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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국민연금의 운용사 단기평가, 오히려 고맙다?!

by lovefund이성수 2015. 9. 2.

국민연금의 운용사 단기평가, 오히려 고맙다?!

어제 글에서는 국민연금의 거대 자금력에 따른 꾸준한 매수힘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이야기드렸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의 공룡자금화가 된 이후 나타난 부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상황이 "국민연금의 운용사 단기 평가화"입니다. 지난 초여름부터 뉴스화 되기 시작한 국민연금의 운용사에 대한 단기 평가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였습니다. 44조원의 자금을 국내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을 맡긴 국민연금의 단기 평가.

필자는 오히려 고맙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ㅇ 위탁운용 1년 수익률이 미달하면 가차없이 자금 회수

 

국민연금의 1년 수익률 평가는 올해초부터 진행되었고, 여름들어서는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자금을 회수해가는 상황이 실제 나타나면서, 운용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당연히 수익률 1년마다 평가해야 정신차리고 관리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자금이 1년단위로 평가되면, 운용의 단기화가 진행되어 투자성과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증권사 프랍트레이더 처럼, 실력이 안되면 퇴출시키고 실력이 되는 트레이더만 남기는 생태계처럼 국민연금 자금에 대한 운용사의 입장은 살아남기 위해 단기성과를 높여야만 하는 숨막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장기 결과는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인덱스투자로 기대수익률이 시장수익률로 귀결되거나 운용사들이 자금회수를 피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수익률게임을 벌이다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파를 기대치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단기 평가는 시장을 비합리적인 시장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ㅇ 아무리 좋은 운용사나 펀드도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다.

 

뉴스상에 나오고 있는 1년 수익률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1년 수익률이 3거래일 이상 벤치마크 대비 4%p 하회시 1차 주의 : 신규 자금 배정 제한

1년 수익률이 7%p이상 벤치마크 하회시 2차 주의 : 위탁자금 30%회수

이후 30일 유예기간 후 3거래일 동안 BM대비 9%p하회시 전액 회수

 

얼핏봐서는 "기준에 맞으면 되는거 아닌가?", "저 기준도 못맞추면 실력없는 운용사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2011년 4월 27일에 올라와 있는 뉴스기사에서 자료 한토막을 발췌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4월 당시 유명 펀드들의 수익률 부진, 자료 : 조선비즈"가치주는 수난시대~~" ]

 

2011년 4월 27일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1년동안 26%상승하면서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그에 반하여, 유명 가치주 펀드인 S펀드의 경우 인덱스대비 4.35%p미달하였고, H펀드의 경우는 12%p미달하였습니다.

만일 국민연금의 기준이라면, 2011년 4월에 S펀드는 신규자금 배정에 제한되었을 것이고, H펀드의 경우는 모든 투자자금을 회수 당했을 것입니다.

 

[신영마라톤과 한국밸류10년 펀드의 최근 5년 수익률]

 

그런데, 위의 S펀드는 신영마라톤, H펀드는 한국밸류10년펀드로, 2011년 뉴스가 나온 그날 이후 주가지수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만일 국민연금의 지금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2011년 봄에 퇴출되거나 자금을 줄였을 펀드들인 것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시기에는 가치투자 펀드가 승승장구하는 시기도 있지만, 2010년 여름 이후 ~2011년 봄에 차화정장세처럼 또는 1999년 IT버블처럼 비이성적인 장세가 나타나게 되면, 가치투자 펀드는 상대적인 부진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고전하는 시기 단기평가 기준에서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낼 펀드라 하더라도 퇴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워런버핏이라 하더라도, 단기 운용평가 기준에서는 운용 초창기에 퇴출되어 "못난이"꼴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단기 운용평가 준에서는 워런버핏도 퇴출 대상이다]

 

ㅇ 비이성적 시장 → 이성적시장의 순환 진폭이 커지면서, 오히려 고맙다!

 

어떤 가치투자 펀드가 운용을 잘 해오다가, 특정시기에 단기운용평가에 의하여 퇴출되게 되었다고 가정 해 보겠습니다. 해당 펀드에 포함되었던 종목들을 청산되면서 헐값에 던져지게 되겠지요.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 운용매니저가 심사숙고하여 발굴한 알짜 종목들이 국민연금의 단기 운용평가에 의하여 자금 회수가 발생하면서 "급매도"가 진행되게 됩니다.

 

헐값에 던져진 가치주들로 인해 유사전략을 사용하는 다른 펀드들도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국민연금 단기 운용평가 기준에 미달하면서 자금회수가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참 좋은 종목들이 더 싼 가격에 투매되면서 헐값에 시장에 거래되어갑니다.

 

단기평가라는 강제시스템에 의한 강제청산은 "이성적인 시장"이 아닌 "비이성적시장"을 만들면서, 비합리적인 주가를 형성하게 됩니다. 국민연금의 단기 평가와 전혀 관계없는 가치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헐값에 알짜 종목이 던져졌으니 "고마운"마음으로 체리피킹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날이 되면, 해당펀드들은 다시금 국민연금 기준에 부합하면서, 위탁운용자금이 커지게 되겠지요? 그리고 가치주펀드는 알짜 종목들 다시 사들이면서 주가를 "이성적인, 합리적인"주가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수익이 날수록, 국민연금의 단기 운용평가에 의해 자금이 더 유입되고, 어느 순간 가치주가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시장이 만들어지게 되면, 유유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일반 개인 가치투자자는 잡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이성적시장, 이성적시장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가치투자의 수익률은 재고되게 되는데, 그 진폭이 클 수록 기대수익률은 크게 높아지게 됩니다.

이번 국민연금의 단기운용평가는 진폭을 크게 만들어 주면서, 가치투자자에게 큰 기회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대신, 국민연금에 위탁자금을 받는 운용사 매니저 입장에서는 단기평가로 인해 피가 마르겠지만 말입니다.

 

2015년 9월 2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올림

 #가치투자 #투자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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