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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눌러도 안무너지는 증시, 허무하게 올라오는 증시

by lovefund이성수 2017. 1. 4.

눌러도 안무너지는 증시, 허무하게 올라오는 증시

어릴적 눈이 많이 온 날을 떠올려보면, 골목 한구석에는 눈을 산더미처럼 쌓여 있곤 하였지요. 동네 친구들은 그 눈더미 위에 뛰어 올라가보지만 눈이 푹꺼져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꺼지지만, 계속 골목 꼬마들이 뛰어올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눈더미는 눌려 낮아지고 더 이상 꺼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로 악재가 발생하여 눌리기는 하지만 생각 외로 견조한 흐름이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호재도 없는데 허무하게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약세장 후에 이런 모습이 나타날 때, 일반적으로 이를 "시장이 바닥을 쳤다"라고 표현합니다.

 

 

ㅇ 눌러도 더 눌리지 않고 오히려 저점이 올라간 증시

 

이제는 횟수로 7년째에 접어든 횡보장, 지루할 정도로 힘든 시장이었습니다만, 그 박스권 장세에서 악재로 시장이 눌릴 때를 생각 해 보면 눌려지는 수준이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줄어든 다는 것을 지수상으로도 그리고 체감적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박스권 장세가 시작된 2011년 8월 급락장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2200p 대에서 1644p까지 25%가까이 하락하였습니다만, 이후 시장 조정기가 발생하여도 10%내의 조정만 있었뿐이고 2015년에 제법 컸다는 조정기도 15%미만의 지수 조정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굵직한 악재들이 분기단위로 몰아쳤던 작년에도 주가지수 조정폭은 한자리수에 불과하였고 이 또한 조정 폭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2016년 1~2월 조정기에는 6%정도의 하락

2016년 6월 브렉시트 조정기에는 고점대비 4.89% 하락

2016년 10월 이후 미대선 이슈 조정기에는 고점대비 4.17%하락한 정도로

 

악재가 발생하여 지수가 눌릴 때마다 오히려 조정폭은 줄어들었고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차티스트들 사이에서는 주가지수의 저점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고 시장의 질적 측면을 보는 투자자들은 저평가 메리트 등과 함께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장기 박스권 속에서 시장은 눌러도 안눌리는 체력을 가지게 되었다]

 

 

ㅇ 시장이 안눌린다는 얘기는 반대로, 작은 호재에 민감할 수 있다는 의미

 

악재에 시장이 눌리지 않는 즉, 악재에 둔감해진 시장은 반대로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심지어는 호재가 발생할 것같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모멘텀을 만드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작은 실적 호전 소식, 작더라도 전년대비 나아진 경제지표, 눈앞에 보였던 악재가 그 위세가 조금이라도 작아지게되면, 기대치가 크게 낮아져있는 주식시장은 그 작은 기쁨을 모멘텀으로 승화시킵니다.

 

이는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 시장이 하락하면 저가에 매수하겠다는 "저가 매수세"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기 매수세는 시장이 예상과 달리 악재에 덜눌리면 조금 덜 하락한 정도에라도 매수세에 가담하고 작은 호재라도 나오면 더 떨어지기 어렵다 생각하기에 조금은 급하게 매수하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지금 증시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대기 매수세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은근히 저가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는 외국인 그리고 연기금]

 

그 매수세는 강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연기금 자금이 될 수도 있으며, 작년부터 은근슬쩍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도 해당합니다. 외국인의 경우는 작년(2016년 초) 지수가 충분히 빠진 이후 꾸준히 매수세를 강화하였고, 연기금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매수세를 다시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 자금 외에도 투자자들 중 선도적 투자자들은 시장 체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시장이 견조하네?"

"배당수익률이 은행금리보다 더 큰거 아닌가?"

"예전에 노려봤던 대형주가 이렇게 싸졌어?"

등등등..

 

이런 매수세 또한 시장 바닥을 견조하게 하고 작지만 꾸준한 모멘텀을 만들어 줍니다.

 

 

ㅇ 악재가 발생해도 눌리지 않는 지금 증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어

 

과거 2001년 911테러가 터진 직후가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2000년 IT버블 붕괴와 IMF사태를 불과 한두해 전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2001년 911테러 충격은 또 다시 아비규환의 폭락장이 찾아왔다고 생각되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증시는 이상하게도 잘 버텨주었고 그 후에 911테러 후 나쁜 소식들이 들어오지만 이상하게도 시장은 견조하게 버텨줍니다. 그리고 불과 수개월 뒤 주식시장은 가볍게 돌아섰고 단숨에 500p대였던 주가지수가 900p를 넘어가게 되지요.

 

조금 더 가까이는 2008년 금융위기 막바지였던 시기, 어느 순간부터는 악재가 터져도 증시가 튀어오르는 현상이 목격됩니다. 저가매수세, 하방경직이 그 시기에도 개별종목에서부터 지수 전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8월 이후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 장세.

그 사이 악재가 1년에 몇차례씩 발생해도 공고히 하방경직을 보여주고, 요즘 들어 작은 호재들을 글로벌 경제뉴스에서 만날 수 있고, 작은 호재에도 증시가 화답하는 지금, 시장 체질이 크게 바뀌었음을 직감해야할 때입니다.

 

2017년 1월 4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및 CIIA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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