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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액면분할된 애플과 테슬라를 보며, 유동성은 모든 것을 강력호재로 만든다

by lovefund이성수 2020. 9. 1.
액면분할된 애플과 테슬라를 보며, 유동성은 모든 것을 강력호재로 만든다

밤사이 미국 나스닥지수가 애플과 테슬라의 액면분할로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습니다.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신 분들에게는 이 "액면분할"이 강력한 호재처럼 인식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21년 넘게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에 관한 이슈를 대하고 그에 따른 주가 반응들을 보아왔습니다만, 시장의 액면분할에 대한 반응은 시장 유동성에 따라 다른 듯 합니다.

[※ 오늘 글은 결론이 왔다 갔다 합니다... 앞부분만 보고 결론 내리지는 말아주십시오. 열린결론입니다.]

 

 

ㅇ 액면분할, 그 자체만으로는 본질적으로 의미는 없다.

 

액면분할은 그저 액면가를 낮추고 그 낮아진 액면가 비율만큼 주가를 낮추고, 주식수를 늘려주는 것이지요.

액면가 5천원인 회사가 주식 1만주가 있는데, 액면가를 1천원으로 1/5 액면분할을 단행하면 주식수는 5배인 5만주로 늘어나게 됩니다. 주가도 액면분할 비율에 맞추어 1/5로 낮추게 됩니다.

[액면가 X 주식수] 가 자본금인 것을 감안하면 자본금에는 차이가 없고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에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1/5로 낮아진 만큼 주식수가 5배 늘어나니 시가총액 또한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유동성 장세"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과거 1999년 IT버블 당시에는 액면분할 공시가 상한가 10번을 만드는 증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액면분할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다보니 액면분할 공시가 나오면 잠시 "어? 호재인가? 싶다가 이벤트가 종료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말입니다.

 

 

 액면분할에 관한 다양한 이벤트 효과 논문은 회의적, 그런데...

 

정보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에 있어 액면분할은 자주 인용되는 이벤트입니다.

과거 1999년처럼 유동성이 엄청난 시장에서는 액면분할로 주가가 낮아지면 거래 부담이 없으니 주가가 승승장구 쭉쭉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상적인 시장에서 액면분할 이슈는 녹록치 않습니다.

실제 다양한 액면분할 관련 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결과는,

액면분할 공시 전에 주가가 올랐다가 공시 이후에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나타나고 실제 액면분할 후에는 주가가 실망스럽게 흘러가는 것으로 결론지어집니다.

 

[액면분할 이벤트 공시 및 상장일 전후의 CAAR추이]

[논문참조 : 주식분할이 주주의 부에 미치는 영향, 2011년 8월, 강유경]

 

 

이런 현상은 2018년 10월 18일자 필자의 증시토크 "액면분할 더이상 증시 호재가 아니다"에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그 즈음 액면분할하였던 NAVER의 케이스 그리고 전해 2017년 액면분할한 삼성전자의 케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액면분할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주가 상승의 재료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벤트가 종료된 후 주가 모멘텀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이 액면분할에 관한 상황은 그저 논문에만 존재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ㅇ 액분해서 급등한 애플과 테슬라는? : 무엇이 이성적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구분안간다.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가 액면분할 전후 주가가 급등하고 나스닥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만들었습니다.

어제 밤, 애플과 테슬라 주가흐름을 보면서 저는 1999년 IT버블 당시 새롬기술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새롬기술은 코스닥의 대장주였지요. 액면분할을 한다는 소식과 실제 이벤트가 발생한 것만으로도 10일 연속 상한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가 폭등세가 지속되었습니다. (당시 코스닥 상한가는 12%)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20여년만에 필자는 "액면분할을 강력한 호재로 인식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이머징 마켓도 아닌 미국, 뉴욕증시에서 그것도 애플과 테슬라에서 말입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 솔직히 무섭기까지 하였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쳐있구나..."

 

[1999년 IT버블 당시 새롬기술은 액면분할 후 연속상한가 속 급등세가 나타났다]


전 세계투자자들이 액면분할이 특별한 이슈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유동성의 힘으로 강력한 호재로 바꾼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무슨 재료가 등장해도 모두 다 호재가 될 분위기입니다.

 

마치 IT버블 당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치 초절정 인기 연예인이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아도 예술처럼 해석될 수 있는 분위기처럼 말입니다.

마치 현실과 환상이 구별되지 않는 것처럼...

다만, 미국증시는 이성의 끈을 놓은 영역에 들어가있지만 한국증시는 유동성 힘 덕분에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는 유동성에 취해있습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요? 제가 판단할 영역은 아닌듯 합니다.

 

2020년 9월 1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의 투자철학을 알아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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