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떠난 대신증권, HTS역사를 되돌아보다.
오늘 글은 평소와는 다른 주제를 잡았습니다. 주식시장 주변에서 나타나는 기록들을 적기 위함이랄까요? 오늘 글의 주제는 여의도를 떠난 대신증권 그리고 HTS역사입니다. 주식시장에 역사 한페이지 연말에 여의도를 떠난 대신증권 속에서 기록을 남겨봅니다.
ㅇ 다시 명동으로 떠난 대신증권, 그리고 국내 1호 시세 전광판도 운영을 중단하고
우리나라에서 주식세세 전광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증권사는 1979년의 대신증권입니다. 명동에서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할 때도 따라왔고 주식시장 관련 뉴스가 나올 때에는 꼭 그 전광판을 비추었지요. 그런데 그 전광판이 대신증권 본사 이전과 함께 지난주 23일에 운영을 중단하였습니다.
[대신증권의 시세전광판과 황소상, 사진 : lovefund]
23일 점심시간, 필자는 운영을 중단한다는 대신증권 시세 전광판을 보러 갔습니다. 현란하게 깜빡이는 주식 시세들 이제는 마지막 깜빡임이라는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사진 한장을 찍어 역사를 나름 기록하여보았습니다. 그리고 대신증권의 명물 황소상(황우) 사진도 마지막으로 찍으려 했더니 그날 아침에 벌써 옮겨졌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오늘 글에서는 2년전 크리스마스 즈음에 찍은 산타옷을 입었던 황우 사진을 같이 올려봅니다.
명동에서 여의도로 왔다가 다시 명동으로 돌아간 대신증권은 증권IT에 큰 획을 그은 증권사로 필자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ㅇ HTS의 바이블, 사이보스
국내 최초로 주식시세 전광판을 도입한 것처럼, 증권IT 쪽에서는 대신증권이 선도적이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국내 최초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이 HTS는 당시 주식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요.
99년 IT버블 당시 필자 기억에 남아있는 대신증권HTS의 시장 영향력은 대단하였습니다.
데이트레이더들이 애용하던 대신증권의 HTS 이다보니 주가 시세창에 "대신증권"이 거래원 1위에 올라오면 투자자들은 "단타쟁이"들이 붙었다면서 흥분하곤 하였지요.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면서 "데이트레이더 = 대신증권"으로 통하곤하였습니다.
여기에 HTS에 하나씩 붙는 메뉴들은 단순히 주문,시세조회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메뉴들이 늘어나면서 HTS의 바이블화 되어갈 정도로 2000년대 초중반 대신증권의 HTS는 계속 발전을 거듭 해 갑니다.
그 외 2000년대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대신증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지요. 2001년 시스템트레이더를 위하여 개발된 사이보스트레이더는 미국의 트레이드스테이션과 견줄만 하였고 그 당시 출간된 "7th감각, 시스템트레이딩"은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아직도 시스템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여겨지며 중고책도 귀하게 거래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사이보스플러스 등과 같은 개인이 직접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오브젝트 및 데이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실험적이고 한국증시 여건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서비스가 대신증권에서 나왔습니다.
ㅇ 증권사HTS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경험했던 일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2000년대 초중반 대신증권 HTS는 하나의 교과서처럼 되었고 다른 증권사들은 이를 뒤 따라가는 모습이었지요.
2000년대 초중반 필자가 몇몇 증권사에 HTS프로젝트에 참여하였을 때, 그 당시 해당 증권사의 PM들은 공통적으로 이런말들을 하곤 하였습니다.
"대신증권에 이 서비스메뉴가 있다, 개발 가능한가?"
그 정도로 당시 대신증권 사이보스의 메뉴는 HTS가 있는 증권사라면 당연히 참고해야하는 교과서였습니다. 당시 신생증권사였던 K증권사도 대신증권HTS를 따라하는 그러한 분위기였지요.
그랬던 분위기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ㅇ 2000년대 중반 상향평준화된 HTS 그리고 역전된 대세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대부분 증권사들의 HTS는 상향평준화 됩니다.
경쟁사 HTS에 좋은 메뉴가 만들어지면, 이를 바로 도입하니 HTS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결국 대부분 증권사가 디자인만 다를 뿐 메뉴가 비슷비슷 해집니다.
그 즈음 필자는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신증권에 핵심 IT팀이 빠져나갔다...그리고 그 후 대신증권이 서서히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K증권사가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워낙에 고객 증가 속도가 빠르고 고객 요청도 많다보니 이를 HTS에 녹인 K사의 HTS가 어느 시점부터는 HTS의 교과서가 되어갑니다.
2009년 D모증권사(지금은 다른 이름입니다만) 프로젝트 때에는 당시 PM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K증권사에 이 메뉴가 있는데 가능한가요?"
이렇게 HTS의 대세가 역전되어가고 대신증권의 HTS명성은 과거에 비하여 줄어든 듯 싶습니다.
ㅇ 떠나가는 증권사들...
[이사를 떠난 대신증권, 사진제공 : 루핀]
대신증권 4거리 근처에 필자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거나 만날 때에는 "대신증권 황소상"앞에서 만나자하면 길 엇갈리지 않고 만날 수 있었지요. 그 여의도에 작은 랜드마크가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난 금요일 그리고 어제 월요일 여의도를 떠난 대신증권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여의도... 대신증권도 떠나고, 대우증권도 떠나고, 미래에셋증권도 떠났고, 키움증권 몇몇 관계사와 부서들도 떠나는 그 곳, 어쩌면 어려웠던 주식시장 6년여의 횡보장이 만든 단상은 아닌가도 생각 해 봅니다.
2016년 12월 27일, 올해 거래일을 이제 이틀 반 남긴 화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및 CIIA 합격)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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