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교체 주기, 수익률만 보아서는 안된다.
가치투자, 스타일투자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종목군(포트폴리오) 교체 주기는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 논문들에서는 1달 혹은 3개월 또는 12개월(1년) 중 한개 주기만 선택하여 결과를 도출하곤 합니다. 오늘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로 되어있는 아마추어 퀀터인 Quant Kim 님이 "분기vs반기vs연도별 투자, 나의 선택은?"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가치투자자들이 비밀의 키로 숨겨두었던 결과물, 오늘 그 상자의 뚜껑이 열렸으니 저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결과물을 오늘 글에서 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ㅇ 종목교체 주기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부터...
일반적인 투자자분들에게는 종목교체 주기란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분들은 타이밍전략을 선호하다보니 종목을 특정 주기에 맞추어 교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팔아야하는거 아닙니까?"
맞긴 맞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딩에서는 BLASH(Buy Low And Sell High)를 매매철학으로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점매수 고점매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감성에 휩쌓이기는 것이 현실이고 투자 경험이 많은 분들일 수록 저점,고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지요.
그래서 가치투자 연구에서는 특정 주기에 맞추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단순하기에 실제 운용에 적용하기도 편하고 연구 과정도 객관적이며 결정적으로 매매 시점을 판단하기 위한 감정이 개입되지 않습니다.
보통은 1년 단위로 종목 변경 기준을 잡고 연구되기도 합니다만, 3개월 혹은 1개월 단위로 포트폴리오 변경을 전제로 연구되어지는 논문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ㅇ 결론부터 : 종목 교체 주기가 짧을 수록 수익률이 높긴한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종목교체주기가 짧을 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며 "역시 단타가 최고구나!", "장기 투자가 답이 아니었어" 등등의 생각이 드시겠습니다만, 진짜 결론은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4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의 포트 교체 주기별 수익률 퍼포먼스]
[자료 : 2015년 11월 lovefund오프라인 정기세미나]
위의 자료는 매달 진행하는 필자의 정기 세미나 중, 2015년 11월에 준비했던 자료입니다.
2004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 3개월, 12개월 단위로 필자의 가치투자 기준으로종목을 선정하여 주기적으로 교체하였을 때의 수익률 결과치입니다.
11년간의 수익률 한눈에 봐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특히 1달에 한번씩 종목을 교체하는 경우 11년간 3300%가 넘는 수익률이니 투자자들의 심리상 매달 종목을 교체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은근히 많은 연구논문들이나 페이퍼들이 1달에 한번씩 종목을 교체하는 전제로 연구된 경우가 많습니다.
[매달 종목을 변경하는 전제로 연구된 자료들도 많다]
[참고자료 : 2001년 8월 D모증권사]
하지만, 중요한 것이 한가지 빠져있습니다. 바로 직간접적인 비용입니다.
보통 투자자들은 비용이라하면 증권수수료, 증권거래세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주문편차, 주문실수와 같은 간접적인 비용도 발생합니다.
매매를 잘하시는 분들은 이 직간접적인 비용을 자신의 매매실력을 바탕으로 제로에 가깝게 만드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이 직간접적인 비용을 경험하게 되지요.
경험적으로 볼 때, 종목 교체마다 1%p정도 직간접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넉넉하게 잡자면 1.5%p정도로 생각 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ㅇ 비용 감안시 : 1개월 종목 교체 주기는 독(毒)인데 반하여
[비용감안시 교체 주기별 CAGR, 자료 : lovefund연구자료 ]
위의 자료는 앞에서 언급드린 종목교체 주기별 연환산수익률(CAGR, 청색막대)과 여기에 직간접적 거래비용을 차감한 연수익률(CAGR,적색막대)입니다.
종목교체 마다 1.5%p정도로 높게 잡아 넉넉하게 계산하였습니다.
1개월 종목교체 주기는 1.5%p씩 12번이니 연 18%의 직간접적인 비용이 나갈 것이고
3개월 종목교체 주기는 1.5%p씩 4번이니 약 6%의 직간접적인 비용으로
6개월 종목교체 주기는 1.5%p씩 2번, 3%를 비용으로
12개월 종목교체 주기는 1.5%p를 비용으로 차감하여 계산하였습니다.
그 결과 연수익률 40%에 육박하며 33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였던 한달단위 종목 교체 주기의 수익률은 19.8%로 크게 낮아졌고, 3개월은 26%수준으로 소폭 감소, 6개월은 28%로 소폭감소, 12개월은 27%로 거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적색 막대도표를 보시면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는데 독특하게도 원형천정형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6개월 종목교체 주기에서 비용 감안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입니다.
단, 종목교체 주기 마다 1.5%p비용은 최대치일 수 있기에 3개월 교체 주기도 의미있는 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ㅇ 그렇다면 2년, 3년 교체 주기는?
한편으로는 종목 교체 주기가 길어지게 되면 직간접적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기에 2년, 3년으로 늘려서 교체하는 방법도 생각 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을 쓰는 시간의 제약상 경험상 분석을 이야기드리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2년 정도 종목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증시에서는 아무리 좋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하더라도 2년차부터는 상장폐지되는 종목들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외에도 기업들의 상황이 안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2년 이상 보유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현상이 발생되는 것을 간헐적으로 계산하며 발견하곤 하였습니다.
ㅇ 필자가 종목교체 주기 연구 자료에서 찾게되는 번외 논리들
종목교체 주기별 연구자료의 결과들을 보다보면 그 수익률 결과와 비용이 미치는 영향 외에 다른 관점에서의 논리들도 생각 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개인투자자가 거대자금보다 유리하단 점입니다.
어제 글에서도 언급드렸습니다만 개인투자자는 자금 규모가 작기에 유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종목교체 주기가 짧을 수록 좋다면 비용감안하더라도 3~6개월 주기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1000억원이 넘는 펀드들이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펀드들이 이런 주기별 종목교체 전략을 사용한다면, 가격 왜곡을 스스로 만들면서 수익률을 크게 악화 시키고 있을 것입니다.
(매도할 때는 하한가, 매수할 때는 상한가에 거래해야하니 말입니다.)
두번째, 종목교체 주기가 짧을 수록 알파는 존재 : 시야가 짧을 수록 비이성적 시장
종목 교체주기가 짧을 수록 비용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투자의 시계에 따른 비이성적인 시장 성향이 만드는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주 글을 통해 설명드립니다만, 주식시장을 짧은 시간 단위로 보면 볼 수록 비이성적인 성향이 큽니다. 즉 노이즈가 심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주식시장은 합리적인 주가를 향해 움직이게 되지요.
이 때 비이성적인 시장 성향은 추가수익률(알파수익률)을 만드는 원천이 되게 되고, 종목 변경 시기에 이 알파를 취하는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이 때 문제는 거래 비용과의 상충관계 일 것입니다.
세번째, 은근히 단명하는 기업이 많다.
앞서서 2년 이상 종목교체주기가 길어질 경우에는 상장폐지로 접어든 종목들이 하나둘 생긴다 언급드렸습니다.
2년, 3년 된 연구용 포트폴리오들을 보면 중간중간에 숭숭 비어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빈 공간은 전체 수익률을 갉아먹고 맙니다.
은근히 한국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단명하는 기업들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주식투자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크게 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런 투자 문화가 주식시장에 질적 변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어쩌면, 최첨단 무기로 투자하는 외국인과 기관 사이에서 개인투자자가 돌도끼로 싸우다가 적어도 개인무장은 완벽하게 하고 투자하는 수준으로 레벨업 되었다 보여집니다.
계속 발전하는 투자 환경에서 저도 노력이 더 필요하겠습니다만, 지금이라도 아무런 전략이 없는 개인투자자분들은 최대한 빨리 체계적인 투자 전략을 확보해야할 것입니다.
계속 돌도끼만 들고 투자에 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2017년 3월 8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CIIA,국제공인투자분석사/ KCIIA, 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퀀트 #종목교체주가
'주식시장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적 이슈, 주식투자 관점에서는 결국 소음. (2) | 2017.03.10 |
---|---|
탄핵 심판을 앞두고 높아지는 시장 변동성 (2) | 2017.03.09 |
개인투자자의 장단점을 생각 해 보다. (4) | 2017.03.07 |
3월 중순 격동의 시기, 악재가 집중된 10여일 (2) | 2017.03.06 |
천재들의 오류, 퀀트 과최적화를 줄이기 위한 소고 (2) | 2017.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