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매도 헤프닝, 시장 충격 비용을 다시 생각하게 하다.
코스닥 시장과 소형주에서 어제(11/7일) 유래 없는 연기금의 대량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1327억원 그리고 코스피 소형업종에서는 271억원의 연기금 매도가 장중 내내 쏟아지면서 코스닥과 스몰캡 전반에 주가 급락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장중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라는 악재가 발생하였다고는 하지만 남북 경협주와 관련 없는 종목들까지 크게 하락하였을 정도로 연기금의 전일 대량 매도는 스몰캡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이러한 연기금의 대량 매도에 연기금 펀드 환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월요일 저의 증시토크에서 언급하였던 Price Maker 그리고 시장충격비용(Market Impact Cost)를 떠올리게 합니다.
ㅇ 전일, 연기금 코스닥/소형주 일간 매도 규모 : 사상 최대급!
[역대 코스닥과 소형업종에서의 연기금의 대량매도 Top5]
어제 장중 내내 쏟아진 연기금의 매도는 결국 코스닥 시장과 소형주에서의 사상 최대급의 매도규모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연기금이 이렇게 매도한적이 없었는데 하루만에 코스닥시장에서 1300억원대, 소형업종에서는 270억원대 순매도를 만들었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로인하여, 큰 문제가 없는 스몰캡들까지 이유없는 급락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제 미국 중간 선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중간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었다는 악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연기금이 이렇게 대량 매도할 사안이 아니었고, 대북 이슈가 없는 종목들까지 이유없이 급락한 모습들이 발생되면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연기금에 집중되었습니다.
특히나, 주가지수가 10월 하락장을 거치면서 크게 비중이 낮아진 국내주식을 사야할 상황에 스몰캡에서 대량 매도가 나왔기에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급하게 일부 포지션(혹은 위탁 운용)을 바꾸는 과정일 수 있다는 짐각은 자연스럽게 뇌리에 스쳐지나갔습니다.
ㅇ 뉴스에서는 "연기금 펀드 리밸런싱/펀드 대량환매" 그리고 시장 루머를 들어가보니...
전일 연기금의 대량 매도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면 "연기금 펀드 환매", "연기금 펀드 리밸런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짧막하게 언급된 뉴스 기사로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조금 더 시장 루머를 파고들어가 보았습니다.
루머의 내용들을 종합하여보면(※ 사실 여부는 미확인입니다.)
연기금(4대 연기금 중 어디인지는 모르지만...)이 A자산운용의 S모펀드와 T자산운용의 중소형관련 펀드 환매가 있었고 이 펀드들이 일시에 매도하면서 어제의 역대금 연기금 매도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매한 자금은 배당을 많이 주는 펀드로 전환한다고 하더군요.
연기금의 환매 요청이 있었고 하루만에 이렇게 매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트레이딩과 주문 집행 관점에서 보면 개념없이 매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자금이 그냥 개인투자자나 일반투자자의 자금이 아닌 공적 성격을 가진 연기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시에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Market Impact Cost가 높아졌고 이는 연기금 수혜자들의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ㅇ 다시 꺼내보는, 시장 충격 비용(Market Impact Cost)
[월요일에 언급드린 시장 충격 개념도, 또 다시 재활용 해 봅니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매매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대량 매도를 출회하게 되면 "시장 충격"이 발생하면서 일시에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만약 소액 투자자가 매도를 하였다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시장 충격 이전 균형가격"에 매도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자금이 매도할 경우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매도하게 되기에 불리한 가격에 매도가 누적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시장 충격 비용"이 되고 맙니다. 이 시장 충격 비용은 증권거래세나 증권 수수료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거래 비용입니다.
그러하기에, 대규모 자금의 경우 시장 충격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주문 집행 알고리즘"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제 연기금의 매매를 보면 장중 내내 매도한 것으로 보아 일중 매매에서는 주문 집행 알고리즘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하루 중에 적용하는 주문 집행 알고리즘은 자금 규모가 작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매매할 때에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지 연기금처럼 자금 규모가 큰 경우에는 수일 혹은 수개월에 걸친 주문 집행 알고리즘을 적용했어야 합니다.
말이 어렵군요. 감정 그대로 넣어서 쉽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 큰 자금을 하루에 털게 아니고!!! 일주일 아니 한달은 시간을 두고 털었어야지!!! 다른 포지션 매수할 때도 하루만에 사들일 것인가?!!!"
(참.... 위에 언급한 데로 연기금 펀드 환매 관련 이야기는 루머이지요)
ㅇ 연기금 사상 최고 일일 매도 헤프닝 : 느껴지는 뒷 모습
진정하고 연기금 관점에서 생각 해 보겠습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 외에도 우체국보험기금,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양합니다. 어제 매도한 주체는 어디인지 모른다 생각 하겠습니다. 이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이라면 당연히 주문 집행 알고리즘을 알고 있습니다.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장중 내내 꾸준히 매도하면서 포지션을 일시에 털었습니다.
시장 충격 비용을 고스란히 안으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연기금 내부적으로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변경이 급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루머가 사실이라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군 즉,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쪽으로 어떤 연기금이 포지션을 틀고 있음을 추측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국민연금 및 주요 연기금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동참하고 강화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속속 눈에 들어오는군요.
[주가지수 2000p부근으로 하락하자 다시 매수세를 만들고 있는 연기금]
여기에 올해 여름 장에서 증시 하락 과정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춘다며 매도세로 일관했던 연기금이 주가지수가 2000p 초반까지 하락한 이후로는 매수세를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약할 수 있습니다만 아마 낮추어진 국내 주식 비중으로도 제법 많이 국내 주식을 사야할 상황입니다.(저의 계산으로는 주가지수 2100p 기준 6조원 추가 매수 해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본부장 자리가 1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공석으로 있다가, 지난달 초에 안효준 전BNK금융지주 사장이 임명되었습니다. 조직에 새로운 헤드가 자리하고 난 후엔 조직 정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 과정에서 기금 운용 내 과감한 액션은 없었을터이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난 후에는 국민연금 주식 포지션의 색이 약간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한지 한달 정도 되는군요. 한달 조직이 어느 정도 세팅되어갈 시간이지요?
(혹시... 어제의 연기금 매도의 주체가 국민연금이라면? 이라는 상상을 혼자 해 보니 이런 저런 소설이 상상되는군요.)
2018년 11월 8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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