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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최근 코스닥 버블 논란 속, 1999년 IT버블 당시를 떠올려보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11. 20.
최근 코스닥 버블 논란 속, 1999년 IT버블 당시를 떠올려보다

근래 코스닥 시가 총액 상위 종목군들, 특히 헬스케어,제약,바이오 업종군의 상승세가 지속되다보니 코스닥 시장에 대한 버블론이 일고 있습니다. 저 또한 코스닥 시장이 정도를 넘어선 버블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부 헬스케어 관련 종목들은 99년 IT버블 단계로까지 진입하였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싸이렌을 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관련주들의 상승세는 오늘도 뜨겁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버블 상황과 비교되는 1999년 IT버블, 그 당시는 과연 어떠했을지를 떠올리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당시 버블 한가운데를 경험한 이로써 그 당시의 상황을 기억을 더듬어 글로 남겨드리고자 합니다.

 

 

ㅇ 10년만 지나도 사람들은 잊고 만다...

 

지난주 지인과 점심 식사를 먹고 주식시장에 대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우연히 10여년 전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종합주가지수 차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지인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폭락장을 그대로 경험했었지요.

그런데 그 지인에게서 나온 말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이 정도 하락은 버티면 되잖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당시 증시 하락으로 힘들었던 그 당시 기억의 파편은 있었어도, 그 느낌과 감정은 거의 잊었던 것입니다. 10년....

여기에 거의 십여년을 더 더한 1999년(대략 18년 전이라고나 할까요?) 그 당시를 경험한 이라도 느낌과 기억을 떠올리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하신분들은 더욱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뿐더러 당시 주가지수 차트 속에서 "99년 제법 올랐네?"라는 정도만 상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ㅇ 1999년 IT버블 당시 : 증권사 직원, 벤처기업 직원이라면 1등 신랑감!

 

1999년 당시 IMF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주식시장은 99년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97년 연말 이후 173%나 상승하였고, 99년에는 80%넘게 상승하였으니 종목 단위로는 10배 이상 폭등한 종목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여기에 벤처붐 열기가 가세되면서 코스닥 시장은 그야 말로 묻지마 상승세가 연일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증권사 직원은 1980년대 후반 이후 10여년 만에 첨으로 1등 신랑감으로 등극하였고 당시 뉴스들을 찾아보면, 마담뚜가 계속 찾아오는 통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는 증권사 직원의 스토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벤처기업들의 경우 코스닥 상장만하면 대박 행진을 터트리는데, 당시 새롬기술의 경우는 상장 후 수개월만에 주가가 100배나 상승하니 벤처붐은 당시 코스닥 시장을 뜨겁다 못해 훨훨 타오르게 하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 당시 예능프로 중 이휘재의 "인생극장"에서는 수천억원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역으로 이승연씨가 등장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1999년 당시의 증시 모습을 담은 신문기사들, 자료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ㅇ 스팟 펀드와 코스닥 펀드의 대유행

 

당시, 주식시장의 열기 속에 스팟펀드와 코스닥 펀드가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10~20%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기간 상관없이 목표도달과 함께 상환되는 스팟펀드는 한두달 만에 목표를 달성하여 조기상환하여주니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그 열기가 뜨거워졌습니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이 불타듯 타오르니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다는 코스닥 전용펀드들도 불티나게 판매되었습니다. 당연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99년 당시 스팟펀드와 코스닥 전용펀드는 코스닥에서 핫!하다는 코스닥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고, 그 코스닥 종목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상승합니다. 마치 최근 코스닥150지수에 자금이 쏠리면서 해당 종목군들만 상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10일 연속 상한가 이런 단어가 그 당시에는 "표준명사"화 되다시피하였습니다.  

 

여의도에는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다닌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당시 주식시장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자고깨면 오르고 사기만 하면 오르는 분위기 속에, IT관련 종목들은 계속 오르고 대장주인 새롬기술은 영원한 대장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신앙으로 굳어져가고 있었습니다.

 

 

ㅇ 99년 IT버블 당시 워런버핏도 바보가 되다.

 

IT버블은 한국 시장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밀레니엄 분위기 속에 메모리 수요도 폭증하였고 IT혁신은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기대치가 주가에 너무도 과하게 반영되었었지요.

 

99년은 그런 분위기에 정점에 있었습니다.

그 해 많은 수의 가치투자자들이 고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던 대다수의 펀드들이 99년 오히려 수익률이 악화되었고, S&P500지수 수익률(배당포함) 2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유명하다는 가치투자 펀드매니저들이 99년에는 상당한 곤혹을 치뤄야만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워런버핏이 IT버블 속에 비난의 화살을 맞았습니다.

99년 S&P500지수의 총수익률(배당포함)이 21%를 기록하는 가운데, 버크셔해서웨이의 자기자본이 0.5%증가한데 불과하였고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오히려 20%가까이 하락하였으니, 주주들의 원성과 투자자들의 비난은 대단하였습니다. 이제는 한물간 가치투자자 취급을 받았었으니 말이죠.

 

버블이 만들어지는 시기에는 이런 현상들이 종종 관찰되곤 합니다. 어쩌면 올해 헬스케어 버블 단계 진입 속에 가치주들이 겪고 있는 현 상황도 그 때와 비슷할 것입니다.

 

 

ㅇ 경계론에 대하여 사람들은 매섭게 반박하고...

 

IT버블 당시 사람들은 IT혁신은 끝없는 매출 성장을 만들고 앞으로의 성장률은 측정불가할 정도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도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의 주가 강세가 이어졌고, 적자가 아니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의 자기자본, 매우 적은 매출과 이익으로 그 당시 주가를 설명하자니 새로운 가치지표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성장주는 PSR로 평가해야한다는 기준, 단순 PER가 아닌 성장률을 감안하는 PEG (PER를 성장률로 나눈 값)로 측정해야한다거나, 웹사이트의 경우 회원당 얼마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한다거나 심지어는 도메인 이름이 가지는 특수성 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는 등 새로운 가치지표들이 등장해야만 하였습니다.

 

간간히 경계론이 등장했었고, "버블"에 대한 우려감을 제시하였습니다만 그 당시 투자자들은 그러한 경계론에 대하여 매우 매섭게 반박하고 새로운 시대를 모른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 내었습니다. 그리고 주가도 수개월간 상승세가 지속되었지요. (마치 최근 셀트리온, 신라젠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말입니다.)

그러던 99년 12월 초 어느날 정부 관계자가 버블론을 제기하였을 때, 투자자들의 비난 여론은 대단하였습니다. 오히려 그런 버블론은 IT종목을 반대로 뜨겁게 달구었을 뿐이었지요.

 

99년 당시 IT대장주인 새롬기술을 중심으로한 IT대장주는 영원히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은 신앙화 되는 수준에 이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연일 상한가가 발생하지 않으면 점점 마음 졸이기 시작합니다. 제법 많이 올랐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상한가가 나와야지만 만족하는 모습들이 관찰되는데, 마치 알콜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가 가장 강력한 약물을 써야만 만족하는 모습과 다를바 없었습니다.

 

 

ㅇ 광풍의 중심에서 작은 실망은 균열을 만들고...

 

주가라고 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꿈이 이루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정도의 실적이 나와야지만 주가가 버블 단계에 들어가더라도 버블은 꺼지지 않게 되지요.

하지만 IT버블은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모순들이 조금씩 주가를 무너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만들어져야할 실적은 커녕 오히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닷컴기업들...

생각보다 심각한 경쟁 상황임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벤처기업들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자본잠식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지요.

 

마치... 1~2년여의 긴 꿈을 꾸고 깨어난 듯 갑자기 투자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PER가 1000배???", "적자인 기업을 내가 왜 이 값에 샀지?", "도대체 제시된 미래는 실현가능할까?"

하지만 그 사이 꿈처럼 휘감았던 버블은 온데간데 없고, 주가는 거품이 가라앉듯 허무하게 내려와 앉아 있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버블입니다. 주가를 떠 받힐만한 결실이 없으면 무너지는...

 

2017년 11월 20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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