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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차이나 포비아 : 믿을 수 없는 재무제표가 만든 결과물

by lovefund이성수 2018. 11. 22.

차이나 포비아 : 믿을 수 없는 재무제표가 만든 결과물

한국증시 용어 중에 "차이나 포비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하게 등장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용어 자체에서 무언가 익숙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주가 공포를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한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매우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차이나 포비아 다르게 이야기하면 차이나 디스카운트 라고도 부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문제는...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기에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그리고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비단 한국내 중국 상장 기업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ㅇ 줄줄이 상장폐지된 국내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

 

재무제표만볼 때 한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PER가 1~2배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고 PBR레벨 0.1배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은근히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분들 중에 국내 상장 중국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게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본사 소재지와 통화화폐 단위를 체크하여 중국 기업이라 판단되면 종목후보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 분식이나 거짓 공시로 인하여 많은 한국투자자들이 중국 상장기업에 투자하였다가 큰 낭패를 보았습니다. 2007년 이후 23개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되었는데 이 중 10개가 상장폐지 되었을 정도이니 재무제표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과거 중국원양자원, 고섬 사건 등은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에 치명타를 입혔었지요.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회사 선박 사진이 포토샵으로 위조되었다는 의혹,  거짓 공시, 장부조작 등은 투자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결국 상장폐지의 길로 걸어가고 말았습니다.

 

 

ㅇ 재무제표가 튼튼한데 : 채무 불이행?

 

한국 기업들에게서도 재무제표가 양호한데도 부도가 나는 흑자도산이라는 상황이 가끔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회사의 자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비유동자산에 자산이 묶여있다보니 흑자이긴 한데 현금흐름이 부족해서 발생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한국 상장 중국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소식을 듣고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충분한 현금 및 등가물을 재무제표 수치상 보유하고 있음에도 부도가 발생한 것에 의아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차이나그레이트 건도 재무제표상 회사의 현금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원화 2728억원이나 있었지만 253억원대 전환사채 계약 조건 위반이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무제표로만 보면 내부적으로 채권자와 협의하여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던 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단이 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 참고로 차이나그레이트의 경우 부채비율 14%, 유동비율 750%, PBR 0.11배라는 숫자상으로만 매력적인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ㅇ 재무제표 신뢰가 사라지면 : 밸류에이션 수치도 의미 없다.

 

[재무제표 신뢰가 사라지면, 재무제표는 그저 숫자일 뿐. 사진참조 : pixabay]

 

이처럼 한국 상장 중국기업들에게서 연이어 불미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다보니 주가는 추락하고 밸류에이션 지표들은 극단적으로 낮은 수치까지 낮아져 있습니다. 한국 상장 중국기업의 밸류 수준이 낮다하여 매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No!"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1년 중국고섬 사태 때에도 재무제표상 존재하여야할 은행잔고가 차후 특별감사를 통해 10억위안(1600억원) 잔고가 부족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신뢰를 주지 못하면 재무제표의 숫자는 그저 아라비아 숫자일 뿐입니다.

 

과거 IMF사태 전후 한국기업들도 비슷한 선례가 많았습니다. 굵직한 기업들의 부도 과정 속에서 분식회계와 횡령/배임 등이 연이어 쏟아졌고, 2000년대 초반 한국증시는 극저평가 국면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건전한 기업들까지도 덩달아 피해를 입으면서 알짜 기업도 덤핑으로 거래되었습니다.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가 주는 충격은 해당 개별 주식 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 더 넓게는 한국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는 감사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기업들도 오랜 기간 노력을 해왔기에 90년대, 2000년 초반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몇몇 굵직한 기업들의 회계 의혹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의혹이 생길 때부터 이미 증시 발목을 잡기 시작하였고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여왔습니다. 어쩌면 2011년 이후 한국증시가 오랜 박스권에 가두어지는 원인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하여 금융당국은 기업 규모난 사회적 파장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엄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최대한 보수적인 회계를 통해 가치를 부풀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힘든 과정이지만 이 후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되면 한국증시는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반대로, 회계에 대한 신뢰를 계속 무너트리는 상황이 반복되게 방치한다면 한국증시는 마치 국내에 상장된 중국증시처럼 처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빠질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22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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