도 만연한 금융상품 강매 그리고 DLS,DLF 파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규모로 판매된 DLS가 심각한 확정손실을 만들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에 따라서는 100%손실이 확정된 케이스도 나타나는 등 피해액이 4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니 제2의 KIKO사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은행권의 DLS,DLF 판매과정에는 비이성의 극치인 "프로모션 강매"가 존재합니다.

필자의 연세가 지긋한 장모님께도 이 프로모션 강매의 마수가 뻗어졌었습니다. W은행에서 계속 문자메시지와 은행창구에서 판매를하려하였던 것을 말렸기에 망정이지 프로모션 강매에 넘어가셨다면 제 가족에게도 그 피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오랜기간 한국 투자문화에서 이러한 금융상품 프로모션 강매는 결국 크나큰 투자손실을 투자자에게 안겨주어왔는데, 인공지능이 확산되어가는 이 시대에 아직도 그 관행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되면서 비이성적인 투자문화를 고착화 시키고 말았습니다.

 

3년사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ㅇ 한국투자문화 비이성적이다 2. 가상화폐 광풍! 한국인들의 원초적 가즈아 본능을 깨웠다.

 

2017년 연말과 2018년 연초 겨울을 뜨겁게 달군 가상화폐 광풍.

대학생들은 학업을 멈추고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합리적인 블록체인 연구로 시작되었지만 2017년 연말과 2018년 연초에는 "가즈아"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비이성적인 투자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지하철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상화폐 가격을 보고 있었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노부부 조차도 가상화폐 투자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돈번다는 분위기 속에 2018년 1월 "가상화폐 대토론회"가 JTBC에서 있었지요. 그 당시 유시민씨가 가상화폐 광풍심리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다면 가상화폐의 마지막 광풍에 국민들의 재산중 상당부분이 봄날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후에도 가상화폐 가격 폭락이 유시민씨 때문이네, 각국의 정부가 잘못했네, 왜 20대가 돈을 못벌게 하느냐는 등등과 같은 비이성적인 모습들이 이어진 것을 보며, 필자는 1999년 IT버블 때 비이성적인 모습이 이렇게 또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지요.

 

3년 사이 변한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비이성적으로 바뀌었지요.

 

[사진참조 : pixabay]

 

 

ㅇ 한국투자문화 비이성적이다 3. 작년 부동산 광풍, 남들 따라 가즈아!!!

 

가상화폐 버블이 붕괴된 이후 가상화폐 광풍이 만든 한국인의 역동적인 투기본능이 어디로 흘러갈까 생각하던 그 즈음, 그 광기는 당시 상승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붙었습니다.

2018년 추석 전, 그 뜨거운 여름에 불었던 묻지마식의 부동산 광풍은 대단하였지요.

 

가격 담함하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고,

버스를 대절하여 단체로 쇼핑하듯 수도권 아파트를 싹쓸이하는 광경.

부부싸움의 원인 중 상당 수가 부동산 문제.

광풍 3년 전에 빚 1억이 무서워 아파트 안샀던 사람들이 은행빚 3억 무섭지 않다며 뛰어드는 모습

지금 아니면 평생 집 못산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

부동산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기라며 정부의 규제를 비난하던 사람들

 

그 광적인 모습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가상화폐 광풍이 다시 깨운 한국인의 투기본능이 부동산 시장에서 발현되는 모습과 만인군상을 보면서 역시 우리들은 군중심리를 따라가는 군중일 뿐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결국 3년 사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비이성이 지배하는 모습을 또 다시 보았습니다.

 

 

ㅇ 한국투자문화 비이성적이다 4. 뉴스 매체와 유튜브 영상에 날카로워지고 감정적인 군중들

 

뉴스매체와 유튜브 영상들의 공통점은 시청률과 조회수가 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뉴스매체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고 유튜브 영상들은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썸네일의 문구부터 내용까지 매우 자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저의 유튜브 채널의 경우 담백하다보니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급격히 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들어 군중들이 예전에 비해 더 감정적이고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크게 늘었고

주식시장이 조금만 하락해도 감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나라가 망한다는 뉴스나 유튜브영상에 심취한 분들은 자신의 투자 기준을 내팽개치기도 하더군요.

 

부정적인 기사 키워드에는 수만, 수십만,수백만개의 뉴스가 쏟아지고

긍정적인 기사 키워드에는 불과 수백,수천에 불과한 뉴스가 쏟아지니

군중들의 생각은 계속 부정적으로 바뀌고 말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고 감정적으로 바뀌어있습니다.

 

3년 전, 알파고 이슈 이후, 이성적인 투자자가 늘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아니더군요.

 

[한국투자문화에서 이성과 합리는 공염불일 뿐. 사진참조 : pixabay]

 

ㅇ 3년을 되곱아보며 내린 결론...

 

왠지 마음이 무겁군요. 오늘 증시토크 결론은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군중들이여 계속 지금처럼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시길..."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 워런버핏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깡통을 든 거리의 부랑자가 되었을 것이다."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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