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별곡

투자원칙에 가장 큰 적 : 융통성

by lovefund이성수 2018. 11. 27.

투자원칙에 가장 큰 적 : 융통성

융통성 혹은 일본식 표현인 유도리. 투자 세계에 있다보면 은근히 자주 듣게 되는 단어입니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도리~",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라는 식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그 뒤에 붙는 말은 "그 때 샀어야/팔았어야 했다"가 붙곤 하지요. 그런데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유도리... 오히려 투자에 가장 큰 적이 된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 오늘 글에서는 융통성 대신 유도리(!)를 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ㅇ 투자자의 마음을 비꼬고 뒤흔드는 용어 "유도리"

 

주식시장에 흐름에 맞추어 융통성있게 대처해야한다는 유도리. 은근히 많은 투자자분들이 주변에서 듣거나 혹은 본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던지는 말일 것입니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분들이 자주 쓰곤 하지요.

 

과거 2001년 911테러 직후 우연히 필자의 부친과 친구 아버지로부터 그 유도리를 연달아 듣게 되었습니다.

"911테러도 발생했는데 세계 경제가 파탄 날 지경인데 이런 때 유도리 있게 주식을 팔라 한다, 너는 어찌 생각하니?"

하기사 지금 다시 생각 해 보면, 그 시기 911테러 이후 전 세계가 알카에다, 탈라벤과 전 세계가 전쟁을 할 판이고 월드트레이드 센터 붕괴 이후 미국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연일 쏟아졌었지요. 하루 24시간 내내 911테러 영상과 함께 생방송으로 세계 경제 위기감을 쏟아내니 그 당시 분위기는 대단하였습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에이! 그 때 한달만 버티면 그 후 대박 장세였는데?"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이는 후견지명일 뿐입니다. 당시 그 시점은 경제,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였습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융통성을 가져야한다는 표현은 하락장에서 많이 듣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손실은 투자심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후벼파는 듯 하니 대뇌 전두엽 한켠에 숨어있던 후견지명은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속삭입니다.

 

"거봐라... 그 때 융통성 있게 매도했어야지!!!!"

 

[사람들은 유연한 투자전략 운용을 원하는데... 사진참조 : pixabay]

 

 

 

ㅇ 융통성에 맞추어 투자한다면 :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할 기간은 전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융통성을 모두 고려하여 투자한다면 주식투자를 해야할 시점은 전혀없습니다. 매년, 매분기, 매달, 매주, 매일 악재들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아마 그 융통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주식투자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모든 투자를 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현금을 아니 제2의 IMF사태가 오면 한국원화는 휴지조각이되니 달러를 들고 있어야 하겠지요. 악재를 생각한다면 한시도 투자를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단적으로 작년 2017년을 뒤돌아보면 매달 미국의 북폭 가능성이 계속 제기 되었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이라는 위기감이 계속 이어졌었습니다. 모든 투자를 접었어야 합니다. 만약 북폭이 정말 전개되었다면 한국의 모든 자산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고 그렇게도 뜨거웠던 서울 아파트는 그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가 되었을터이니 말입니다.

 

매년, 매분기, 매달, 매주, 매일 악재가 없는 날이 없습니다. 그 악재에 맞추어 유도리(?)있게 투자를 한다면 매수를 할 시기는 전혀없고 매일 숏포지션을 가지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ㅇ 후견지명이 만드는 심리 융통성 : 투자원칙을 무너트린다.

 

후견지명,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무슨 일이 발생하고 난 후에 갑자기 전두엽에서 "띵~~"하고 생각이 떠오르지요.

"아 그 때 내가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었던거 같은데 왜 그렇게 안했을까? 후회되네..."

혹은 후견지명을 악용하는 이들은 "거봐라~ 내가 말한데로 되지 않았는가?"라면서 하지도 않은 말을 강하게 떠벌리기도 합니다.

 

후견지명은 후회를 만들고 그 후회는 지금 현재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한 마음의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에라도 융통성을 발휘해야한다는 마음의 울림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투자원칙을 깨트리는 문제를 만들고 맙니다.

 

예를들어 자산배분전략을 50vs50전략으로 보수적으로 쓰기로 마음먹고 이에 따른 공부를 하여 섀넌의 도깨비 효과와 하락장에서 안정판 역할을 잘 숙지하고있는 투자자라도 하락장이 깊이 발생되면 전체 평가금액이 크게 감소하니 마음 속에서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 내가 비록 50%주식, 50%안전자산에 투자하였지만 시장에 반토막 나면 전체 투자금이 -25% 손실로 커질지 몰라. 경제 신문들은 제2의 IMF가 온다하고 유튜브 영상에는 부정적인 영상들이 가득해 지금이라도 다 현금화 해야겠어!"

 

만약,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사용한 투자자라면 더 강하게 이런 상황이 심리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사람의 수많은 감정은 사후 확신 편향을 만드는데... 사진참조 : pixabay]

 

 

ㅇ 융통성의 결과 : 저가매도 & 고가매수의 무한 반복

 

사람들은 증시가 하락하면 투매에 동참해서 융통성을 발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융통성이 실제 투매로 이어진 후에는 시장은 진바닥(진짜 바닥)을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그후 시장에 반등이 실제 나오게 되면 "다시 하락한다"라는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상승합니다.

 

그렇게 상승하다보면 어느 순간 또 다른 후견지명이 발동하며 하락장과 반대의 융통성이 전두엽에서 등장합니다.

"거~~!! 바라, 그 때 존버하고 오히려 더 사야한다고 생각 했지 않느냐"

그리고 상승장에 대한 마음의 갈등이 지속되다 어느 순간 참다참다 유도리를 발휘하며 "매수"합니다. 그리고 화려한 고가 매수와 함께 상투를 잡게 되지요.

융통성을 강조하는 투자자분들 중 대다수가 이런 저가매도(투매) 그리고 고가매수를 무한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융통성 측면에서 보자면 주식시장 예상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이 실제 현실로 나타날 것인지는 불확실 합니다. 지금 당장 예상처럼 흘러갈 수 있지만 시간이 길게 흘러간 후 수년 뒤에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영화 빅쇼트에서도 미국 부동산 버블과 부실을 정확히 예상하였지만, 이 것이 실제 터지는데에는 2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에 빅숏포지션을 취했던 주인공들은 파산지경에 이를 뻔했지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세운 투자 원칙을 장기적으로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 원칙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면 시장이 폭등하든 폭락하든 지켜가십시오. 옆에서 누가 무어라 하든지 말입니다.

마치 오딧세이의 율리시스가 사이렌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귀를 밀납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 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2018년 11월 27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