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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볼커룰의 축소 : 글로벌 증시의 장기 변동성을 높이는 재료

by lovefund이성수 2018. 6. 7.

볼커룰의 축소 : 글로벌 증시의 장기 변동성을 높이는 재료

근래, 미국 증시 이슈들을 살펴보다보면 볼커룰 전면 개정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방만한 자금 운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인 "도드-프랭크법"에 핵심 골자인 볼커룰은 금융기관들의 족쇄로 작용되어왔다보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손을 보기 시작한 법안이기도 합니다.

볼커룰이 축소되어가면서 미국 금융기관들의 족쇄가 풀려가고 있는 즈음의 상황을 보다보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점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느낌도 함께 떠오르게 됩니다.

 

 

ㅇ 2008년 금융위기 : 방만했던 금융기관의 자금 운영이 통제되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투자은행, 상업은행 가릴 것 없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이익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무너진 신용시장은 연쇄적인 자산 부실을 만들었고 이로 인하여 미국 굴지의 은행들이 연달아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지요. 대표적으로 2008년 가을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3500페이지에 이르는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개혁법(통제 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을 2010년 7월 발표하게 됩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였고 그 안에 있는 볼커 룰은 은행의 자기매매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였습니다.

 

하지 말아야할 제약들이 크게 늘어나니 미국 금융기관들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본업인 예대업무에만 집중하였고 기타 자기매매나 투자관련 업무는 급격히 위축되면서 안전하긴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지 못하는 족쇄가 채워지게 됩니다.

 

 

ㅇ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 초반부터 제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도드 프랭크법과 볼커 룰은 불편한 존재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하기에 대통령 임기 초기부터 관련 법안을 약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취임 초기인 2017년 2월 도드-프랭크 법 일부를 폐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였습니다.

 

그 후 도드-프랭크법과 볼커룰 축소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회자되었으며 최근 볼커룰 개정안이 나오면서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매매)이 다시 활성화되고, 파생상품 투자기회 확대와 금융 감독 완화라는 미국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제약이 풀리게 되면 금융시장 전체적으로는 긍정론과 함께 우려감도 동시에 형성되게 됩니다.

 

[폴 볼커 前 연준의장의 이름이 들어간 볼커룰, 그도 최근 볼커룰 축소에 동의했다던데..]

[사진참조 : 나무위키]

 

 

ㅇ 제약이 없다? 고삐풀린 망아지 → 금융시장에 버블이 생길 수도 있다.

 

도드-프랭크 법이 강하게 존재하던 때에는 자기자본 매매나 기타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뛰어다니려 하여도 온몸에 쇠사슬이 매어져 있으니 활동 범위는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안전하게만 자산운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약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마치 고삐가 풀려가는 망아지처럼 점점 더 공격적인 투자를 늘려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공격성은 시장에 모멘텀을 만들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로 인해 수익률은 높아져가면서 더 큰 자금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활용되게 되지요.

 

도드-프랭크 법과 볼커룰이 약화되어가면 마치 꽁꽁 묶여져 있던 맹수가 뛰쳐나가듯 시장을 흥분시킬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효과라면 시장에 모멘텀과 함께 버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 이머징마켓에 고위험 채권 등등 위험하지만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는 모든 곳으로 자금이 공격적으로 뻗어나가면서 금융시장 전체에 버블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블은 수익률을 높인다는 긍정적인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버블 붕괴"라는 부정적인 효과도 가지게 됩니다.

 

 

ㅇ 양날의 칼 : 좋을 땐 좋지만, 무너지면....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푹꺼진 통화승수, 자료 참조 : FRED]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을로한 글로벌 신용시장이 붕괴되었고 이로 인하여 그 이전에 비하여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소극적이고 안전한 투자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도드-프랭크법은 더욱 발목을 강하게 잡았습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무너진 신용시장으로 인해 유동성을 메우기 위하여 미국은 양적완화로 이 부족분을 채웠고 그 결과 자금시장에서 통화승수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지요. (현금은 늘었지만 돈이 돌지 않았던 것입니다.)

 

도드-프랭크법이 완화되어가고 볼커룰이 축소되게 되면 점점 통화승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향해 높아져 갈 것입니다. 당장 한두 해 안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수년 후에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버블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렇게 통제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삐가 풀린 망아지는 엄청난 버블을 만들겠지요. 그리고 그 버블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고 연쇄적인 신용위기와 채무 불이행이 이어져 2008년처럼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도드-프랭크법과 볼커룰이 약해진 이후의 시장, 급하게 상승했다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그래도 통제하에서 상대적으로 단단히 올라왔다면 이후에 만약 글로벌 금융시장 상승이 갑자기 강하게 나타난다면 이는 사상 누각일 수도 있음을 한편으로 마음 속으로 염두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018년 6월 7일 목요일, 그 날이 언제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고삐는 일단 풀렸습니다.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 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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