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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영화 빅쇼트 속에서 보이는 투자의 단상들...

by lovefund이성수 2016. 1. 26.

영화 빅쇼트 속에서 보이는 투자의 단상들...

빅쇼트(Big Short), 지난 주말사이 페이스북에 증시/경제 글을 올리는 페친분들이 이 영화를 본 감상평을 줄이어 올렸습니다. 영화라고는 겨울왕국,몬스터호텔 등 가족들과 보는 영화가 모두였지만... 2000년대 중반~2008년 금융위기까지 이어진 금융실화를 바탕으로한 빅쇼트를 놓힐 수 없어, 어제 장!중!에! 시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안에 계속 이어지는 금융시장의 모습들 속에서 여러가지 투자에 대한 단상을 떠올리다보니 영화가 보고 난 후에도 하루 종일, 말로표현하기 어려운 긴장감,흥분 속에 하루를 보냈습니다.

 

 

ㅇ 개인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기관 자금!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5년, 미국 주택시장 버블과 모순을 파악한 마이클 버리박사.

조만간 붕괴될 미국의 주택시장, 모기지론을 시장 현실을 조사하고 파악한 후 그는 대규모 본인의 헤지펀드 자금을 주택시장이 붕괴되는 방향으로 숏포지션을 취합니다.(Big Short)

주요 금융사들과 CDS(신용파산스왑) 계약을 맺고, 매달 보험료를 지급하는 대신 미래에 금융사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보상을 받거나 높아진 CDS만큼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로 자신의 펀드 자금을 올인합니다.

 

하지만... 2년이 흐르도록 시장은 버리박사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대규모 손실만 쌓이게 되니 투자자들은 버리박사에게 온갖 협박을 다하며 자금을 회수하려 합니다. 심지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투자자에게 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린 버리박사, 사진참조: 빅쇼트 예고편]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분들이 보실 때에는 기관이나 외국인 자금은 스마트하고 규모가 크기에 현명하게 운용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투자자보다는 유리하거나 운용기법이 뛰어난 부분이 있긴합니다.

하지만, 그 기관자금은 소위 "쩐주"의 자금이기에 언제든지 투자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회수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국민연금이 단기 성과 지표를 만들어 수익률이 미달하는 운용사에서는 자금을 빼는 정책을 만들다가 연기금이 단기투자에 짐착한다는 비난에 접기는 하였습니다만, 만약 그 기준이 시행되었다면, 손실이 발생한 운용사는 단 몇개월만에 투자 받은 자금을 모두 회수 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손실을 만든 운용사로 낙인 찍히면서 말이죠)

 

큰 자금 뿐만 아닙니다. 일반 펀드들의 경우도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였는데 펀드가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한명 두명 빼가게 되고, 아무리 뛰어난 운용역이 관리를 한다하더라도 성과는 투자자의 자금 입출입 추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 결과 기관/외국인 자금의 경우 대부분 "눈치를 보는"자금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과가 부족할 때에는 윗선에서 운용전략 변경을 지시하기도 하고, 매니저를 바꾸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목표로하는 수익률을 내거나, 인덱스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거두거나, 수익률이 꾸준히 안정적이거나 그래야만 하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결국 초과수익률(알파)를 내지 못할 경우 무리수를 두면서 복불복 운용으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나름대로는 승부수라 미화하지만)

 

그에 반하여, 개인투자자는 이렇게 쫓기는 자금이 아닙니다.

본인의 돈이기에 스스로 관리할 수 있고, 스스로의 투자 전략을 고수할 수 있지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바로 워런버핏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회사돈 자기가 운용하는데,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물론 일부 흥분한 투자자나 언론에서 "버핏은 실력이 구닥다리다"라는 등으로 폄하하지만, 버핏은 자기돈 자기가 운용하기에 원칙을 고수할 수 있었고 장기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이런 이점이 있습니다. 간섭받지 않고 자기돈을 운용할 수 있는 힘! 

 

 

ㅇ 그래도, 빅쇼트의 투자자는 몇년을 기다려주더라

 

작년 12월 중순, 메리츠자산운용의 존리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았습니다.

"3개월 수익률로 펀드를 평가하다니, 한국의 투자문화가 이정도로 심각하게 냄비 끓듯 할 줄은 몰랐다"라는 그의 말에는 당시 몇개월 사이에 크게 하락한 손실률로 인하여 투자자의 비난이 쇄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3~5년은 보아야할 투자를 단 몇개월만에 "못난이네", "대박이네"라며 평가하는 문화 자체가 헛웃음이 나는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에 국민연금에서 단기평가를 추진했었던 걸 생각하면....)

 

원시인의 본능이 단기성향(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이 있다는 행태재무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본능은 이해합니다만, 단기 성과 판단은 투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영화 빅쇼트에서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항의 메일을 보내고 합니다만 그래도 몇년은 기다려 주었습니다.

단 몇개월 만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던건 아닙니다. 버리 박사는 너무도 태연히 이야기하죠

"빅쇼트한 CDS 계약 기간은 6년이다"

 

자신의 투자 전략, 종목, 포트폴리오 단, 몇개월의 퍼포먼스로 "좋다/나쁘다"를 판단해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만일 자신의 전략이 십수년간의 백데이타로 검증을 하고, 전진분석도 완벽하게 했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최근 전략흐름이 안좋다하여, 순간적인 흥분으로 전략을 폐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적어도... 3~5년은 보아야할 것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무런 분석도 없이 투자를 하신분들도 계시지 않나요?

 

 

ㅇ 철저한 분석이 있거나, 최소한 브레인이 있어야한다.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전략과 분석 그리고 브레인은 필수, 사진참조 :빅쇼트 예고편]

 

영화 빅쇼트에서는 4개 투자 팀이 등장합니다.

마이클 버리 박사팀, 마크 바움팀, 자레드 베넷 팀, 그리고 젊은 2명의 콜로라도의 찰리겔러와 제이미 쉬플리 헤지펀드 팀. 그런데 이들팀에는 공통적으로 최소한 퀀터, 분석가, 브레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 박사팀은 순식간에 모기지론을 조사할 수 있는 조사인력이 있어 데이타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었고, 자레드 베넷팀 또한 투자은행에 데이타를 기반으로 본인의 이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마크 바움팀 또한 성향이 독특한 팀원들의 데이타 분석과 현장 탐방을 통해 빅쇼트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콜로라도의 젊은 2명의 헤지펀드 팀은 본인들의 분석 기법에 "브레드 피트(벤 리커트역)"에게 최종적인 브레인 역할을 요청합니다.

기관, 외국계 자금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 퀀트, 현장조사 등으로 투자를 최종 결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거의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분석없이 투자에 임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요. 즉흥적으로 누가 "카더라"정보를 주거나, "대박 테마주"를 주면 투자하는 경우가 십중팔구,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투자자 자금이 운용의 자율성에서 기관/외국인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손실만 쌓일 뿐이지요.

 

우연히 브레인을 만났다하더라도, 그 브레인을 단기간에 평가하고 말도안되는 이유로 브레인을 놓히고 후회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나와 궁합이 안맞소..." : 투자하는데 무슨 궁합과 역술이 필요한지.....

 

최소한 HTS에 있는 분석툴들을 사용하여 본인의 투자전략을 검토하고 검증하기도 하고, 투자할 종목에 대한 재무제표라도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주변에 브레인을 알아보고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외국인이나 기관에 당하지 않고 이기는 투자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ㅇ 빅쇼트, 2008년 금융위기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 빅쇼트를 보고, 몇 시간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 당시 증시 기억과 영화 속 긴장감이 뒤섞이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흥분이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지요.

저의 블로그 "lovefund이성수의 평지풍파 금융사"가 그 고비가 정점을 이루던 200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씽크풀과 같은 몇몇 증권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리기는 하였습니다만, 블로그 활동을 한건 2008년 12월 어느날이었지요.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2008년 금융위기가 가시지 않은 2016년...

그 당시 충격파의 여진이 오늘도 이어지는 가운데..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간의 시장을 다시 생각 해 봅니다.

그 위기 중에, 난다긴다하던 트레이더,전문가는 큰 손실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퇴출되었고 살아남은 이는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한 시장에 생존하고 아직도 투자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수익을 눈에 핏대를 올리며 자랑하던 이들이 아닌, 고지식하더라도 자신의 전략을 만들고 지켰던 투자자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려 봅니다.

 

2016년 1월 26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2008년금융위기 #투자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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