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전 美연준의장과 한국 김우중 회장 별세, 시대는 흘러가고
미국과 한국 각 국가에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두 인물이 이번주 12월 8일과 12월 9일에 별세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두 인물 모두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분들이군요. 그 두 인물은 바로 1980년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 폴 볼커 전 미국 연준의장 그리고 1980년대 넓은 세상을 호령한 김우중 회장입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 그리고 레버리지 파이터... 왠지 모르게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지요? 그리고 두 인물의 업적들 속에서 투자에 관한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ㅇ 미국의 강력한 매파! 폴 볼커의장 별세 : (1927년~2019년)
볼커룰, 인플레이션 파이터 그에게 붙여진 수식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은 볼커는 대형 은행들의 위험한 투자를 규제하는 "볼커룰"을 도입합니다.
(네 맞습니다. 볼커의장 그 분이름을 딴 것입니다.)
지금의 연준위원들이나 의장들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부드러운 비둘기가 연상되지만, 볼커 의장은 이와는 정반대로 이름에서 느껴지는데로 강력한 규제와 강력한 기준금리를 토대로 근본적으로 경제를 튼튼히 해야한다는 매파적 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입니다. 그의 강력한 이미지와 존재감이 있기에 2009년 볼커룰을 만든 것이지요.
1980년 초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미국 경제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쳤고 이후 미국의 강력한 경제 체질을 만들면서 그의 명성은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볼커의장시기, 연준의 기준금리는 20%수준까지 치솟았다, 자료참조 : FRED]
1979년에서 1987년까지 8년여의 기간 동안 볼커의장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고질병이었던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20%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2% 아닙니다. 20%)
이 과정에서 체질이 약한 미국기업들은 부도가 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금리를 완화하면서 80년대 미국의 화려한 경제 부활과 증시 랠리를 만들게 됩니다.
[참고 : 미국 S&P500지수는 79년에서 87년 중반까지 3배 상승하였습니다.]
볼커의장의 과거 업적들은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경제체력이 약해진 환자를 금리인하라는 약으로 병원에서 있게 한것이 아니고,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올림으로써 근본부터 체력을 강하게 만들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 경제를 록키처럼 튼튼한 경제로 부활시킨 것입니다.
ㅇ 한국의 레버리지 시대, 김우중 회장 (1936년~2019년)
김우중 회장에 관한 화려한 수식어도 많지만, 우리들이 상상하기 힘든 "조원!"단위의 불미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미납 추징금 17조원... 분식회계규모 41조원(참고 : 2000년 한국 예산 대략 93조원)
이런 불명예가 따라 붙은데에는 레버리지를 끝없이 사용하면서 커왔기 때문입니다.
대우그룹은 1967년에 설립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1998년에는 재계순위 2위까지 올라섰습니다. 80년대 90년대만 하더라도, 삼성그룹보다는 역동적인 대우그룹에 취직하겠다는 분들이 은근히 많았을 정도로 대우그룹의 성장세는 대단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에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있었고, 수십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가 있었기에 결국 IMF사태를 보내고난 후 레버리지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97년말 대우그룹의 차입규모가 29조원이었지만, 1년만에 44조원으로 급증하였고 이자비용만 6조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더라도, 어쩌면 레버리지가 만든 사상누각이 IMF라는 풍파 이후 무너지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그 무너지는 과정을 필자는 1999년 중순 대우채 사태를 통해 목도하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주)대우가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는 한국경제에 큰 역사인 대우 주식은 큰 의미가 있겠다싶어, (주)대우와 (주)대우중공업 주식을 각각 10원에 100주를 매입한 후 현물로 인출하며 대우그룹의 끝자락을 아쉽게 바라보았습니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우 주식 현물로 찾겠다는 줄이 이어지면서 경쟁이 상당했었습니다.)
[(주)대우와 대우중공업의 실물주식을 상장폐지 직전 현물로 찾았다]
그런데... 볼커의장, 그리고 그의 인플레이션 파이터와 같은 강한 정책, 이와는 반대로 레버리지로 성장한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의 흥망성쇠는 투자에 있어서도 많은 의미를 던지는 듯 합니다. 특히나 하루 차이를 두고 비슷한날 별세하였기에...
ㅇ 옹골차게 투자할 것이냐, 레버리지로 투자할 것이냐?
볼커의장을 떠올릴 때마다 "차돌"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그의 경제 철학이었습니다. 마치 강한펀더멘털을 근간으로한 가치투자나 자산배분전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김우중 회장은 최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성장을 목표로한 기업 경영을 추구하였습니다. 마치 레버리지를 최대한 사용한 투자자와 비슷합니다.
차돌처럼 옹골차게 갈 것이냐, 레버리지로 속도를 낼 것이냐의 두 차이점은 극명하게 다른 장단점이 있습니다.
차돌처럼 강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투자할 경우, 투자 성과를 급격히 키울 수는 없습니다. 분명 성장 속도의 한계를 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제 풍파가 분다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80년대 미국 경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레버리지를 최대한 사용한 투자의 경우는, 급속도로 투자금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승승장구한다면 짧은 시간에 그야말로 대박이 날 수 있고 투자 세계에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최대한 사용된 다는 것은 반대로 작은 부침에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옹골차게 단단한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레버리지로 속도를 낼 것인지의 여부는 투자자 본인의 결정에 달렸습니다.다만 어떤 결정이든 스스로가 감내할 수 있야할 것입니다.
단단한 투자를 결정했다면 느린 속도에 흔들리지 말것이며
레버리지 투자를 결정했다면,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레버리지 투자자 중 상당수는 충격을 이겨낼 준비를 안하는게 현실이지요. 결국 레버리지 투자 실패는 빚으로 남게 됩니다.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폴볼커의장과 김우중 회장의 별세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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