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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가치투자의 1년 반 고행, 그 원인을 찾아보면 답이 보인다.

by lovefund이성수 2018. 11. 26.
가치투자의 1년 반 고행, 그 원인을 찾아보면 답이 보인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만만치 않을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가치투자를 이어오던 투자자들도 다른 투자 대상으로 투자를 전향하거나, 회의감 속에 다른 투자 방식으로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 이후 약세장에서 가치투자를 포기한 이들이 크게 늘었을 것 입니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가치투자를 시작했던 이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1년 반의 시간... 가치주의 약세 원인을 찾다보면 중요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ㅇ 지난 1년 반여의 시간 : 가치투자 방식 고행의 시간

 

[저PBR 전략과 고배당 전략 포트폴리오 지난 1년반 고행의 시간]

[자료참조 : lovefund66차오프세미나]

 

 

투자에 있어서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황 중 가장 큰 부담을 느끼게 하는 시기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때입니다. 어떤 기준 지수가 높은 성과를 만들 때 내 투자 성과가 부진하게 되면 마음 한켠에서는 서서히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기 시작하고, 이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심적 갈등이 상당 해 집니다.

 

가치투자 방식들 대부분이 2017년에 이런 현상을 겪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 전략이 2017년 봄까지는 그런데로 시장 수익률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위의 저PBR전략 그리고 고배당 전략 포트폴리오의 2017년 수익률 추이(분홍색선)를 보면, 종합주가지수(흑색선)과 코스닥지수(녹색선)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저PBR전략의 경우 마이너스 성과를 내기도 하였으니 그 시기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하였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018년은 주가지수보다 가치투자 전략이 양호한 성과를 만들기는 하였지만 시장 자체가 크게 하락하였다보니 절대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꺽여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심리적 부담은 2017년에 상대적 발탈감에 더하여 2018년에 절대적 수익률 부진이 이어지면서 심리적 부담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특히 지난 여름 이후 약세장 그리고 10월 급락장에서 가치투자자들이 대규모로 포기하였을 것입니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단련된 가치투자자라하더라도 1년여의 상대적 부진 이후 찾아온 2018년 절대수익률 마이너스는 심리적 패닉을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 그 이전 오랜 기간 좋은 성과를 냈다하더라도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과거의 전적을 모두 잊게 만듭니다.)

 

 

ㅇ 가치투자 방식의 부진 : 2016년 그리고 2017년 퀀트 열풍

 

모든 투자 방식은 사람이 몰리면 수익을 낼 수 파이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가치투자 방식이 2016년과 2017년 폭발적으로 팽창하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8년이 넘는 시간 화려한 수익을 낸 가치투자 방식들의 성과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가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급하게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필자가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12년 당시 저는이데일리TV 아침 개장방송 앵커로서 진행을 맡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 코너로 "가치투자 퀀트"를 두었고 시청자에게 퀀트방식의 가치투자를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시청자의 반응은 냉랭하였습니다. 용어도 생소하기도 하고,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쪽집게처럼 대박주를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이었기 때문이지요. 아쉽게도 그 코너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치투자 수익률 악화과정은 역사적으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자료 : lovefund66차 오프세미나]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2016년~2017년에는 가치투자 퀀트 방식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정도로 빅히트를 거두게 됩니다. 그도그럴 것이 2016년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 투자인 로보어드바이저 개념이 널리알려졌고 그 로보어드바이저 개념 중 대부분이 퀀트 방식이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 나온 퀀트 관련 서적들은 빅히트를 쳤는데 몇몇 서적은 연구만 잘하면 연20%는 기본이고 30%, 40%, 50%까지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이 되어있다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퀀트 방식의 가치투자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 시기... 필자도 살짝 염려되기도 하였습니다.

"어? 젊은 층이 저렇게 뛰어들면.... 상투였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야할텐데.."

마음 속 한 구석에 있던 염려는 현실이 되었고 2017년 가치투자 방식 전체에 부진이 발생되게 됩니다. 여기에 여러가지 외적요인들이 작용하기도 하였지요. (당시 국민연금의 패시브전략 강화, 대주주 양도세 기준 확대 등등등)

 

퀀트 방식의 가치투자 성과가 부진해 지는 그 때, 옆 동네인 가상화폐가 2017년 하반기 불바다 장세를 펼치고 있었지요. 이 시기 때 아마 퀀트 가치투자를 시작한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로 넘어갔습니다. 가치투자 몇달 해 보니 수익은 안나고 옆동네 가상화폐에서는 열배, 백배씩 상승하니 말입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가치투자 퀀트관련 베스트 셀러를 썼던 어떤 저자가 가상화폐를 퀀트방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책으로 내기도 하였습니다.)

 

 

ㅇ 역사는 반복된다...

 

가치투자 방식이 100% 승률의 투자 전략은 아니기에 수익률이 악화되는 시기도 있고 좋은 시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좋은 때와 나쁜 때 그 싸이클에 따라 투자자들의 반응은 일반적인 주식시장에서의 패턴과 똑같은 역사가 반복됩니다.

 

90년대 초반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호가 개방되었을 때, 저PER/저PBR 광풍 속에 당시 신기술인 가치투로 뛰어든 국내 투자자들이 그 후에는 가치투자 성과 부진과 함께 다시 그 시기에 일반적인 투자 방법인 정보매매, 기술적매매 등으로 돌아섰고 2007년에는 그 이전 5년여간 가치투자가 보인 놀라운 성과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가치투자로 전향하였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두 손을 들고 가치투자를 포기하였습니다.

이런 포기 과정이 있고나면 오랜 시간 가치투자를 해온 이들에게는 편안한 투자 기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마치 2008년 금융위기 클라이막스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가치투자 강세장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학식이 높고 똑똑하며 스스로 분석력이 뛰어나다하는 투자자라하더라도 2017~2018년과 같은 가치투자가 고전하는 시기를 직접경험하고 나면 멘탈이 붕괴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의 마음 속에서 번뇌가 계속 일어나고, 집에서는 가족들의 비난과 심리적 압박 혹은 친구들의 비아냥이 반복되면 지난 10월 하락장처럼 제법 깊은 낙폭이 발생하면 포기하고 맙니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됩니다.

 

아마... 가치투자를 지향하던 많은 이들이 2017년 늦가을에 가상화폐로 떠나 불을 태웠을 것이고 올해는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마지막 불을 태웠을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 결국 감정이 지배하는 인간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가치투자를 하겠다던 주변 지인들에게서... 보고 말았습니다.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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