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별곡

자사주 매입/소각 속에 담긴 주식 공학

by lovefund이성수 2018. 11. 30.

자사주 매입/소각 속에 담긴 주식 공학

현대차가 오늘 30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와 우선주 총 276만여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이어 삼성전자도 자사주 소각을 오전에 발표하였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보통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과 함께 사용되는 카드입니다. 물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과정이 가시적으로 주가를 상승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몇가지 재미있는 현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오늘 글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핵심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매커니즘이 핵심임을 글 서두에 안내드립니다.)

 

 

ㅇ 긍정적 시그널 1 : 유통 주식수 감소, EPS증가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매입하는 그 자체만으로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 하방압력을 조금이나마 약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됩니다. 주가라고 하는 것이 주식이 분산되어있을 때보다는 집중되어있을 때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러하기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정부분 유통 주식수를 흡수하면 마치 주식을 매집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당가치 측면에서 주당순이익, EPS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EPS계산시 자사주는 빼고 계산되기 때문에 [EPS = 이익÷주식수] 공식에서 주식수가 감소하면서 EPS가 높아지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자사주 중 절반(50%)을 매입한다면 EPS는 2배나 높아지게 되겠지요?

다만, 간혹 상장사들이 보유했던 자사주를 빅딜을 통해 다른 회사에게 매각하거나 직원 스톡옵션 등으로 지급하며 시장에 유통되기도 하기에 자사주 소각은 완벽한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를 만듭니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긍정적 시그널 2 : 오히려 배당보다 나을 수 있다?

 

배당은 주식투자자에게 중요한 현금흐름 원천입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면 은행이자보다도 높고 여느 상가/원룸과 같은 임대사업보다도 높은 배당수익률을 꾸준히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배당은 지급되는 과정에서 배당소득세가 발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경우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 중에는 배당보다는 배당에 투입할 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드린바처럼 EPS와 같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효과를 만들게 되고 자사주 소각까지 병행될 경우 완벽하게 주식수가 줄어들게 되니 근본적인 주가 상승 효과가 있다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더 높은 주주 가치를 고양시키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심리적 측면에서 현금흐름이 발생되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기에 꼼꼼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함께 병행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여 줍니다.

 

 

ㅇ 긍정적 시그널 3 :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 천명

 

자사주 매입 자체만으로도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됩니다. 어쩌면 대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그리고 그 후 소각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배당보다도 더 귀찮은 회계적 처리를 해야하기도 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공시로 적시한 규칙에 맞게 특정 기간 동안 매입해야하는 번거러움이 따르다보니 자사주 매입 카드를 사용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카드를 썼다한다면 주주를 위한 "노!오~~~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공표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공시와 함께 뉴스를 통해 홍보도 병행한다면 "역시! OOO회사는 주주를 생각 해 준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높이겠지요?

 

한국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예를 찾아보았습니다.

미국 S&P500지수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비중은 평균 3%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경우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작년에는 0.5%수준이었다하니 한국 상장사들이 얼마나 자사주 매입을 꺼려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ㅇ 부외 효과 : 자사주 매입 꾸준히 하면 대주주 지분이 올라간다.

 

90년대 중반, 필자는 캐피탈리즘이라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몇년 동안 이 게임에 푹빠져 심취하였지요. 캐피탈리즘이 저를 주식시장으로 이끈 큰 계기였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는데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고전게임이 된, 캐피탈리즘, 사진참조 : Captialism Plus 게임 캡쳐]

 

 

처음에는 어떤 기능인지도 모르고 공장과 백화점을 잘 경영해서 돈이 쌓이면 자사주 매입을 하다보니 점점 회사의 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신기한 현상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지요. 하지만 주식시장을 공부하고 나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반투자자"의 주식을 회사가 매입하고 소각하니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고 저의 주식수는 그대로이니 주식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던 것입니다.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수십년 자사주 매입을 반복하다보면 대주주는 자신의 지분율이 높이면서 회사 장악력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캐피탈리즘 게임을 한참하던 때 저는 이 방법을 활용하여 저의 회사 지분을 50%에서 100%로 높일 수 있었고 계열사의 지분을 높여 계열사 장악력도 높일 수 있었지요.

 

 

ㅇ 부정적인 시그널 : 성장 한계에 봉착 했다는 오해...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를 높여준다고 하지만 현금이 들어가야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기업은 성장을 해야 살아남는 유기체와 같다보니,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금은 꼭 필요합니다. 이러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다고 발표할 경우 시장에 "더 이상 우리 회사는 성장성이 없어요"라는 시그널을 던질 수 있습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도 고속성장 국면이 끝난 후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던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파격적으로 발표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ㅇ 자사주 매입/소각 당장에 큰 효과는 없을 수 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가에는 가시적이 효과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통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시기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락추세가 갑자기 브레이크 걸리기는 어렵고 주가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식 공학보다도 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 전까지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당장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봄 현대차가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발표하였지만 최근까지도 주가가 힘없이 내려앉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가 10만큼 떨어져야한다면 7~8정도만 하락하게 하는 완충효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그리고 차후 기업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게 되면 과거에 비하여 줄어든 유통주식수와 주당가치를 계산하는 주식수가 감소하게 되면서 그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밸류에이션이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합니다.

 

비록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2018년 11월 30일 금요일, 기분 좋은 불금 그리고 주말 보내세요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