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별곡

매도의견이 없는 증시,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by lovefund이성수 2016. 9. 26.
매도의견이 없는 증시,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나온 국내 증권사 기업 리포트에는 매도의견은 단 1건에 불과했다는 뉴스기사를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그나마 한두해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매도의견이 없지는 않았는데 유독 매도의견이 없는 주식시장.

이러한 매도의견 부재는 현재 주식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왜곡되어있단 것을 반증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공매도 플레이어에게는 은근히 블루오션이 한국시장에 만들어져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ㅇ 매도의견, 1000건중 1건? 올해9월 현재 17143건 중에 한건!

 

작년 9월 금융위원회가 김상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 7월까지 10대 증권사가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 4만9580건 중, 매도의견은 단 23건 이었다고 합니다. 대략 2000건에 1건이 매도의견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10대 외국계증권사의 경우는 1만6872건의 리포트 중 1835건이 매도의견이었습니다.

 

0.046%(국내 매도의견 비율) vs 9.8%(외국계 매도의견비율)

 

특히나 작년 같은 경우는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터지기 전에 국내증권사들은 열심히 매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보니,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매도의견에 대하여 소극적인 증권사 리포트 관행을 고치기 위하여

 

- 매도의견 발표비율 최소치 규정

- 매도의견에 대한 건정한 기업-증권사-자산운용사 관계정립

- 종목별 보고서의 과거 의견 내역첨부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기도 하였습니다만 이는 그저 공염불에 불과할 뿐 올해는 매도의견 자체가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은 FN가이드의 자료를 통해 올해 9월 21일까지 발표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도 의견은 17143건 중 단 1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0건도 아닌 단, 1건...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매도의견에 인색한 것일까요?

 

[매수의견만 가득한 한국 주식시장, 사진참조 : pixabay]

 

 

 

ㅇ 매도의견 : 직장을 잃을 수도 혹은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도..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투자의견이 존재합니다. 그 다양한 투자의견을 서로 존중한다면 시장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신과 투자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논쟁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논쟁이 자신의 이해관계(투자수익률)와 엮여있다보니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매도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에게 정신적 물리적 압박을 가하기에 이릅니다.

(이는 투자문화가 성숙하지 않을 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IT버블이 극단에 이르렀던 그 때, 어떤 애널리스트가 당시 IT대장주급의 종목에 대하여 "매도"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평가된 종목에 대하여 매도 의견을 낼 수 있지 않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IT종목은 지금 바이오/제약 업종보다도 더 극단적인 찬양분위기였지요.

마치 사이비종교를 믿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당연히 해당 종목의 주가는 오비이락처럼 리포트가 나오자 크게 하락하였고 이로 인하여 해당 매도 리포트를 발행한 애널리스트에게 살해협박 전화가 쏟아져서 업무가 마비되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닐지라도, 애널리스트의 매도 리포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크게 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관련 뉴스에 악플을 다는 소극적인 방법에서 애널리스트의 사무실 전화를 거는 등 심리적 압박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기관에서 많이 읽어주어야 애널리스트가 직업으로써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만, 만약 A펀드매니저가 사랑하는 종목을 B애널리스트가 [강력매도]의견을 제시한다면 A매니저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도 A펀드매니저가 속좁은 운용역이라면 B애널리스트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고 B애널리스트를 힘들게 하겠지요.

만약 A애널리스트가 B애널리스트 증권사의 같은 계열 운용사라면 더욱 더 큰 압박을 가하겠지요.

 

이렇게 자칫 매도의견을 남발하여 기관에 미운털이 밖힌다면 해당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좋은 리포트를 생산한다하여도 소외되고 외면받다가 자칫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사장들이 매도의견에 대해 보호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만....)

 

 

ㅇ 매도의견의 부재 : 1. 공매도플레이어에게 물반 고기반인 블루오션을 제공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무의식적인 혹은 목적을 가진 압박으로 인하여 매도의견은 사라지고 매수의견만 남은 시장은 그저 김정을을 찬양만하는 북한처럼 매수의견과 종목에 대한 찬양만 남은 비이성적이고 괴상한 시장이 되고 말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매수의견이 가득하니 주가가 저평가되어야할 재무구조가 매우 나쁜 주식에도 매수의견이 쏟아져 주가를 끌어올리고, 버블에 올라온 주식에도 매수의견이 쏟아지니 버블주가가 오랜기간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되게 됩니다.

 

이런 주식시장에서는 합리적인 투자란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들의 그렇게 싫어하는 공매도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어, 공매도 관점에서는 물반 고기반인 블루오션을 제공하게 됩니다.

 

매수의견만 가득하여 주가가 고평가 영역에 들어가 있는 종목이 많으니, 공매도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공매도할 대상이 많을 수 밖에 없고 해당 종목을 공매도하여 수익을 발생시킬 확률 또한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증시에는 매수의견만 쏟아지는 국내증권사의 리포트를 보는 투자자 외에도 매도의견도 자유롭게 나오는 외국계증권사의 매도의견을 참고하는 투자자도 존재하기 때문에 매수의견으로 고평가된 주가는 오래지속되다가도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공매도 플레이어는 차익 기회를 꾸준히 얻을 수 있습니다.

 

 

ㅇ 매도의견의 부재 : 2. 반대로 철저하게 관심도 못받는 경우도 생긴다.

 

매수의견을 쏟아낼 때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인정 받기 위해서 시장에서 관심받는 종목들이나 시총규모가 큰 종목들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러다보니 의견이 쏟아지는 종목은 거의 매일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지만 의견이 없는 종목은 아예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요.

 

괜히 이런 관심 받지 못한 종목에 매수의견을 제시했다가는 주가가 올라가지 않아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어짜피 투자자에게 관심도 받지 못하니, 일정 규모이상 혹은 인기가 있는 종목에 매수리포트를 더 많이 내게 되지요.

 

자연스럽게 소외된 종목들은 철저하게 소외되게 되는데 이 때 소위 "착한 종목"들도 덩달아 소외됩니다.

하지만 이런 종목은 차후에 서서히 주가가 제값을 받기 시작하게 되면 거래대금과 인기가 올라가게 되는데 그 때가 되어서야 리포트가 나오게 되지요. 그리고 그 의견은 기관에서도 보게 되고 뒤늦게 기관 투자자금이 유입되어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그러하기에 이렇게 애널리스트에 관심을 받지 않는 종목들을 반대로 관심을 가진다면 오히려 큰 기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어쩌면, 매도의견이 1건이란 건 비합리적인 투자 기회.

 

워런버핏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하지요.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나는 한푼도 못 벌었을 것이다" 반대로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면 투자 기회는 쏟아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매도의견이 단 1건밖에 없는... 이상한 주식시장입니다.

마치 "Buy"라는 단어만 찬양하는 이상한 시장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시장에서 Buy/매수라는 단어를 뜯어버리시고 종목을 살펴보십시요. 그렇다면 아마도 종목에 대한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의견은 "매수"이지만 정말로 애널리스트가 하고 싶은 문구를 찾아 냉정하게 바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