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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수에즈 운하 사태 : 주식시장에 던지는 의미, 특히 한국증시에는.

by lovefund이성수 2021. 3. 29.

수에즈 운하 사태 : 주식시장에 던지는 의미, 특히 한국증시에는.

지난주 화요일, 학창 시절에나 들었을 수에즈 운하가 증시 키워드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고장나 좌초되어 수에즈 운하를 막아 유럽-아시아 항로가 꽉 막힌 것입니다. 현재 360척이 발이 묶여있고 해운/상선 관련한 사이트에 수에즈 운하 앞뒤로 정박해 있는 수백 대의 선박이 애처로워 보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마치 주식시장 큰 흐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증시에는 더더욱.

(오늘 글은 특정 산업에 대한 추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에즈 운하가 막혀서 1400년대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항로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

 

소싯적 대항해를 꿈꾸게 한 게임을 즐기신 분들에게는 유럽-인도항로는 친숙하지요. 포르투갈 바스쿠 다가마가 처음으로 개척한 인도항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까지의 머나먼 여정은 험난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로입니다.

대항해를 꿈꾸게 한 그 게임을 하면서 수에즈 운하가 있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에 괜히 이집트 나일강 수로에 잘못 들어갔다가 식량이 떨어져 고생하기도 하였지요.

그 수에즈 운하는 천신만고 끝에 19세기 중엽 개통되었고, 세계 선박 운항에 중요한 길목이 됩니다.

 

20세기 초, 러일전쟁 당시 수에즈 운하가 교묘한 국제 정치 속에 막히면서 러시아 발트함대가 바스쿠 다가마처럼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멀리 돌아오면서 지쳐버리는 바람에 일본에 패배하고 말았지요.

 

그만큼 수에즈 운하는 선박 운항에 매우 중요한 길목입니다.

그런데 그 길목이 벌써 일주일째 막혀있고, 이집트 당국은 좌초된 컨테이너선에 비교하면 너무도 귀여운 수준의 굴삭기로 흙을 퍼내고만 있습니다.

 

[사진 참조 : pixabay, 해당 사진은 수에즈 운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수에즈 운하 사태, 변화를 가속화 : 1. 한국 조선업과 관련 산업

 

수에즈 운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등장한 이슈는 해당 컨테이너선의 제작 국가였습니다. 사태 초기 강풍 때문에 컨테이너선이 좌초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의아하더군요. 그 큰 배가 소형돛단배도 아니고 강풍 때문에 좌초되었다는 황당한 소식은 얼마 안 가 선박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리고 해당 컨테이너선은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가 건조했다는 뉴스가 연이어집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몇 해 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LNG선이 엔진 고장으로 멈추어 섰었던 사건, 그 외 일본에서 만든 컨테이너선이 두 동강 났던 사건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박 운임 지수 하락 속에 조선업은 오랜 기간 어려운 시기를 걸었습니다.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세는 한국 조선업에 큰 위협이었지요. 하지만 선박의 가격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사건으로 이슈화되었고 이번 수에즈 운하 사건은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나 봅니다.

(오늘 글은 조선업 및 관련 산업에 대한 추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주부터 조선주가 강하게 튀는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한 것입니다.

 

수에즈 운하에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옆에서 귀엽게 모래를 퍼내던 굴삭기 사진 뉴스를 통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 작업을 하는 굴삭기는 초대형 굴삭기라는 점을 생각하니 정말 배가 크다는 것이 실감 나더군요.

그렇다면 배에 들어가는 철강은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 라는 상상이 이어지고,

배에 들어가는 선박 부품, 기자재 등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고, 이번 사건 전후로 한국 조선업계에 꾸준히 이어지는 수주, 발주 소식 그리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들은 앞으로의 조선 및 관련 산업에 중요한 변화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수에즈 운하 사태, 변화를 가속화 : 2. 실제 물건이 움직여야만 성장 산업도 가능하다.

 

지난 2010년대, 전 세계 증시는 지금 당장 실적 숫자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미래에 엄청난 무언가를 만들 것이라는 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실적 숫자를 만들기 시작한 기업에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부여했고 기본 단위가 수조 원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고리타분한 산업으로 치부 받던 기업들은 그 회사가 아무리 높은 성장률을 만들어도 낡은 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시장에서는 박하게 평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에즈 운하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미래 성장 산업이든, 꿈과 희망이든 실제 물건이 움직여야 가능한 것 아닌가?“

물건을 주문했는데, 1400년대 바스쿠 다가마처럼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빙빙 돌아서 도착해야 하는 상황은 사람들과 주식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실제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이미 시작된 성장주(꿈속이 가득한)와 고리타분하지만, 실적이 있는 산업 간에 주가 흐름은 지난 2010년대와 달리 엇갈리기 시작하였고, 장기금리 상승 속에 변화가 가속화되었다가 이번 수에즈 운하 사건을 계기로 쐐기를 박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수에즈 운하는 왜 아직도 편도 1차선이지? 더 증설하고 파야 하는 것 아닌가?

전 세계 인프라에 낡은 것이 있다면 변화된 세상에 맞추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21329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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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는 투자 참고 자료이오며, 투자 판단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20213! "가치투자 처음공부(이성수 저)"를 출간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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