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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애널리스트에 대한 상장사 갑질 논란, 큰 문제는 바로...

by lovefund이성수 2016. 4. 1.

애널리스트에 대한 상장사 갑질 논란, 큰 문제는 바로...

또 다시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한 상장사에서의 압박이 금융가 논란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하나투어 투자의견을 하향한 애널리스트에 대하여 회사 IR담당자의 항의가 "탐방금지"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 뉴스와 SNS에 쏟아졌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하여 "갑질"수준으로까지 대응하는 상장사의 모습.

기업의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볼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금융시장에 합리적인 판단을 막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ㅇ 안 겪어본사람은 모른다. 그 압박.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뉴스상에 "압박","갑질,"압력" 등으로 표현되지만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낸 이들이 겪는 압박은 극단적인 수준에 스트레스와 같습니다.

 

필자가 십수년전인 2000년 초반, 필자가 재직중이던 회사가 모 벤처회사를 투자하려 하였고, 그 벤처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라는 임원진과 대표이사님의 지시를 받고, 기업탐방과 업황을 조사한 후 리포트를 작성하였습니다.

그 당시 저의 보고서에는 "3년 내 기업 생존 곤란, 투자 금지"라고 작성하였습니다. 대표이사님은 한참을 보시더니 해당 벤처회사에도 저의 보고서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벤처회사에 대표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하루종일 몇시간 내내 전화는 이어졌고 여러가지 이야기와 압박성 말을 들었습니다. 그 전화를 끊고 필자는 하루 종일 아무일도 못하겠더군요. 그 만큼 그 압박은 상당하였습니다.

 

하물며, 매일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야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살해협박"을 받았다는 애널리스트가 비일비재하였지요. 고평가된 종목을 고평가되었다고 매도 리포트를 내면 다음 날 모든 업무는 마비되고, 개인투자자,기관,외국인투자자,해당 기업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서 쏟아져 들어오는 전화와 대면자리에서 듣게되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압박은 상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기업 관계자의 직접적인 애널리스트 압박

 

지난 1분기, 모증권사에서는 추가 손실 가능성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에 목표가를 1400원으로 낮추는 리포트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해당 리포트가 삭제되면서 산업은행에서의 압박설이 뉴스로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산업은행에서는 부인하긴 하였습니다만]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투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투자의견을 조금 낮추었다는 이유로 하나투어 IR담당자는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 대하여 탐방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지요, 작년에는 면세점 관련 분석자료가 토러스투자증권에서 나왔을 때, 리포트에서 가장 박한 점수를 받은 현대백화점에 임원이 애널리스트에게 전화하여 인신공격과 과도한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 뉴스로 나와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ㅇ 기업 외 투자자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만약, 어떤 기업에 대하여 부정적인 리포트가 나온다면,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를 떨어트리는 "원흉"이라 생각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이를 직접 애널리스트에게 전화하여 항의하기도 합니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냐?"

"작전 세력 물량 싸게 받아줘야하냐?" 등등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항의가 개인투자자로부터 이어지게 되지요.

 

이뿐만 아닙니다. 펀드매니저 중에 해당 종목을 보유한 매니저라면 부정적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여러가지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그나마 매너있게 하겠지만 말입니다.

 

"다시한번 생각 해 보시죠.... 뭔가 빠트린게 있으신거 같은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압박을 받게되는 애널리스트 과연 제대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까요? 그러하기에 부정적인 리포트는 찾아보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ㅇ 매도리포트 겨우 1%, 들춰내야할 부정적 정보는 숨겨지게 된다.

 

 

[코스닥 모 상장사의 투자의견 리포트에는 매도는 없다, 자료참조 : 씽크풀]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매도리포트는 1~3% 수준 이나마도 작년에 한화증권에서 매도리포트를 전체 리포트에 7%나 내면서 높아진 수준이고 실질적으로 1%미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기업의 부실이 있다하더라도 투자자들은 깜깜이 일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저 기업들을 찬양하는 리포트들만 가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마치 강압속에 만들어진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와~~~ 매수리포트 만세~~ 만세~~ 역시 우리에겐 영광있으라"

 

한편으론 투자자들은 "왜? 매도 리포트가 없냐?"라고 하지만, 막상 본인이 투자한 종목에 대하여 부정적인 리포트가 나왔을 때에는 모든 주가 하락의 책임을 "애널리스트"에게 돌립니다. 문제는 기업에 있고 주가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결국 이런 분위기에서는 긍정적인 리포트들만 쏟아지게 되고 들춰내어 부정적으로 쏟아내야할 정보들은 음지로 숨어들어 찾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곪아가면서 썪어가는 기업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막상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확인하게 되지요.

 

그래도 애널리스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리포트에 남기고자 합니다.

고육지책으로 투자의견을 유지하지만 목표가를 대폭 낮추는 소심한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투자의견은 낮추더라도 목표가를 유지한다거나 말입니다.

 

 

ㅇ 이런 분위기에선 비효율적 시장은 심화된다.

 

매도 의견에 대해서는 집단린치를 가하고, 찬양하는 매수 리포트만 가득 남은 금융시장에는 주가의 비효율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폭등하는 주식에 대하여 매도 리포트를 내었다가는 이해관계자들의 압박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속에 있는 증권가에서 옷을 벗고 회사를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애널리스트 수도 줄고, 압박속에 알아도 말을 하지 못하는 시장...

결국 그 속에서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주가들로 인하여 피해는 투자자 본인에게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2016년 4월 1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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