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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남긴 짐

by lovefund이성수 2015. 7. 20.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남긴 짐

안녕하십니까. 시장을 집맥하는 가치투자가 lovefund이성수입니다.

지난 금요일(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찬성 69.53%로 가결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이재용체제를 완성해간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삼성vs헤지펀드의 전쟁에서 삼성그룹의 승리라고 자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잘했다, 못했다의 평가를 떠나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은 주식시장에 큰 짐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ㅇ 삼성그룹사 직원이기에 찬성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임시주총이 가까워지면서 지인들로부터 이번 주총에서 어떤 표를 던져야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삼성그룹과 인연이 있는 분들의 경우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연락을 주신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하여 전화주신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이 망하면 한국 경제는 초토화 된다."

"내 자식이 삼성그룹에 다니는데 당연히 찬성해야하는거 아닌가?"

"내가 삼성그룹 직원인데 반대하면 불이익 받지 않을까?"

 

이러한 분위기는 일반인들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합병을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기도 하더군요. 합병안에 반대를 생각하는 이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앞잡이처럼 몰리기도 하는 등, 이데올로기 경쟁처럼 감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사회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ㅇ 합병에 찬성 해 달라고 광고한 회사

 

[삼성물산이 주주에게 호소한 합병 찬성 광고]

 

지난 주 월요일(13일)에는 삼성물산은 일간지와 방송 그리고 포털사이트 광고를 통해 합병 지지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습니다. 광고의 문구,멘트 하나하나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합병에 찬성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합병에 찬성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이 주주의 마음에 호소하는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합병 찬성을 호소하는 광고는 참으로 이례적인 경우 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 역사에 긍정/부정이라는 평가를 떠나 오래동안 이야기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광고효과 덕분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애국론 덕분인지는 평가하기 어렵습니다만, 결국 찬성 69.53%로 합병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짐이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ㅇ 외국인 "한국은 역시...."

 

이번 합병과정을 "삼성이 살아야 한국이 산다"는 애국론적 관점이 아닌 주주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았던 생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안 가결 과정에서 기존 삼성물산 주주를 위한 대안은 크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합병을 하면 시너지 효과로 인하여 좋을 겁니다"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 삼성물산 주주들은 향후 특정 사업영역 덕분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직접적인 삼성물산 주주를 위한 달래기는 부족했습니다.

어짜피 주식 시세로 합병 가격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만 "애국심"을 뺀 주주 입장에서는 아쉬움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보다도, 외국인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한국대기업의 경영 승계는 삼성그룹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예정되로 진행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단 점입니다.

 

외국인 관점에서는 "한국은 역시, 경영 승계가 우선이군"이라는 고정관념을 더욱 강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한국증시에 큰 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국내 대기업 중에는 "경영승계"과정인 대기업과 계열사들이 부지기수로 많기 때문이지요.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알곡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도 헐값에 합병되는거 아닌가?"라고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눈에 띄이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느끼는 한국증시 매력도를 낮추게 되어 짐을 하나 만들게 됩니다.

 

[사진참고 : 픽사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해꼬지로 한국에서는 몰아부치고 한국 내 기관투자자는 주주가치(투자자)보다는 다른 감성적 가치에 집중하게 되면서 한국증시는 크게 할인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이 심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증시에 장기적인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주식, 특히 경영승계 후계자가 30~40대인 한참 승계과정인 대기업의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합병 승리라는 작은 기쁨에 취해 선거끝난 후에 당선자들이 유권자를 모르쇠하듯 할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삼성그룹은 주주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정책을 바로 펼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장기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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