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별곡

실적을 6개월에 한번씩만 한다면? 트럼프 트윗을 보고

by lovefund이성수 2018. 8. 20.

실적을 6개월에 한번씩만 한다면? 트럼프 트윗을  보고

얼마전 8월 반기 결산 공시가 끝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실적 공시는 3개월에 한번씩  분기 단위고 공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과 회사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제도로 굳어져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금요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충격적인(?) 트윗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에 반기(6개월) 공시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ㅇ 금요일 저녁 퇴근길 보게된 트윗 : "반기만  공시하는게 더 경제적이다?" 

 

[반기 공시의 유연성과 경제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  자료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금요일 밤, 퇴근길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읽고 있었습니다. 워낙 예측 불허의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다보니 그냥 무덤덤하게 읽어가던 중, 갑자기 눈에 띄는 내용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 내용은 바로 주요  경영 리더들과의 간담회에서 "분기 공시를 멈추고 반기 공시 시스템으로 가주세요!~"라고 누군가 발언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연구를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3개월에 한번씩 공시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이보다 2배 긴 6개월에 한번 공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연구 해보라고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것 자체가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투명한 경영 공시를 위하여  연간 공시에서 반기공시 그리고 분기 공시 시스템까지 정착된 이 시대에, 다시 반기 공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한다는  것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당혹스러운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3개월에 한번씩 실적 공시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비용은 큰  부담이 되겠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입장에서 반기 공시 시스템으로 전환시 큰 불편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연구 요청이 실제 반영되기는 어렵겠지만......)  



ㅇ 여기서 잠시 : 한국 증시 2000년 이후에야 정착된 분기  공시

 

한국 증시에서 분기 공시가 정착된 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IMF사태 이전에는 반기 단위의 공시 정도였고 이 자료마저도 구하기 어려웠지요. 1996년에 당시 LG증권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공표한 것이 최초의 국내 기업 분기  공시였습니다.  


그 후 조금씩 분기 보고서 공시 기업이 늘어났다가 IMF이후 상장 기업의 분기 공시가  의무화 되기 시작하여 2000년에는 코스닥 시장까지 모두 분기 공시가 의무화 되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분기 자료가 우리에게 익숙 해진데에는  20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던 것이지요. 


생각 해 보면, 1999년 당시에는 반기/연간 결산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웠었고  상장기업 편람과 같은 두꺼운 책을 통해서야 기업들의 실적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Dart(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이 정착된  후에는 이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2000년 이전에는 분기 보고서는 커녕 반기/연간 보고서를 접하는 것 자체가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ㅇ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반기 공시 시스템으로  바뀐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만, 만약 현재 분기 공시 시스템에서 반기 단위 공시  시스템으로 바뀐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상승을 해보겠습니다.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현상은 이해관계자(주주, 채권자, 근로자, 기타)들이 회사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진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공시를 통하여 최근 사업 근황이 어떤지 재무제표를 통해 실적과 자산 현황 등을 알 수 있지만  6개월에 한번씩(반기)마다 공시할 경우 공시 후 6개월은 그야말로 정보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6개월은 제법 긴  시간이지요.

이로 인하여 여러가지 현상이 연이어 만들어지게 됩니다.


두번째, 카더라 통신의 만연 : 정보가 아닌 소문이 더 중요 해  진다.

분기 단위로 실적 자료가 공시되게 되면 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등 투자 관계자들이 예상  실적을 실제치와 조금 더 유사하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년에 한번으로 공시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실적 추정에 어려움이 커지게 되고 결국  기업의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한 투자가 아닌 "소문"에 의한 투자가 만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증시를 보더라도 2000년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 "카더라 루머"에  의존한 투자가 정석투자처럼 받아들였지만 2000년 이후 분기 단위  공시가 정착되기 시작한 후에 가치투자자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던 변화를 떠올리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것입니다. 


[dart와 분기 보고서가 없던 당시에는 신문에 올라온 재무 공시는 중요한  투자자료] 


세번째로, 정보의 부재로 인해 시장 요구수익률 증가 : 증시 하락원인이 될  수도.

정보가 부족해진 증시는 깜깜이 투자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 정보가 적시에  공시되지 않으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과 요구수익률을 높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주가는 하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를 위해 반대로 실적 공시를 자주 했던 사례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군요.

2000년 초반 당시 웅진코웨이의 경우 다른 기업들이 어렵게 어렵게 분기 보고서를  공시하는 상황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월간 실적 공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2000년 초반이면 막 반기 공시에서  분기 공시로 넘어온 때인데 이런 시기에 월간 공시를 했으니 말입니다. 차후 웅진코웨이는 경영투명성 제고를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으며 주가가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2001년 초대비 2002년 초 10배  상승)

만약 이런 케이스의 회사가 반대로 월간 공시에서 6개월 (반기)공시로 회귀하였다면 주가는 크게  하락하였겠지요? 


네번째로, 시장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바뀌고 변동성도 높아진다.

정보가 적시에 공시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점점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두번째로 언급드린 "카더라 통신 루머"를 언급드린 것처럼 주가는 미확인된 정보에  의해 이러저리 휘둘리다가 반기 공시가 나온 후에 급등락하게 되는 등 변동성도 높아지고 시장 자체도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효율적인 시장은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투자자들에게는 수익률의 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다만 변동성이 워낙 높으니 인내심이 크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 해 본다면 분기 공시 시스템에서 반기 공시 시스템으로 전환 시  득보다는 실이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일부  기업인들이 언급한 직간접적인 비용 측면에서 일부 기업에 득은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인 비용이 커지고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입니다. 


실적 공시 기간을 길게 생각 할 수 있는,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상상 해  보자면...

4~500여년 전 대항해시대를 떠올려보시면 비교하기 쉬울 듯 합니다. 그 당시는 배가  출항해서 항구로 돌아와야지만 결산이 마무리 되기 때문에 1년이든 2년이든 항해하는 기간 깜깜이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는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인 수익률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지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기 공시 시스템에 관한 언급... 그저 지나가는 수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