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와 관련된 뉴스들을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이 대표적일 것이고, 국민연금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에 대한 경고와 소위 블랙리스트 지정 또한 행동주의 투자의 형태일 것입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조금씩 기업들의 주주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하면서 한국증시에 체질을 바꾸어가는 계기가 마련 될 것입니다.
ㅇ 대주주들의 전횡이 가득한 한국 주식시장.
워런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주주들과 버핏이 소통하는 파티와 같은 이벤트로 매년 5월이 되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합니다. 주주들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이니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와 비교 해 보면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국의 주주총회는 어떠합니까? 지난 기간 있었던 주주총회를 보더라도 주주들이 되도록이면 참석하지 못하도록(?) 특정일에 주주총회가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 자리마다 배치되어있는 주총꾼들은 마치 로보트가 명령에 따르듯 "의장의 제안에 동의합니다"를 큰 소리로 외쳐댑니다.
소액주주가 질문을 하려하면 물리적 충돌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요. 단 몇분만에 끝나는 주총에 참석 해 보면 주총에서 주주들의 권리는 어디로 갔는지 그저 대주주나 경영진의 들러리로 참석한 것은 아닌지 자괴감을 느끼게 되지요.
예전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표를 섀도보팅이라 하여 참석한 주주들의 의사권 행사 비율로 일괄처리하였으니 주주들의 권리는 더욱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도 직접 주총에 참석하여 발언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지요.
그러다보니 간혹 외국계 헤지펀드가 지분을 확보하여 주주권리를 행사하면 생소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국부를 빼내어(?)간다는 생각에 불편한 느낌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선진국 증시에서는 당연한 권리인 주주권리를 잃었던 한국 투자 문화에서는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마치 어른 앞에서 말대꾸하는 것마냥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증가 속에 국민연금은 행동을 시작하였고 간간히 소액투자자들의 연합 운동도 나타나기도 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현대차 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압박 등은 한국증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국민연금 : 저배당 블랙리스트를 지정하였더니...
지난 1일 뉴스에서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점 관리하는 이른바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에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등 2개사를 선정하였다 합니다. 왠지 블랙리스트라하면 안좋은 느낌이 들어 주가가 빠졌을 듯하지만 어제 해당 종목은 오히려 주주 친화 정책 증가 기대감에 주가가 제법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3년째 이들 기업의 주총에서 재무제표 의결과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를 해오고 있다고 하니 그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 왔던 것입니다.
과거 같다면 귀찮기에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 섀도보팅으로 처리되게 하거나 혹은 그냥 찬성을 던지고 말았을텐데 말입니다.
제법 큰 지분율을 가진 주주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넣게 되면 대주주라 하더라도 신경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감사 선임권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지분율이 높다하더라도 감사 선임시에는 3%p까지만 지분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50%지분을 가진 대주주와 10%지분씩 5명의 소수주주가 있는 있는 회사를 가정하였을 때 5명의 소수주주가 연합할 경우 친대주주 편의 감사가 아닌 소수주주들이 선정한 감사로 주총에서 의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른 감사가 선임되면 대주주는 마음대로 회사를 전횡하기 어려워 지겠지요?)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함께 헤지펀드의 행동주의 투자 공격이 늘어나고,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행동주의 투자가 늘어나면 점점 기업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주주 친화 정책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ㅇ 개인투자자라도 행동주의 투자를 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일상에 빠쁘다보니 주주 총회나 기업들의 여러가지 의결 관련한 사항에 소극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라하더라도 작은 표이지만 행동주의 투자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방법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민감한 사항에 자신의 의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특히,감사 선임에 관한 내용 등)
주주총회에 직접참여하기 어려운 경우 우편 또는 전자주총 투표에 참여하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두번째로는 중요한 기업 인수합병 혹은 회사 분할 등의 경우는 주주들에게 찬반여부를 묻습니다. 이 때 자신의 의사를 꼭 행사하시는 것입니다.
투자한 종목에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면 HTS접속시에 팝업으로 안내가 뜨거나 문자메시지가 증권사로부터 날라오지요. 혹은 증권사에 담당 직원을 두고 있으면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이 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왠지 "찬성"하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찬성표를 던집니다만 한번 정도 생각 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표를 던지면 "매수청구권"이 반대표를 던진 주주에게 주어집니다.
즉, 인수합병/분할 등의 이슈 과정에서 주가가 불리하게 흘러가면 매수청구권을 회사에 행사하여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지요.
그냥 찬성하면 그 권리가 날라가고 맙니다. 그리고 일련의 기업들의 경영승계 과정을 보시더라도 회사를 쪼갰다가 붙였다가 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지요.
ㅇ 행동주의 투자자의 증가와 스튜어드십 코드 증가 : 증시가 한층 레벨업 된다.
한국 증시가 다른 선진 증시대비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있는 요인 중에는 대북리스크도 있지만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문화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주주는 자신의 사익만을 위해 기업을 불투명하게 경영하니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특히 참 좋은 기업인데 저PER,저PBR,저PCR 등 극단적인 저평가 국면에 오랜기간 있는 기업들은 인위적인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행동주의 투자 증가와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증가는 눈에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한국증시를 서서히 레벨업 시키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주주 우선 정책을 생각할 것이고 기업 경영은 지금보다 한층 더 투명 해 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나 오너는 불편하겠지요. 그 이전처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터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한국 주식시장에서 너무도 오래동안 투자자들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요?
2018년 5월 3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주식시장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 ETF신탁, 이제는 코스닥 및 헬스케어 발목 잡을라 (2) | 2018.05.08 |
---|---|
삼성전자 액면분할, 거래 재개 후 세 가지 단상 (1) | 2018.05.04 |
주가 버블은 작은 이슈로 인해 추세를 깨트리는데... (4) | 2018.05.02 |
4월 증시 : 증시 온도와 방향이 확연히 달라진 한달 (4) | 2018.04.30 |
남북 정상 회담, 그 주가 이벤트 효과를 생각 해 보다. (2) | 2018.04.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