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에서 국민연금은 든든한 언덕으로 지난 10년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주식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왔고 국민연금 운용기금 적립액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수급주체로 힘을 발휘 해 왔습니다. 그러했던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2023년까지 15%내외로 줄이는 중기자산배분 안을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주식을 131조원(약 20%) 수준 보유하고 있기에 시장에 단일 주체로서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비중 축소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 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ㅇ 공룡이 될까 염려되었기에 미리 국내 주식비중을 낮추어가는 국민연금
매해 50조원 이상씩 국민연금 기금이 적립되어지고 있기에 현재의 주식비중 20%수준으로 계속 유지될 경우 2022년 기금 1천조원을 넘어섰을 때에는 200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보유하게 됩니다. 거래소/코스닥 시가총액 전체에 10%에 이른 엄청난 규모로 단일 수급주체로서는 가장 큰 물량을 한국증시에서 보유하게 됩니다.
소위 공룡이 되어, 미래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잠재적 불안감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43년 이후로는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돈이 적립금보다 더 많아지면서 기금이 급격히 줄어들 터인데, 먼 미래 국내 주식을 매도하면서 시장을 충격에 빠트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적립금 추이, 자료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어쩌면 2023년까지 국내 주식을 15%수준으로 줄이기로한 이 계획은 자칫 엄청난 공룡이 될 수 있는 국민연금을 미리 적절한 선에서 절제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현 시점에서 보자면,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 수급에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기에 시장에 민감한 재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금적립액 600조원대 초중반임을 감안한다면, 일시에 비중 조절할 경우 국내 주식비중 1%p감소는 국내 주식이 6~7조원 매도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ㅇ 국민연금 : 급하게 매도하지는 않더라도, 주가지수 현위치에서 매수하지는 않을 듯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변경안을 살펴보면, 2023년까지 15%내외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19년 말에는 18%. 올해는 18.7%로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를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작년 연말 19.2%를 목표치로 잡았지만, 20%대의 주식비중을 가지고 있으니 1.5%p가까운 국내주식비중 축소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비중 축소를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시장에서 비율을 맞추기 위하여 매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적립되는 자금에서 국내주식을 사들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비중을 낮추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주가지수대에서 생각 해 볼 때,
첫번째 방법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에 공격적으로 매도를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주가지수가 제자리를 이어간다면 매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국내주식비중은 서서히 줄어들면서 목표치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필자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상승하게 될 때에는 자연스럽게 국내 주식비중이 높아지기에 상승에 발맞추어 조금씩 주식을 매도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주가지수가 2600p를 향해 달려가자, 연기금의 매수세가 제법 크게 나왔던 것은 차후 증시 상승시의 국민연금의 수급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ㅇ 다만, 주가지수가 급락하였을 때 비빌 언덕으로 계속 위치할 국민연금
[2018년 2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지수별 매매 추정치, 자료분석 : lovefund이성수]
위의 표는 국민연금이 목표로 잡은 올해 기준, 국내주식 비중 18.7%를 가정하였을 때 주가지수별 주식 매매를 필자가 분석한 추정자료입니다.
주가지수가 상승할 수록 큰 매도세가 나오게 되는데, 현재 주가지수대인 2400p부근을 감안하여도 7조원에 이르는 주식 매도가 있어야함을 예상 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을 일시에 증시에 쏟아내는 것은 자칫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기금 적립과정에서 주식 매수를 소극적으로 하면서 국내 주식을 서서히 줄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수급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뀔 것인가에 대한 걱정에 대해서는, 하락장에서는 비빌언덕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주가 시장이 하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내주식비중이 낮아지므로 비율을 맞추기 위하여 주식 매수가 유입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가지수가 2200p까지 하락할 경우 대략 3조3천억원의 국내 주식을 매수해야하고, 2000p까지 밀려내려가는 큰 하락이 발생할 경우 14조원의 국내 주식을 매수해야 합니다.
즉, 주식시장이 보합내지 상승장일 때에는 은근히 매물이 나오면서 지수 상승에는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지수하락시에는 시장을 방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비빌 언덕 역할을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ㅇ 이제는 자연스러운 수급 주체로 이해하자.
국민연금의 수급이 증시에 든든한 언덕으로 등장했던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큰 기금 적립액이 아니었기에 절대적인 힘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헐적으로 증시 충격을 완화 해 주는 역할을 보여주었고 그 후 2010년 즈음 상승장이 크게 진행된 후 그 물량을 이익실현하였지요.
그 후 기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국내주식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주가지수가 보합기에 있다보니 꾸준히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중요한 매수 추체로 국민연금은 그 지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한 연기금의 수급을 볼 때, 무조건 사들이는 매수주체가 아닌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상승할 때는 매도물량을 일부 내어주고, 하락할 때는 저가에서 매수하는 자연스러운 존재로 이해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간접적인 저가매수/고가매도는 기금의 수익률에 알파를 더하면서 꾸준히 수익률을 높여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배분전략처럼 개인투자자도 기준을 두고, 매매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긴 관점에서 이러한 매매 속에 장기 수익률이 높여가는 힘을 만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2018년 5월 31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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