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 한진그룹사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
오늘 아침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였다는 소식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속보로 올라왔습니다. 얼마전 대한항공 주주총회 이슈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찾아온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에 저 또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늘 이 주제를 증시토크에서 다룰 것인가를 아침 내내 고민하였다가 어렵게 글을 이어갑니다. 경영승계 과정에서 오너의 별세가 주가공학과 회계공학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삼가 조양호 회장님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오늘은 최대한 절제된 표현으로 글 이어가겠습니다.
[조양호 회장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한진그룹 홈페이지]
ㅇ 오너의 별세 : 경영승계가 아니라 상속의 시작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제 경영 3세 혹은 4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경영승계는 한국의 당연한 문화인 것으로 정착되어있다보니 코스닥이나 스몰캡 등 상장 기업들도 경영승계가 종종 발생되곤 합니다. 그런데 경영승계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 이슈가 발생되어왔고, 이러한 악습을 막기 위해 최근들어 스튜어드쉽코드 강화와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승계 과정은 결국 중요 지분과 지배구조를 후계자에게 넘기는 과정이다보니 핵심계열사의 경우 이상하리만치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거나 재무제표상 이익이 나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아무리 알짜 기업이라도 어떤 이유에선지 주가가 치고올라가지 못하고 이상하게도 나쁜 뉴스에는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좋은 소식은 회사에서 굳이 홍보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오너가 별세하게 되면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갑자기 핵심 계열사의 이익실적과 주가가 치고 올라가는데 그 이전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 물론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그럴지는 알수 없습니다.)
왜 오너가 별세한 후 갑자기 회사의 분위기가 변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 중심에는 "상속 개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 초 오너 별세 후, 주가 흐름이 극명했던 OOOO기업]
ㅇ 후계자 입장 1. 상속세를 내야하기에 주가가 높을 수록 유리해진다.
경영승계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핵심계열사의 가치를 떨군다면 지분을 늘리는데 용이할 것입니다. 역분식을 통해 이익을 최대한 축소하고 나쁜 소식은 강조해도 좋은 소식은 덜 알린다면 주가는 무겁게 흘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낮은 주가에서 증여를 받는다면 증여세가 덜 나올 것이고, 후계자 본인이 경영진에 들어가 봉급이나 성과급으로 지분을 매입한다면 싼값에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다 경영승계의 마침표를 알리는 오너의 별세 소식이 있게 되면 바로 상속 과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오너 생존 때와는 전혀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상속세가 결정되고 나면, 그 후에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주식으로 물납을 하든 보유 주식을 일부 매각하든간에 오너 별세 후에는 주가가 높을 수록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ㅇ 후계자 입장 2.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가가 높을 수록 좋다.
경영승계라고 하지만 오너의 지분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너의 지분을 오롯이 물려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상속세를 내야하는데 이 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오너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일부 취약해 질 수 있지요. 그러다보면 제 3세력이 지분을 매집하여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때 제 3세력이 지분을 확보하는데 있어 불편한 상황은 주가가 크게 상승한 때입니다.
그러하기에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과거에는 오너 생존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는 좋은 소식을 최대한 숨겼다면 이제는 오히려 좋은 소식은 강조하고 나쁜 소식은 숨길 것입니다. 그리고 역분식을 통해 이익을 숨겨왔다면 이제는 정상회계로 돌리면서 이익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나오게 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오너 사후에 실적이 갑자기 좋아지는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ㅇ 후계자 입장 3. 회사내 경영승계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실적은 좋아져야한다.
드라마에서 보더라도 경영승계를 받고나면 실적을 키워야만 직원들에게 인정받게 됩니다. 경영승계 받은 후 회사 실적이 악화된다면 직원들은 동요할 것이고 후계자의 위신은 떨어질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오너 별세 후 후계자가 경영하는 초기에 이익이 살아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오너 사후에 오너보다도 더 훌륭한 이익과 매출을 만든다면 후계자에 대한 찬양은 자연스럽게 회사내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후계자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않았다가 실적 호전을 보고 "역시! 새로운 후계자님"하면서 따르게 될 것입니다.
ㅇ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후계자의 능력이 중요.
경영승계를 받았다하더라도 후계자의 능력이 나쁠 경우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IMF당시 경영2세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그룹 전체를 무너트린 사례가 허다하였지요. 한편 같은 경영2세임에도 능력이 뛰어난 후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1~2년 단발적으로는 경영승계를 받은 후계자가 회계공학적인 기법 등으로 실적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후계자의 능력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결국 후계자의 무능력이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거나 출중한 능력으로 선대에 비하여 한층 더 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모든 상황은 한진그룹 뿐만 아니라 경영승계가 진행되는 모든 대기업 및 상장사에 해당되기에 오너 경영승계 전후의 특징을 통해 투자에 참고하시는데 도움 되시기 바랍니다.
2019년 4월 8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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