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별곡

증시를 분석하고 말하는 이들이 없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by lovefund이성수 2017. 10. 23.
증시를 분석하고 말하는 이들이 없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혹은 필자처럼 블로그나 SNS를 통해 증시와 개별주식에 대한 증시 분석을 피력하는 이들은 이제 주식시장에 당연히 있는 존재입니다. 과거 수십년 전에는 애널리스트도 극소수였고, 증시를 분석하는 이들의 자질이 낮은 경우도 태반이었던 것을 생각 해 본다면 현재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현명한 분석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예측이 틀리거나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경우에 투자자들의 비난은 대단합니다. 심지어는 심한 압박을 가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증시를 분석하고 말하는 이들이 없다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필자는 주말 사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ㅇ 분석을 하지 말고 입을 다물라?

 

우리나라는 증권사 분석 리포트를 참으로 편하게 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증권사에서는 해당 증권사에 ID만 가지고 있으면 무료로 증시와 종목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는 여러 분석 업체들은 이 자료들을 크롤링하고 이 리포트들을 수집하여, 종목에 대한 매매 의견과 목표가, 예상 실적 등을 통계화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제TV에서는 이를 토대로 방송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분석과 자신의 보유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또는 필자처럼 블로그와 SNS를 통해 투자 연구 자료와 증시, 경제 분석 자료 그리고 통계화된 자료를 제공하는 이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제도권의 애널리스트이든 재야에서 SNS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든 한가지 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본인의 글이나 자료에 대한 악성 댓글입니다.

 

반대 의견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건전한 토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인신 공격성 악성댓글은 분석가들로 하여금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지난 주말 사이 E증권사 리서치 센타장이 자신이 경험한 악성 댓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비난 그 끝에 담긴 의미는 "분석을 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양반입니다. 증권사에서 나온 리포트 중 "매도"의견이 거의 없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비난과 협박이 한 몫합니다. 예를들어 지난 주 셀트리온에 대하여 외국계 증권사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해당 주주 게시판을 보니 그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가 과연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분노와 협박성 글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애널리스트와 모든 재야 분석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신만 알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증시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ㅇ 시장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변할 것...

 

예를들어 삼성전자의 예상 매출이나 실적, 예상치와 실제 발표치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간혹 몇몇 종목이나 리포트가 실제치와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맞아떨어지지요. 그 만큼 그 회사와 경제적인 흐름을 분석하면서 실적 발표가 나오기 전에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 자료는 자연스럽게 주가에 반영되기에, 주가는 정보가 차근 차근 반영되어가는 효율적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나 분석가들이 분석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이 될 것입니다. 예상 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이들 조차 입을 다물고 있다면 주가는 중구난방으로 크게 움직이다가 실적이 공시 되는 시점에 주가가 크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재료가 얼마만큼의 주가 영향이 있는지 모르기에 주가는 단숨에 반영되지 않고 수개월이 지나도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시장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주가는 1년 안의 시각에서는 재료를 반영하지도 않는 혼탁한 흐름처럼 보일 것입니다. 좋은 재료가 나와도 주가가 담담하거나 악재가 나와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1990년 대~2000년 초 증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시장 참여자들도 분석 자료들이 없으니, 그저 샤머니즘과 느낌에 기대어 투자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80년대 활황장 당시, 투자자들은 점집에 종목을 점지 받으러 가곤 하였습니다.)

 

혹은 적정한 주가 수준을 제시하거나 경고성 분석자료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니 형편없는 부실 잡주도 주가가 상승하면 대책없이 상승하는 묻지마 장세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끝없이 하락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ㅇ 주가의 적정주가 비합리적인 주가의 회귀 싸이클이 매우 길어질 것

 

그래도 주식을 매매하는 이들 중에는 이런 분석자료가 없더라도, 나름대로의 투자 기준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이 존재 합니다. 예를들어 70~80년대 소위 주식시장의 큰 손 중에는 기초적인 가치투자 지표를 활용한 유보율, 배당수익률, 액면가 대비 주가, 사채시장 동향 등 나름 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투자하여 주식투자로 큰 부를 일군 이들도 존재하였습니다.

이렇게 기준을 가진 투자자들은 적절한 수준에서 주가를 매도하고, 매우 비합리적인 주가에 있는 주식을 저가에 사들이면서 속도는 매우 느리더라도 주식시장에 미약하나마 합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쏟아지는 지금은 과도한 고평가나 저평가가 만들어지기 전에 리포트가 나오면서 주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로 돌려놓지만 분석자료를 말하는 이들이 없으니 비합리적인 주가가 합리적인 주가로 회귀하는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참고 : 분석 리포트가 거의 없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비효율적인 수준이 오래가는 이유와 일맥상통합니다.)

 

즉, 거의 수년에 걸쳐 주가가 비합리적인 가격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상의 적정주가와의 괴리율은 매우 깊을 것입니다. 

이는 한편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함을 암시합니다. 다만, 인고의 시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그 보상은 효율적인 시장보다 월등히 클 것입니다.

 

[2000년 대 중 반이후 분석자료가 늘면서 시장은 과거에 비하여 매우 차분 해 졌다]

 

 

 

ㅇ 내부자 정보를 가진 이들은...

 

증시를 분석하고 이를 말하는 이들이 많을 때에는 기업의 재료들이 주가에 미리 선반영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런데 분석가들이 침묵하게 되면 기업들의 재료들은 주가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내부자 정보를 가진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만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와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은 마치 무기를 가진 자와 맨주먹만 가진 사람과의 싸움과 다를바 없을 정도입니다.

내부자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이 약할 때에는 회사 내부자와 친하단 이유로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내거나 혹은 제조업체에선 갑에 있는 해당 기업 직원들이 벤더들의 수주 계약을 악이용하여 주식투자를 하다 적발된 경우도 많았지요.

 

아무런 분석 자료가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개인투자자들은 이 내부자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현금지급기가 될 뿐입니다.

 

[시장 분석가들이 아무도 증시를 분석하지 않는다면?, 사진참조 : pixabay]

 

 

ㅇ 가장 심각한 문제 : 시장은 극단적인 변동성에 빠질 것

 

증시를 표현하는 용어 중에는 '오버슈팅', '언더슈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적정한 수준의 상승을 넘어 과하게 상승하거나, 적정한 하락 수준을 넘어 과하게 하락하는 주가 상황을 의미합니다.

시장에 대하여 분석가들이 침묵하게 된다면, 오버슈팅을 넘어 폭발하는 장세가 되더라도 그 누구도 "매도"를 외치지 않으니 투자자들은 그리고 사람들은 마치 불나방처럼 폭발하는 증시 속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폭발이 식기 시작하면 일순간에 증시는 적정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을 넘어 지하 깊숙히 폭락할 것입니다. 불과 한두달 전에 뜨거웠전 장세가 순식간에 북극의 혹한처럼 차디차게 식게 되면서 주가지수는 폭등, 폭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되면서 결국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큰 손실을 보고 매도하고 다시 불이 뜨거워지면 뒤늦게서야 불나방이 되어 뛰어드는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1980년대~2000년대 초 증시가 그렇게도 폭등 폭락했던 것과 최근 증시를 비교하면 최근 증시가 참으로 고요한 이유는 과거에 비하여 증시에 대하여 분석하고 이를 공개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간혹 개인투자자분들 중에 "예전처럼 화끈해야하는데 말이지"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당시 비합리적이었던 증시, 지금처럼 시장을 분석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그 때 올라갈 때는 정말 뜨거웠지요.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개인투자자분들 중에 그 시기에 큰 손실을 본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정작 추락할 때는 끝없이 추락하였으니 말입니다.

 

최대한 많은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은 어느 정도 효율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동성이 적어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실력있는 재야 분석가들이 입을 다문다면 시장은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아래 급등락 속에 투자자들은 망가지고 경제 시스템과 증시도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어쩌면 시장과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 그리고 실력있는 분석가들의 말 한마디는 모이고 모여 시장을 효율적이고 안정하게 하는 안전판일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