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매도ETN에서 관찰되는, 전략이 범용화 될 때의 취약점
투자전략을 연구하다보면 시장에서 인기가 급격히 올라가는 경우 이후 성과가 악화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을 최근 양매도ETN에서도 그대로 관찰되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2018년 중위험 중수익에 대한 기대로 각광을 받았고 증권가에서는 상품 개발자의 고액연봉이 화재가 되기도 하였던 양매도ETN. 그런데 올해 흐름을 보면 전형적인 전략이 범용화 되었을 때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ㅇ 전략이 범용화 되어 수익이 급감했던 경험 : 소문난 잔치 효과 + 역공
저의 글에서는 종종 십수년 전 선물 시스템트레이딩을 연구하던 때를 언급드리곤 하지요. 오늘도 살짝 과거 추억 한토막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2001년 당시 선물 시스템트레이딩 차트를 개발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필자는 우연히 좋은 전략을 하나 알게 되었고 이를 2001년 늦가을부터 수개월에 걸쳐 백테스팅과 전진분석 등을 병행하였습니다. 그 전략은 현재 트레이더분들에게는 기초적인 전략인 "1Hour BreakOut System(이하 1HBO)"입니다.
장 시작 후 1시간 동안 장중 고가와 저가를 체크하고 그 이후 시장이 장시작 1시간 고가를 깨고 올라가면 매수, 장시작 1시간 저가를 깨고 내려가면 매도 하는 정말 간단한 전략입니다.
2000년 초반 당시 고변동성 시장에서 그 시스템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성과를 만들고 있었고 실제 2002년 필자가 선물 시스템을 실전에서 작동시킬 때 엄청난 성과를 안겨주었던 효자 전략이었습니다.
[투자전략을 수많은 이들이 사용하면 전략의 생명력은 떨어진다]
그런데!!! 2002년 이후 선물시스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이 전략이 기본전략으로 확산되었고 대신 사이보스트레이더에서는 샘플 전략으로 아예 제시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2003년 이후 수익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2004년 이후부터는 수익이 크게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전략을 사용하다보니 거래 조건이 맞는 시간이 되면 매매 주문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하여 "소문난 잔치집 마냥 먹을게 적어졌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필자는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만들기도 하였으니, 당시 저보다 더 큰 자금과 많은 인력으로 연구했던 곳에서는 1HBO 이 전략을 역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 기본 1HBO에서 매매 시그널이 발생하면 이후에는 증시 방향이 역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일이 점점 늘어났었습니다.
즉, 전략이 범용화 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것처럼 수익이 감소하였고 한편으로 이를 역공하는 전략들의 활동으로 수익은 크게 줄어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시장 속성의 변화도 큰 요소이긴 합니다.)
ㅇ 양매도ETN에서도 관찰되어진 : 소문난 잔치 효과 + 역공
2년 전 한투에서 출시된 양매도ETN은 작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화재가 되었지요. 은행권에서 열심히 판매를 한 덕분에 1조원 넘게 판매되는 등 2018년 히트 금융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이 상품을 개발한 O차장은 2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은 증권가에 화재가 되었고 최근에는 이 상품을 개발한 주요 인물들이 미래에셋대우 증권으로 스카웃 되었다는 소식에 연초 시장에 또 다시 한번 이슈가 되었습니다.
중위험 중수익 구조로 설계된 양매도ETN은 옵션 양매도 포지션과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보니 백테스팅 과정에서도 급격한 증시 폭락기를 제외하고는 높은 성과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 성과는 2018년에 중위험 중수익을 만들어주었지요.
[양매도ETN의 올해 부진과 개인투자자 매수세]
그런데!!!
작년 연말 양매도ETN 독점 권한이 풀리면서 여기저기 많은 증권사들이 양매도ETN을 출시합니다. 작년 초에는 한투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한 종류 밖에 상장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총 9개의 양매도ETN이 시장에 상장되어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초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16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중위험 중수익의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올해 주식시장 강세 속에 양매도ETN이 예년과 다른 행보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매우 강한 일방적인 상승이 아니었음에도 작년 10월 폭락장 때보다도 더 가파르게 하락했던 것이지요. 여기에 2월 14일 옵션만기일에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동시호가 대량매수가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면서 양매도ETN의 수익률을 그 이후 크게 끌어내리는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양매도의 구조적인 특성상 한해에 한두번 이런 쇼크가 있고난 후에는 수익률이 회복되어가기는 합니다만 그 이전과 다른 행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보아야하겠습니다.
양매도ETN전략이 급증하면서 옵션시장에서 시간가치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는 작년 증권가에 계속 회자되었고 실제 옵션 양매도를 하는 지인들도 "먹을게 없다"는 표현이 할 정도입니다.
양매도ETN 상품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먹을 것은 적고 위험이 커진 "소문난 호랑이 잔치"마냥 먹을 기회보다 잡아먹힐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커졌을 것입니다.
필자는 2월 14일 동시호가 헤프닝이 혹시 양매도ETN을 역공한 것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해 보곤합니다. 상상입니다. 해석은 독자님들께 맡기겠습니다.
ㅇ 투자 상품이나 투자 전략은 : 소수만 사용해야한다.
종종 금융상품이나 투자전략에 무한에 가까운 고객을 유치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마케팅 입장에서는 고객이 많을 수록 자신들의 수익이 커지면 좋은 일이겠습니다만 고객(투자자)의 수익률 측면에서는 매우 부정적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자상품이나 투자전략은 그 전략자체가 가지고 있는 대략적이지만 총투자금의 한계가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가장 좋은 수준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고객(투자자)가 투자상품이나 투자 전략을 사용하게 되면 그 자신이 "Price Maker"가 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수익률이 악화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역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해당 투자상품과 투자전략은 수익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말지요.
투자전략이나 투자상품마다 운용규모 한계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꼭 생각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ETF를 활용한 EMP전략의 경우는 전략당 전체 규모 수천억원까지도 가능합니다. 어짜피 지수 상품으로 EMP가 운용되기 때문이지요. 다만, 거래량이 적은 ETF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경우 가격 슬리피지 현상으로 인해 수익률은 시뮬레이션치보다 낮아지겠지요?
2.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경우 조원 단위로 넘어갈 경우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집니다. 1조원을 균등하게 100종목에 쪼개더라도 1종목에 100억원을 사야 함을 상상하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듯 합니다.
3. 퀀트방식의 가치투자의 경우는 전략당 전체 참여 최대금액 500억~1천억원이 한계치라 생각합니다.
4. 데이트레이딩 전략의 경우는 전략당 10억원이 한계치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스캘핑 수준으로 매우 빠르게 매매하는 경우 1억원이 한계일 것입니다.
이런 특징을 생각 해 보시면 왜 투자전략이 범용화되면 불리해 지는지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나 투자 상품을 고르는 중요한 지혜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2019년 2월 20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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