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펀드운용사가 대한민국에 보낸 편지 속에 담긴 정곡일침의 쓴소리
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Dalton Investment의 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제(2월20일)에 올라온 이 편지는 국민연금 및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한국 기업 관행과 제도로 인한 주식시장에 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던 저는 한문장 한문장에 담긴 내용들이 마치 가려운 곳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느낌과 함께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10페이지 이르는 긴 편지 속에서 특히 필자에 마음을 울린 부분을 몇가지 뽑아 오늘 증시토크 글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ㅇ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국가
[달톤인베스트먼트와 국내 행동주의 운용사들의 연합체인 improvekorea에 올라온 레터]
증시토크를 통해 자주 강조드린바처럼,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매우 저평가된 국가입니다. 저평가 수준이 큰 러시아나 여타 부실 국가들과 달리 강한 기업 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는 저평가 레벨에 오랜기간 있어왔습니다. 그에 대하여 달톤인베스트먼트는 대국민 편지에서 이를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 지난 7년간 한국 증시의 총투자수익률(총주주수익률 : 주가+배당)은 25%에 불과하였다.
- 같은 기간 기업들의 이익은 80%나 증가하였다
- 같은 시기 주요국가들은 38%~170%라는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문구만으로도 한국증시가 너무도 오랜 시간 답답한 행보를 보여왔음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한 불이익이 국민들에게 바로 미치고 있음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마음에 공명이 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64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운용자산 중 110조원 수준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내주식 투자부분의 수익률이 높아져야만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나 정부, 국회가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보니 그 외면 속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증시가 레벨업 된다면 국민연금 자산은 더욱 공고해 지겠지만, 오랜기간 한국증시가 횡보국면이다보니 연간 1%p라도 높일 수 있는 수익률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ㅇ 한국증시 레벨업 : 기업들의 주주 무시 관행을 막아야...
아무리 가치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보아도 이 중 몇 종목은 뒷통수를 치는 기업들이 꼭 있습니다. 갑자기 쌩뚱맞은 계열사와 합병한다거나 대규모 유상증자를 이유없이 한다거나 얼마전 합쳤던 기업을 다시 분할한다거나 취미로나 할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이 과정이 기업 내재가치를 높이는 과정이면 주주입장에서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대주주의 경영승계나 소액주주 이익을 빼앗아 대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과정일 뿐이지요.
그러다보니 주주우선 정책은 뒷전이고 자연스럽게 주주의 권리라 할 수 있는 배당은 쥐꼬리 수준일 뿐입니다. 물론 과거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성장성이 뛰어난 곳에 재투자하여 ROE를 높인다면 기업 성장성을 높이겠지만 대주주만을 위한 주주 정책을 취하다보니 한번씩 대규모 손실이나 대손처리와 같은 당혹스러운 상황이 반복되곤 합니다.
달톤의 편지에서도 이 부분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 한국 상장사의 5년 ROE는 9% 수준(삼성전자를 빼면 7%)
- 주요 국가들은 8~13.6% 사이 : 문제는 기업의 미흡한 자본배분
- 소액주주보다는 계열사나 기업집단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
- 총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매입)은 지난 7년간 17% : 주요국가들은 33%~97%
필자가 가치투자를 하면서 경험하였던 상장사들의 아쉬움이 그대로 적시되어있었습니다. 달톤 인베스트먼트의 편지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하여 국민연금과 정부 그리고 국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제안을 던지고 있습니다.
ㅇ 눈에 들어온 제안들 : 이제는 주식투자자들이 움직여야할 때
달톤은 국민연금에 강력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의 경우 남양유업에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였다가 "무시"당하고 1패하였던 것이 문득 오버랩되었습니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국민연금이 더 강한 주권을 행사한다면 국내 주식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대주주가 무시하였다하더라도 감사 선임권 등을 이용 해 대주주들을 골치아프게 해 볼 수 있겠지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 던진 메시지 중 몇가지 부분이 공감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배당소득세율 합리화 입니다. 현재 배당소득세는 이자 및 배당소득으로 합산되어있고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됩니다. 여기에 해외펀드나 국내ETF 중에는 차익이 "배당소득"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기에 예상치 못한 고율과세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배당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주식투자를 주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고액 자산가분들 중에는 배당을 회피하고 주식을 특정시기에 매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배당소득세에 대하여 세율을 합리화 하고 장기 주식 보유자에게는 장기보유 세액 혜택을 줄 경우 주식투자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펀드에까지 연장한다면 주식형펀드의 수요까지 늘어 주식시장 전반에 메리트를 높이게 될 것입니다.
[달톤인베스트먼트가 대한민국 모두에게 던진 제안]
이로 인해 한국증시가 장기상승세가 만들어진다면 부동산에만 집중되어있는 투자자금의 성격이 바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저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할 때 반대급부로 주식시장에 대한 메리트를 높여야한다고 생각 해 왔습니다.
작년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은 철저히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부동산에 전 재산 아니 10년, 20년 모아야할 돈을 쏟아부어 매달 빚갚느라 생활이 허덕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비싼값에 빚내어 아파트를 사라는 전문가들을 보면 역겨울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달톤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식 보유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및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주총시즌이 되면 필자는 증시토크를 통해 소액주주이지만 작지만 큰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안내드리곤 하였지요.
바로 주총에 참석은 못해도 전자투표에 참여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자투표에서 대주주의 의사대로하지마시고 "반대"표를 강하게 던져보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전자투표를 국회는 상법 개정을 통해 아예 의무화해야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모든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쉽게 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힘이 모이고 제도가 바뀌면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한국증시는 꾸준히 상승하며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아. 오랜만에 행동주의 펀드운용사의 레터에 주식투자자로서 마음의 공감을 느껴본 아침입니다.
2019년 2월 21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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