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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잠깐 주식시장에 발을 담은 20여년을 뒤돌아보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8. 14.
잠깐 주식시장에 발을 담은 20여년을 뒤돌아보다.

요즘은 주식시장에 워낙 큰 악재가 등장 해 있다보니, 글을 쓰게 되면 거의 매일 "대북리스크"를 언급하곤하였습니다. 징검다리 휴일을 앞둔 오늘은 글주제를 무거운 악재 이야기가 아닌, 과거를 되돌아보닌 조금은 가벼운 주제를 잡아보았습니다. 필자도 어느 덧 중년의 나이에 깊이 들어가고 있는 즈음 지난 20년 주식시장과 그 안에서의 제 자신을 뒤돌아보니 매해 쉽지 않았음을 되새기게 되는군요.

 

 

ㅇ 20여년전 별을 보는 소년에서,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을 보다.

 

2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아마추어 천문가였습니다.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보고 필름카메라로 천체 현상을 찍어 지인들에게 천체사진이라면 나눠주던 것이 취미였지요. 대학교 합격증을 받자마자 등록금을 내기도 전에 필자는 교내 천문동아리에 바로 가입하기도하였습니다. (당시 필자는 화학과를 다녔었습니다.)

 

그렇게 별을 보던 소년이었던 필자는 군대가기 전인 8월 어느날 "캐피탈리즘"이라는 경영시뮬레이션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Demo판으로 짧게 짧게 게임을 하다가 게임에 빠져들다보니 정품을 구입해서 군대가기 전까지 3개월 정도를 매일 밤을 새면서 그 게임에 빠졌었지요.

 

20여년 전 캐피탈리즘에는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있었습니다. 내 회사의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매매할 수도 있고, 경쟁사의 지분을 매매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와 포괄손익계산서를 볼 수 있었으며 계열사를 두기도 하고, M&A를 감행하여 경쟁사를 흡수합병하면서 게임상에서 세를 키우는 과정을 밟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하다 군대가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필자의 인생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필자를 주식시장을 접하게 한, 20년전 PC게임 캐피탈리즘]

[사진참조 : Captialism Plus 게임 캡쳐]

 

 

 

ㅇ 99년 IT버블을 시작으로 시장의 평지풍파를 겪은 지난 20여년

 

군대를 제대하고 나왔더니, IMF사태 직후인지라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만 하더라도 D학점만으로라도 학교를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업하기 쉬웠던 대학레벨이고 과였는데, IMF직후인 그 때는 과에서 탑을 달리던 친구가 대기업은 커녕 중소기업에 간신히 붙었다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은 안좋았습니다.

 

그 즈음, 복학하기 전까지 인생에서 이런 시기는 없다는 생각에 전국 일주 여행을 하던 중, 기차안에서 다른 승객이 두고간 경제신문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나름 캐피탈리즘으로 기업경영과 주식시장을 얼추 알고 있으니 관심이 가더군요. 그런데 주식면이 펼쳐졌을 때 지금 관점으로 얘기하자면 상승추세로 돌아선 주가지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때, 그 우연한 일은 필자를 주식시장의 평지풍파로 발을 들이게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시기는 바로, IMF상황이 안정화 되고 주식시장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며 상승장을 만든 1999년이었습니다. 그 좋은 호시절에 주식투자를 시작하였으니 그야말로 땅집고 헤엄치기였지요.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사라고 책에나와 있었기에, 우연히 (주)대우가 거래량이 가장 많아 매수하고 좋은 가격에 팔고 나왔더니 99년 여름 대우 회사채 사태가 터지기도 하였고, 그 이후 하반기에는 IT버블의 준대장주에 투자하여 당시 군대를 막 제대한 필자로서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호시절은 계속이어지지 않고 "평지풍파 금융사"를 십수년간 주기적으로 겪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ㅇ 2000년 이후 매년 악재는 반복되어왔고...

 

99년의 매끈한 상승장 이후, 주식시장은 평탄하지 않음을 몸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2000년 IT버블 붕괴는 99년에 쌓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녹여버렸습니다. 그 당시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99년의 매끈한 상승처럼 2000년 매끈하게 하락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장의 평지풍파는 오히려 주식시장이 평탄하지 않음을 각인시켰고, 그 후 주식투자에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고 나니 주식시장은 마냥 평탄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굴곡이 있기에 주식시장에서 수익이 만들어진 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특히, 2000년 IT버블 붕괴 당시 공부를 시작했던 가치투자와 시스템트레이딩는 필자에게 체계적인 가치투자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시장은 매년 시끌 시끌 하였습니다.

 

2001년은 연초 잠깐 반등 후,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여 지구가 멸망하는 듯 하였고,

2002년은 월드컵으로 모두가 흥분하였지만, 이라크전 우려와 서서히 부각되던 카드대란 이슈로 여름이후 하락장이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에는 연초에 이라크전 발발로 세계경제는 공황에 빠질 것이라며 큰 하락세가 진행되었었고, 2003년까지 코스닥과 소형주는 철저히 차별받으며 약세가 지속되었습니다.

2004년에는 멀쩡히 잘 가던 주식시장이 차이나쇼크와 한국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주가지수가 순식간에 20%가까이 하락하며 또 다시 공포감에 키웠었습니다.

2005년에는 연중 내내 상승장이었지만 그 해 봄에 주가지수 1000p넘어갈 즈음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ELS의 이익확보 매도로 인해 잠시 출렁이면서 투자심리를 흔들기도 하였지요.

2006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잠시 출렁이기도하였고,

2007년 화려했던 장세 때에도 7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작되면서 2008년 위기의 불씨를 남겼습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개되면서 지난 10년 내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었고

2009년에는 반등 속 상승장이 지속되긴 하였습니다. 그해 내내 금융위기가 재발 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주식시장은 간간히 변동성을 높이기도 하였습니다.

2010년에도 조용하지 않았지요, 2008년의 위기감이 유럽권으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BRICS에 대한 불안감이 증시를 억눌렀습니다.

2011년 차화정 장세로 화려한 랠리로 주가지수 2000p를 회복하였지만, 유럽위기가 고조되면서 시장은 추풍낙엽처럼 하락하였고 이후 한국증시는 횟수로 7년의 박스권 장세에 들어가게 됩니다.

2012년 다시 잠잠했던 유럽위기가 부각되면서 주가지수가 10%넘는 조정세가 나타났었습니다.

2013년에는 6월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할거야!"라는 발언에 주식시장은 6월 한달간 10%넘는 폭락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2014년도 만만치 않았지요. 하반기에는 IS와의 전쟁 양적완화 종료입박 등으로 가을에 급락장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2015년에는 상반기 스몰캡 랠리 후 후휴증과 미국 금리 인상 부담으로 증시는 약세를 보였고

2016년에는 연초부터 유가 폭락에 따른 산유국 위기 그에 따른 유럽위기 고조 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위기설이 겹쳤었습니다.

 

그야말로 주식시장은 "평지풍파 금융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난 20여년간의 주식시장]

 

 

ㅇ 이런 위기 때마다 사람들이 던진말 일본어의 잔재"유도리(융통성)"

 

우리 사회에는 일제 강점기 때의 언어 문화가 남아있지요. 대표적인 단어는 "유도리"일 것입니다.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라는 표현, 많이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필자에게 이 말을 던지면서 나름 조언을 합니다.

 

"주식시장도 이런데, 유도리가 있어야지?"

 

그 유도리는 밑도 끝도 없이 사용됩니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관에 의해 판단하며 매도할 때도 유도리, 매수할 때도 유도리... 명확한 기준도 없고 그 때 그 때 사후적으로 평가되는 잣대일 뿐입니다.

 

이번 8월 대북리스크도 다시 어쩌면 매년 반복되는 악재 중 하나 일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은 안했습니다만, 매년 한번씩은 대북리스크가 존재하여왔고 그 때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다시 필자에게 유도리를 강요하여왔습니다.

 

필자의 오랜 경험상, 유도리는 잠깐 마음의 위안을 주며 좋은 수는 있어도 어렵게 만든 투자 원칙을 무너트리게 됩니다. 

위에서 2000년 이후 횟수로 16년간을 이야기드렸습니다. 매 해 악재가 없었던 때는 없었으며, 그 때마다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였습니다.

지난 20여년을 되곱아보면서 필자는 그 한해 한해에 존재했던 악재들의 느낌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그 때마다 "유도리"를 사용했다면 필자의 투자 수익률은 이도 저도 아닌 성과를 내었을 것이고 가치투자, 룰베이스 투자에 관한 말도 꺼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식투자 이제는 "유도리"를 빼버리고, "규칙과 원칙"을 세워야하지 않을까요?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20대 초반 8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던 것을 기억하며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PS : 휴가 중에도 글을 올리기는 것은 필자의 중요한 원칙과 규칙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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