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민주(?) 등극 속에 과거 국민주 에피소드가 떠오르다.

삼성전자 국민주(?) 등극 속에 과거 국민주 에피소드가 떠오르다.

어제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있었습니다. 천여명의 주주들이 주주총회 현장에 방문하면서 주주총회 현장은 인산인해였다 하지요. 액면분할로 인해 주주수가 2017년 연말대비 5배 이상 증가하였다보니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에 붙여진 닉네임 중에는 "국민주"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제 많은 뉴스 기사에서도 "국민주화 된 삼성전자"라는 키워드가 사용되었는데, 국민주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왠지 과거 80년대 후반있었던 국민주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ㅇ 일단 삼성전자, 작년 액면분할 이후 주주수가 5배 늘다.

 

200만원을 호가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1/50 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5만원권 1장으로도 살수 있는 부담없는 주식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이기도 하고, 주가도 만원대로 만만해진 가격 때문일까요? 삼성전자 주주수는 2017년 연말 14만4200여명에서 2018년 연말 78만8천명으로 5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작년 2018년 1월 31일자 필자의 글 "삼성전자 액면분할 다각도로 살펴보다 : 중간 결론은 신의 한수!" 에서 액면분할 전후에 있을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리기도 하였지요. 결론은 "경영권 방어+단기적인 호재 +중장기 변동성 확대"라는 해석을 드렸고 액분 이후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언급드린바 있습니다.

주주의 수가 액분으로 인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산발적인 악성매물로 작용할 것이 확연하였기 때문이지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작년 삼성전자 주가는 액분 이후 3만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삼만전자(?)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하였지요.

 

이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주주수로 인해 국민주화 된 삼성전자의 주총 뉴스를 보니, 과거 1980년대 후반 국민주 열풍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하였다]

 

 

ㅇ 1988년 4월 국민주 공모!! 열풍

 

80년대 중반 이후 80년대 말까지 한국증시는 서울 올림픽과 3저 호황 속에 폭발적인 상승세를 만들었습니다. 주가지수가 100p대에서 1000p까지 상승하였으니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을 정도였지요.

그 화려했던 80년대 후반인 1988년은 전 국민이 주식투자 광풍이 일었었고, 학생이었던 필자 또한 신문에 나온 주가시세를 보면서 "모의투자"를 하였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모의 투자는 서울신탁은행으로 가상매매를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즈음, 전철을 타면 광고판에 어린 초등학생 모델이 "나도 회사에 주주에요"라며 국민주를 홍보하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 포항제철과 한전,KT 등을 민영화하면서 국민주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공모를 하였습니다. 증시 활황분위기가 뜨거웠다보니 경쟁률은 치열하였고 1명당 7주의 주식을 1주당 1만5천원에 배정하였습니다. 그 시기는 금융실명제가 아니었다보니 차명으로 이 국민주를 쓸어담듯 투자한 이들도 많았었습니다.

그 시기 신문시세를 보며 모의투자를 하던 필자를 보던 할아버지는 "어린놈이 돈을 밝힌다"며 핀잔을 주셨었지요. 그래서일까요? 할아버지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 TV뉴스를 보실 때마다 증시 뉴스가 나오면 짜증섞인 말씀을 하시며 채널을 돌리시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 그 당시는 이유를 몰랐었지요. 그러다 90년대 중반 돌아가시게 됩니다.

당시 재산이 없으셨던 할아버지였기에 식구들은 특별한 재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88년 포항제철 국민주 광풍 후 20여년간의 주가]

 

 

2000년대 중반 어느날 갑자기 POSCO와 한국전력 그리고 KT 에서 편지가 날라왔습니다.

"국민주 찾아주기 운동"이라면서 휴면주식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이었습니다. 과거 88년 POSCO 7주, KT 7주, 한국전력 7주 그 당시 할아버지는 국민주 공모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그것도 할머니도 모르시게 말이죠.

쌈지돈 대략 30~40여만원을 포항제철, KT,한국전력 국민주를 받으신 할아버지는 그 당시 다른 국민주를 받은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식을 현물로 받아 증권계좌로 옮기지 않았다보니 각 회사들의 장부에 이름만 있는 휴면주식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식구들은 깜짝 놀랐지요. 할머니도 그 사실을 모르셨을 정도로 조용히 국민주에 투자하셨으니 말입니다. POSCO와 KT 그리고 한국전력의 주가추이를 보니 90년대 초반 할아버지께서 증시 뉴스를 보면 왜 화를 내셨는지 이해가가더군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증시는 빛을 보지 못하고 내려앉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식구들은 그 주식을 받아 할머니 병원비에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할아버지께서 국민주로 참여하셨던 총 30~40만원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였습니다.

POSCO의 경우 2007년 최고치의 경우 공모가 대비 50배 상승하였을 정도입니다. 여러가지 서류 절차 때문에 3년 후에 팔았지만 1988년 공모가 대비 30배 수준의 가격이었지요. 그냥 POSCO만 보더라도 수백만원에 이르렀습니다.

 

ㅇ 국민주화된 삼성전자를 보며...

 

작년 주주수가 급증하며 국민주화 된 삼성전자의 주가를 보다보면 과거 80년대 후분 국민주 광풍과 그 후 흐름들이 오버랩되곤 합니다. 가장 화려한 때 국민주를 모집하였고 삼성전자도 우연이든 필연이든 가장 화려한 주가를 뽐 낼때 액면분할을 통해 전 국민이 투자하는 국민주가 되었습니다.

 

90년대 초반의 국민주나, 현재 삼성전자는 이렇게 주식이 크게 분산되면서 그에 따른 주가 부담을 겪었다 봅니다.

주가가 올라가려하면 불특정 다수가 매도를 하니 주가가 상승하기 어려운 것이 주가의 섭리이기 때문이지요. 경영승계 과정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관점에서보자면 오너에게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 필자의 증시토크에서도 "신의 한수"라 표현하기도 하였을 정도입니다.

 

한국 시가총액에서 20%나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강세가 꼭 필요하지요. 그런데 삼성전자가 다시 강세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주처럼 분산되었던 주식들이 어느 정도 다시 집중될 때 가능할 것입니다. 

과거 포항제철 국민주 이후, POSCO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