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증시 급락기 투자심리 : 생생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다.
한 달여 거의 매일 증시 하락이 지속되다 보니 투자자들의 지친 기색이 역력 해 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14% 하락하면서 이제는 2000년 이후 역대급 수준의 하락률로 들어서는 즈음입니다. 매년 10% 수준의 주가지수 하락은 비일비재하게 있지만 10% 중반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경우는 2년에 한 번 정도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약세장이다 보니 이번 하락장은 심리적인 부담이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증시 토크에서는 2000년 이후 역대 증시 급락기 때 투자심리에 대하여,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조금이나마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시기 바라면서...)
ㅇ 제법 투자자들에게 굵직한 부담을 준 하락 : 2000년 이후 9번
[2000년 이후 9번의 굵직한 하락장이 있었는데]
2000년 이후 한국 증시에서 제법 크게 투자심리를 흔들었던 약세장은 9번 있었습니다.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큰 재산상 그리고 심리적 상처를 남겼었기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약세장이지요. 이 외에도 2001년 911 테러, 2002~2003년 이라크전까지 약세장, 2004년 차이나 쇼크가 2010년 이전에 사이사이 시장을 흔든 중급 약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2011년 8월부터 시작된 유럽 위기, 2013년 6월 버냉키 쇼크 마지막으로 2015년 여름부터 다음 해까지 진행된 중국 버블 붕괴 및 유가 폭락에 의한 약세장이 있었습니다.
위 시기는 공통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안겨주었던 때였습니다. 심적 갈등은 극단에 이르게 하였었지요. 그리고 올해,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무역전쟁과 금리인상 이슈는 어느덧 올해 최고치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4% 하락하며 2010년대 역대급 수준의 하락률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위의 도표는 하락장이 시작되기 전 주가지수 최고치와 하락 피크 시기에 주가지수 최저치로 하락률을 계산하였습니다.)
ㅇ 2000년 IT버블 붕괴 : 한 달에 10% 넘게 주가지수가 빠지는데...
2000년 IT버블 붕괴 직전, 1999년 한국 증시는 닷컴, 코스닥 광풍이 불었습니다. 소위 IT기술주라 불리는 닷컴 주식을 매수하기만 하면 며칠 만에 100%, 200% 심지어는 몇 달 만에 100배에 이르는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었으니 투자자들은 돈을 들고 기술주에 투자하였고, 그 덕분에 그 열기는 벤처투자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 시기 벤처기업 직원과 증권사 직원은 1등 신랑감으로 뉴스에 자주 언급되기도 하였지요.
필자도 1999년 IT버블 중심에 있는 종목에 투자하였고 1999년 말 그 광적인 수익률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밀레니엄이 첫 거래일 밝게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첫날만 상승하였을 뿐 1월 증시부터 시장이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매일 하락하더니, 주가지수 기준 월간 10% 넘게 하락하는 상황이 봄까지 반복되었지요. 주가지수가 월간 10% 하락이 3~4달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올해 주가지수 고점 대비 현재까지 하락폭이 매달 반복되는 느낌을 상상하시면 비슷할 것입니다. 심한 때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모든 종목이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였습니다. 아찔하지요. 특히나 버블의 중심에 있던 종목을 들고 있었던 당시 상승장만 보았던 필자는 버블 붕괴를 그대로 몸으로 겪었습니다.
그때 당시 하락세는 연말까지 이어졌고, 코스닥지수는 1/5 수준까지 급락 종합주가지수는 54%나 하락하면서 닷컴 버블은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남기고 버블이 붕괴되었습니다. 그 당시 충격적인 경험이 있기에 버블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고 버블이 심각한 종목에 대한 경계는 아예 투자 습관이 되었습니다.
ㅇ 2001년 911 테러 전후 :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방법을 깨닫다.
2001년 증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해 1,2월에 반등이 있었지만 그리 녹녹지 않았고 가을까지 무기력한 장세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던 9월 11일 저녁 친구와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하던 그때 TV 뉴스 속보 화면에서 여객기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충돌하는 장면이 나왔고 얼마 안가 거대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붕괴되는 장면이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한국증시는 전쟁 관련주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한가에 이르렀었습니다. (참고로 당시 거래소 하한가 폭은 15%, 코스닥은 12%였답니다.) 모두가 패닉에 빠졌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은 수일간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2000년 IT버블 붕괴 후 심리적 불안이 극단에 이르렀던 때였기에 911 테러 이후 세계 경제는 공황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24시간 내내 911 테러 특집 뉴스에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워낙 저평가 종목이 많았던 그때, 911 테러로 인해 더욱 저평가 종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개인투자자의 경우 손실이 커지게 되면 절대 손해보고는 못 판다는 심리 때문에 보유 주식을 그냥 들고 갑니다만, 하락장으로 인해 싼 종목들이 크게 늘어났기에 손해 본 종목보다도 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기회로 삼았을 수 있습니다. 실제 필자는 그 시기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 후 2002년까지 반등이 이어졌고, 오히로 911 테러 위기를 주가지수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 하락장으로 인해 손실률에 대해 괴로워하기보다는 충분히 하락한 후에는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ㅇ 2008년 금융위기 : 그냥 아예 잊고 지내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실질적으로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가지수는 2007년 가을까지 상승하였지만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07년 여름부터 수익률이 꺾이는 경향이 나타났고 2008년으로 넘어가면서 그해 1월부터 노골적인 하락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평가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놓기는 하였습니다만 폭락장에서는 그 영향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계좌 수익률만 보았다가는 잘못된 판단을 할 듯싶어 아예 禁(금) HTS 하던 날도 있었지요. 우연히 경제 TV 출연 제의가 있어 그곳에 신경 쓰다 보니 계좌 조회는 가끔씩만 하게 되었고, 여기에 증권사 HTS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니 아예 2008년 금융위기가 극단에 이르던 때에는 "많이 빠졌나 보구나"라는 정도라 인식할 정도로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큰 폭락장을 거친 후 2009년 초 정해진 규칙대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였을 때에는 다행히 그 이전에 세팅한 가치투자 종목들이 2008년에 상대적으로 강하게 버텨주었고, 새로운 가치주 후보 종목을 선정하려 할 때에는 정말 많은 저평가 종목들 수에 깜짝 놀랐습니다.
물 반 고기반이라는 말과 버려진 흑진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좋은 종목들이 싼 가격에 버려져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후 2009년 상승장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2008년 피크 때 수익률에 연연하여 투자를 포기하거나 손해난 주식을 새로운 저평가 주식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10년이 지난 현재 투자 수익률은 아마 실망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ㅇ 2010년대 가장 깊은 쇼크 : 2011년 유럽발 위기
[2011년 8월 유럽위기는 투자자들을 2008년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였고]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깊은 약세장이라 하면 주가지수 기준 20% 이상의 낙폭을 이야기하였습니다만, 2010년 대 이후 저변동성 장세로 인해 10% 이상만 되어도 큰 하락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2010년대로 넘어가는 초반 26% 하락이라는 큰 홍역을 한국 증시는 치러야만 했습니다.
바로 2011년 8월 유럽 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유럽 위기의 하락장은 가을까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특히나 그 직전 "차화정 랠리" 속에 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을 안사면 바보 취급받기도 하였던 차별화 장세가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차화정에 집중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기관에서는 차화정 안사면 바보 펀드매니저 소리를 들으니 마지막에 항복하는 마음으로 차화정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었지요.
그러던 그때 2011년 유럽 위기가 터집니다. 8월 첫 거래일은 그럭저럭 상승세로 마감합니다만, 8월 둘째 거래일부터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어어어?? 하다 보니 벌써 주가지수가 20% 하락 해 있을 정도로 순식간에 하락장이 발생하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아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하락장이 전개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 트라우마를 가진 투자자들이 많았기에 유럽 위기 피크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포기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직전 차화정의 노골적인 차별화 장세가 2010년, 2011년 2년여 있었기에 오히려 가치주에게는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필자는 가치주 포트폴리오를 규칙대로 관리하였고, 유럽 위기 이후 수년간의 가치주 전성시대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ㅇ 위기는 결국 기회 : 하지만 위기 과정을 견디는 건 만만치 않기에...
글을 쓰다 보니 참으로 긴 글이 되었군요.
결론을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위에서 언급드린 대표적인 약세장 그때마다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탈출하기 바빴고 주가지수 20% 이상 하락한 시점부터는 심리적 패닉이 투자심리를 지배하였던 것을 필자는 머릿속 깊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위기 과정 속에서 매일 평가 손실이 커져가는 것을 보게 되면 투자심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절망감에 빠지게 됩니다.
하락장이 깊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그 절망감과 함께 투매를 하기 시작합니다.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하락장을 저는 투자 후보 종목군들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과거 하락장이 지난 후에는 마치 태풍이 올 때 물고기 떼가 밀려오는 것처럼 좋은 종목들이 헐값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눈앞에서 벌떡거리고 있습니다. 그 기회가 있는데 현재 보유 종목이 손실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버티거나 포기하고 매도하는 것은 모두 현명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비록 이번 약세장이 어디에서 마무리될지는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하락장은 투자심리를 너무도 힘들게 만들겠지요.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평가 손실에 따른 괴로움을 크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너무도 싼 종목들이 너무 많단 점입니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억울하게 저평가 구간에 들어온 종목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2003~4년처럼 심하게는 PER 2~3배인 경우도 보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항상 하락장의 극단에는 이런 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더군요.
"밸류에이션이니 가치지표니 하는 것은 다 필요 없다, 세계는 이제 공멸의 길로 가는데 그런 가치가 다 무슨 소용인가?"라는 비관적인 말들이 과거에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배하여왔습니다.
2018년 7월 6일 금요일, 결국 그 부정적인 심리를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합니다.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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