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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다시보는 빅배스 효과

by lovefund이성수 2015. 7. 15.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다시보는 빅배스 효과
안녕하십니까. 시장을 집맥하는 가치투자가 lovefund이성수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세계사에서도 승자는 역사를 기록할 때, 직전 체제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새롭게 등장한 본인들의 성과를 크게 부각시키고자 하지요.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경영진의 부실을 안고갈 경우 본인의 성과가 과소평가될 수 밖에 없기에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한 초기에는 과거 경영진의 부실을 일시에 털어내는 "빅배스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ㅇ  대우조선해양, 2조원 손실 은폐 의혹 그리고 워크아웃설

 

오늘 아침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2조원대의 부실을 숨겼다는 의혹과 워크아웃설이 돌면서 가격제한폭(-30%)까지 하락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 부실을 모두 손실처리하게 될 경우 자기자본은 2조5천억원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1분기말 기준 370%대에서 순식간에 680%로 높아지게 되기에 워크아웃설의 근거가 됩니다.

 

현재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공식취임한 날은 6월 1일입니다만, 그 전부터 1분기에 1700억원대 적자를 털어내면서 빅배스를 현상이 선제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고, 2분기 대규모 적자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만, 수천억원대의 부실이 아닌 수조원대의 부실 가능성이 재기되면서 주가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과거에 추진했던 해상플랜트 분야에서의 부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하지만 그 충격은 투자자에게 그리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크게 몰아칠 수 밖에 없습니다.

 

 

ㅇ  작년에도 목격되었던 빅배스 현상들

 

2014년 1월, KT는 황창규회장이 부임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발표된 2013년도 잠정실적공시에서는 흑자로 발표되었습니다만, 다음달 2월 20일 정정공시를 통해 2013년 실적이 적자되었다고 밝힙니다. 그 이후에도 실적 악화는 이어져 2014년 내내 적자가 수시로 발생되면서 잠재 부실을 털어내었고, 올해 1분기 대규모 흑자로 전환되었습니다.

 

 

[KT, 황창규회장 부임 이후 초반에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작년 가을에도 발생했습니다.

작년 9월 현대중공업에 권오갑사장이 선임되고 10월말 취임한 이후 11월에 발표된 3분기 실적은 2조원에 준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취임 초기에 기존 경영진의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 현상으로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적자규모는 매우 컸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신임사장 취임 후, 대규모 부실을 털어냈다]

 

 

ㅇ  새로운 경영진이 초기에 부실을 털어내는 이유.

 

전문 경영인의 경우, 자리를 지키고 회사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영성과가 뛰어나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를 회사내 직원들이 그리고 주주들이 판단할 때에는 기존 경영진의 실적과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비교 과정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비교 우위에 있기 위해서는, 기존 경영진의 실적을 부각시키는 회사 조직은 축소시키고 잠재적 부실이었던 부분은 부각시키며, 확실히 부실로 보이는 사항은 쪼개어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털어내면서

 

"기존 경영진이 너무도 못하여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경영진 쪽 라인에 있는 인사들을 숙청(?)하기 위한 명분이 생기고, 그 명분 속에 기존 경영진의 라인들을 좌천시키는 등 권력의 자리에서 밀어버리고 새로운 경영진과 호흡이 맞는 라인으로 인력을 배치하면서 회사 내부 경영권과 회사 내 정치력을 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회사 적자는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합니다.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빅배스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회사 내에서는 빅배스든 뭐든 간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A4용지도 재활용해가면서 긴축재정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조직을 가볍게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잠재부실까지 모두 털어내고 조직과 비용 구조가 가벼워지게 되면 그 후에는 매출이 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흑자전환을하게 되지요. 여기에 매출까지 늘어 외형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경우 빅배스 효과는 더욱 크게 부각됩니다.

 

"보라! 새로운 경영진께서 망해가던 회사를 이렇게 살리셨도다"

 

 

ㅇ 빅배스 현상, 기대감은 있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기존 경영진의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는 회사내부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그 회사 주가에 큰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익히 "빅배스 현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형성되고 대규모 부실은 어디 갔는지 모를 정도로 더 이상 주가 하락이 발행하지 않게 됩니다.

 

 

[빅배스로 인한 실적쇼크 이후 수개월 뒤]

 

빅배스효과로 대규모 실적악화가 발생한 이후, 추가 실적쇼크가 이어져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가집니다. 빅배스 현상에 대한 학습효과가 시장에서 있기에 되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첫 빅배스현상으로 인한 실적 쇼크 기간의 주가가 마지막 하락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경영진이 그 만큼의 실력이 없다면, 주가반등은 일시적인 반등으로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무조건 빅배스현상이 발생했다고 하여,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상상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손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극단적으로 악화되게 되면 회사 존립자체에도 큰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경영진이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더 심각한 부실을 쌓아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7월 15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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