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가 되면 12월 결산 상장사의 실질투자자 추이 통계가 발표됩니다. 한국예탁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이 자료는 매년 이 즈음 단발성 뉴스로 소모되지만 그 안에 있는 여러 통계치들을 연단위로 묶어 시계열로 만들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몇가지 뽑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자료가 나올 때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체 주식투자자 중 99%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가 변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ㅇ 개인투자자의 분산투자 문화, 2010년대 중반부터 극적으로 늘어나다
[개인투자자의 분산투자가 추세적으로 이어지다, 원데이타 : 한국예탁결제원]
개인투자자의 특징 중 하나는 극소수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소위 1종목에 몰빵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분산투자를 한다고 해봐야 3종목 정도이고 이런 분산투자도 1종목에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하고 나머지 종목에는 매우 적은 금액만 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다보니 1종목~3종목을 보유한 주주의 비율은 오랜세월 75%~80%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추이가 2015년부터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어가기 시작합니다. 1~3종목에 투자한 주주의 비율이 2014년 75.2%에서 점점 줄어들더니 2018년에는 68.4%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단 4년 동안에 6.8%p감소한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6종목 이상 투자한 투자자의 비율은 2014년 13.5%에서 2018년 18.9%로 5.4%p늘어났습니다.
지난 5~6년 동안 투자 문화가 바뀌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일이 주식시장에 있었을까요?
이는 투자 문화가 "대박"을 노리는 몰빵투자에서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저는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경우가 극히 드믈었지요. 하지만 최근 5~6년 사이에는 "퀀트 가치 투자"와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을 사용하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분산투자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엄청난 투자 문화의 변화입니다. 과거 도박처럼 주식투자하는 문화에서 건전한 투자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니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데에는 단순히 퀀트, 가치투자, 포트폴리오 투자가 널리 알려져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인구구조학적인 요인이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습니다. 과거 10년 전 2008년 연말 기준으로 개인실질주주 연령별 분포 자료는 아래의 표에서 보시는 바처럼 30대~40대가 주축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몰빵투자는 당연한 투자문화였지요.
[개인투자자 연령별 분포, 2008년과 2018년 10년 비교, 자료참조 : 한국예탁결제원]
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는 10년 전 주축이었던 연령대가 그대로 40대~50대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탈된 투자자도 있게습니다만, 많은 수가 주식투자를 이어왔습니다. 10년 전 과거 잘못된 투자 방식에 의한 투자 실패를 경험하고 학습한 세대가 현재 40,50대로 넘어오면서 현재 중년층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및 분산투자에 대한 필요성과 실천을 하게되었다 봅니다. 그리고 때마침 2013년 이후 퀀트, 가치투자, 분산투자,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합리적인 투자 방식이 붐을 일면서 다수의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ㅇ 주식투자 인구 2018년 크게 늘어 의아했지만 : 삼성전자의 효과.
[2018년 12월 결산 주식투자자 561만명으로 55만명 증가하였는데, 자료 : 한국예탁결제원]
작년 12월 결산 상장사 주식투자자는 561만명으로 전년대비 55만명 증가하였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시는 바처럼 갑자기 주식투자 인구수가 튀어 이상해 보였습니다. 특히나 증시가 조정장일 때에는 전반적으로 주식투자 인구수가 급격히 늘기는 어려울터인데 아이러니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너무도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주수가 2017년 연말 14만4200명에서 2018년 78만8천명으로 64만명이나 증가하였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 한번 정도는 가져보고 싶지만 수백만원에 이르렇기에 사볼 수 없었던 삼성전자의 주식, 하지만 1/50 액면분할로 만원대의 만만한 주식이 되면서 너도나도 한번씩은 사보게 된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작년 주식투자자 인구수가 갑자기 늘어난 부분은 삼성전자 액분에 의한 일시적 "노이즈"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특정 주식에 이렇게 주주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 주가가 올라가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이 분산되었기에 올라가려하면 게릴라처럼 매도물량이 산발적으로 쏟아지기 때문이지요.
(※ 아마 차후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여부는 주주수의 증감이 큰 변수일 수 있습니다.)
상장사 실질투자자 추이를 보면서 살펴본 주식시장의 새로운 관점의 모습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주식투자 문화가 바뀌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점점 주식투자 인구가 늙어가고 있다는 아쉬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삼성전자의 주주수 증가가 엄청났음을 통계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점점 바뀌어가는 한국 증시 풍경을 상상 해 보신다면 아마도 미래 한국 증시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하시는 하나의 청사진을 위의 자료들을 통해 만드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2019년 3월 8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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